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아리 「반도문학회」

충격보고, 책 안보는 대학생, 21세기가 노랗다-대학도서관 대출순위 1, 3위는 컴퓨터서적, 나머지 97권 중 31권은 무협소설. 이쯤되면 대학을 두고 진리의 전당이니, 학문탐구의 장이니 하는 말이 의심스러워진다.

21세기 대학발전계획이니 대도약이니 하면서 대학마다 안간힘을 쓴다고 하는데 실상 대학생들의 손에는 어떤 책이 들려있나… -월간 사회평론 「길」95.7월호 중에서- 그러나 학생과 4층,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러한 말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 공간의 주인은 바로 ‘반도문학회’30여명의 사람들. ‘한반도’라는 위미의 ‘반도’는 71년 이대·서울대 연합동아리 ‘호리즌(HORIZEN)’으로 출발하였으나 조직적인 학생운동의 시작이 되었던 80년 광주항쟁 이후 문학으로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논쟁이 일면서 ‘반도’로 명칭을 바꾸고 이화내 동아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반도’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어요. 하지만 ‘반도’는 80년대처럼 문학을 하나의 운동을 위한 수단으로 단정짓기보다는 자신으로부터 사회로 고민을 풀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풀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라고 회장 권은선(국문·2)양은 소개한다.

그렇기에 창작위주의 문학회가 아닌 철학·역사·여성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책선정과 세미나로, 더 좋은 창작을 위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고 있음을 은근히 자랑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반도인들은 2주에 한 번씩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든 성원이 모여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가진다.

김경진(국문·2)양은 “그 평가들이 너무 잔인(?)해서 운 적도 한두번이 아니예요. 그럴때마다 다시는 글을 안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런 과정들이 반도라는 큰 울타리안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라 말하고 쑥쓰러운 둣 웃는다.

이들은 ‘문학이 있기 전에 인간이 있다’를 외치며 문학의 주제는 인간임을 항상 상기한다.

따라서 자칫 개인적이 되어 버리기 쉬운 문학회의 성격을 ‘소리통’과 같은 개별노트를 마련하여 서로의 얘기들을 교환하거나, 대동제 기간에 3년 째 공동창작작품을 전시하는 것들로 반도인끼리의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고민이 비단 개인적 고민을 사회로 끌어내는 작업에서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서 그 속도에 민김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문자언어는 읽는 것에서도, 쓰는 것에서도 사람들에게 점점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사람들은 언어보다는 영상매체를 선호하죠. 특히난 문학은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몰라요”라며 문학의 위기상황를 걱정하는 반도인들. 하지만 언어와 영상매체는 그 수용과정이 확실히 달라요. 영상매체는 일방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언어가 주는 상상력의 공간들을 빼앗아 가버릴 뿐만 아니라 수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아버리죠.”권양은 학생문학의 건강함을 가지고 중앙동아리로서 이화인과의 유대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들을 찾아 나간다면 언어가 제 기능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단 네 마디의 집회구호를 외치더라도 그 안에 담긴 것들을 몸으로 느끼고자 하는 긴장을 가지는 태도가 글쓰는 사람들의 자세라는 반도인들.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 느끼는 글을 쓰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리고 그것이 ‘나’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공통항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이는 단 한 줄의 일기를 쓰고, 한편의 시를 읽는 것에도 엄청난 부담을 느껴하는 오늘의 우리들을 되돌아 보게끔 하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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