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드라마 ‘야인시대’가 시청률 50%를 웃돌며 10주를 넘도록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야인시대’는 일제시대말 주먹으로 종로를 평정한 김두한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다.

이처럼 소위 ‘사나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98년 방송된 ‘모래시계’이후 ‘친구’·‘신라의 달밤’ 등에서부터 현재 방영중인‘야인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나이 신드롬’ 현상에 대해 우리 학교 최선열 교수(언론정보 전공)는 “사나이를 우상화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반여성적 내용”이라며 “20여년간 우리가 이뤄놓은 여성 운동을 한번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대중문화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내용이 폭력과 순정·의리와 정의감 등으로 치장된 관습적인 남성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네티즌 조성우(cosari98)씨는 야인시대 팬페이지 게시판에 ‘유치원생 조카가 장래 희망을 건달이 돼서 오야붕에 오르는 것이라 말해 충격을 받았다’며 ‘목적을 불문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중 설정이 어린 시청자들의 가치관 형성을 오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드라마는 허구일 뿐이니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답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매회 좀 더 강한 자와 싸워 이기는 힘자랑이 이어져 폭력에 폭력을 더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이에 제작진은 이 힘겨루기를 ‘독립운동의 또다른 차원’으로 근사하게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인시대’ 외에도 ‘내사랑 누굴까’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사랑 누굴까’에서 극중 오지연(이승연 분)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집안 살림을 맡는다.

시청자 김정은씨(45)는 “드라마 속에서 고부갈등의 해소와 세대간의 화합을 며느리의 희생을 통해 그려나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안방극장의 며느리 상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힘이 커짐에 따라 자신들의 위치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남성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 말한다.

최선열 교수는 “여성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위협을 느낀 남자들이 ‘야인시대’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야인시대’의 주 시청층이 40∼50대 남성이라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도 사나이를 우상화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들이 존재했다.

4명의 캐리어 우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퀸’이나 남들이 하는대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습관적 삶을 거부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을 그린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된 ‘여자만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진취적 여성상은 요즘 방영되고 있는 퓨전 사극 ‘대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장여자로 살아가는 최동희(손예진 분), 기방을 운영하며 중요한 정보들을 손에 쥐고 사람들을 부리는 단애(조민수 분) 등 ‘대망’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여성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들의 시청율이 평균 20%에 못미칠 정도로 낮다는 점이다.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신문방송학 전공)는 “사나이 신드롬은 언제든지 재등장이 가능하지만 오래전부터 되풀이된 주제라 야인시대가 끝나면 한동안 잠잠해질 것이다”며 “현대 여성모습을 그린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져 남성 중심적인 대중문화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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