소식지에서 단대정체성 살리는 운동으로

‘5.18 학살자를 처벌하라’ ‘KAIST 서울분원 페지, 막아야 한다’ ‘동성애자를 소외시킨 동성애 담론 비판’ 정치·과학·문화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는 8면의 신문, 서울대 공과대 월간신문 ‘공대저널’이다.

이 공대신문사는 과학사회부·정치사회부·문화부로 체계를 세워, 15명의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이 신문제작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운동지향성을 어떤 식으로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 과정중에 이를 알려낼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로 신문을 선택했다”고 편집위원장 김남국군(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사2학기)은 그 계기를 설명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14일(화)자 공대신문에서 법적인 처벌을 강도 높게 촉구한 ‘5.18학살자 처단’기사, 민주노총출범에 관한 사설, 정부의 환경정책을 공학도의 관점에서 비판한 기사 등을 볼 수 있다.

김군은 “단대신문에서는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주장하고자 하는 사안에 대해 각 단대의 색깔를 드러내는 기사를 써야 한다”며 “현재 각 대학신문은 편집권을 상실했거나 이를 침해당한 결과, 학교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 못하지만 단대신문은 구체적인 단대내의 실례를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과대 대학원생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대저널은 전문적인 과학지식만이 아닌 사회모순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과학기술운동과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연계해서 여론화시킨 매체로 ‘공대저널’은 단대내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점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화 안에서 간간히 눈에 띄는 단대신문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아버지! 용돈 인상 좀’ ‘에라~이’-퍽! ‘말로하지 왜 때려요?’ ‘가정전복을 기도하잖아’ 한국통신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국가전복기도’라고 단정지었던 정부를 풍자하는 4컷 만화가 실린 작은 신문(?)이 있다.

법정대 시사초점소식지 6월8일자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화되는 사안이나 학생회 사업 등에 대해, 그냥 한번 읽어볼 수 있는 일회성의 자보가 아니라 다시 읽어볼 수 있는 하나의 신문으로 만들고 싶어 신문을 생각해 냈다”는 법정대 선전부장 안미경양(정외· ·4)의 말처럼 단대신문을 이같은 필요에서 출발, 현재 법정대 ‘법정소식’ ‘시사초점소식지’, 사대는 ‘벗님네와’, 동아리연합회는 ‘동아리 신문’을 3주, 혹은 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대부분 단대신문은 단대인의 복지문제와 관련한 여론 수렴, 학생회 사업광고 평가, 정세에 관련한 글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의 단대지는 그 내용면에 있어 단대의 정체성 확립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단순히 단대의 행사와 소식을 전하는 ‘학생회 기관지’가 아니라 단대내의 여론을 수렴·반영하고 단대인의 공통된 관심을 유발, 또한 대사회적인 문제 등에 관해 여론을 환기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 일례로 서울대 법대·자연대·공과대·경영대 등 대부분의 단대에서 발행되는 8면, 12면의 신문은 법대신문의 경우 O.J 심슨사건, 성폭력특별법 개정 등의 문제를 법학도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으며, 자연대 신문은 인체유전자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단대신문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부분은 해야 할 말을 그냥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대인과 함께 고민하려는 의지와 이를 신문이라는 매체로 표출하기 위한 기반들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정소식’을 만드는 법정대 여론국장 강민정양(정외·4)은 “학생회에서 지원해주는 예산도 많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체계나 노하우가 없어 사람을 찾아 교육시키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실무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 단대지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을 언급한다.

예산의 부족은 단대 학생회비에서 지원받기보다, 단대 차원에서 지원받는 방안도 그대안의 하나로 제기될 수 있고 광고비를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현대 서울대 공대신문사의 경우 학생회와 분리된 상황이므로, 대부분 신문제작상의 비용은 신문하단의 광고비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학생회 편집국·여론국의 형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조직의 형태로 발전할 때 지속적인 이월작업을 통해 일정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공대 저널 편집위원장은 “공대저널이 3년간 꾸준히 만들어질수 있었던 것은 학생회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이다”며 “학생회에 예속되어 있을 때는 학생회가 바뀔때마다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 학생회의 성향에 따라 단대신문의 내용도 많이 달라진다”고 단대신문 편집부와 학생회의 분리를 주장한다.

학생회와의 연계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학생회에 속해 있는 경우, 불안정한 요소가 많고 학생회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학생회에 따라 단대신문이 좌우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람들은 인쇄매체의 홍수속에서 많은 읽을거리가 난무해 식상하다고, 모두 다 그것이 그것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연 ‘단대내의 흐름을, 공통의 문제의식을 외화시킬 공간이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그 답안으로 단대신문은 충분히 유효하다.

단대신문은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지하고 성실한 고민 후 그것을 단대내로 끌여들여 공론화시키고, 단대의 특성에 기초한 내용을 실어낼 수 있을 때 단대신문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인쇄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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