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는 이대 교정, 꽃들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교수님들, 선후배들 사이에 갖가지 사연들도 피어나고 있다.

어김없이 피어나는 우리들의 사연들 중에는 때로는 생소하게 낯설어 보이는 것들도 종종 있긴 하지만, 거의 모두는 한두 해 전에도, 십년·이십년 전에도 본 것 같고, 그때의 얼굴들이 지금도 웃으며 스쳐 지나가는 것도 같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인물들의 화려함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던 감동적인 정서와 의지적인 정신이 이 공간에 있기 때문이리라. 대학에 들어올 때는 다양한 환경에 따라 얼굴생김새나 취향이나 꿈이, 생각하는 바가 많이도 다르지만, 대학 생활을 통한 여러 경험들의 공유로 말미암아 새로운 감정과 의지의 재창조로 나타났기 때문이리라. 이후 졸업을 앞 둔 시기가 오면, 개인의 사회진출은 또 각양 각색으로 많은 차이를 갖고 출발을 하겠지만, 대학 생활 과정에서의 정서와 정신은 그 공간에 가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새로운 감정과 의지를 재창조로 사회에서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 하는 ‘梨花’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이화의 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느 개인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슬로건으로 제시된 것이 아닌데, 어떤 무엇으로 제시될 수 있을까? 몇 십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화인들이 교내와 교외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고민하고 갈등하며, 때론 부끄러워하고, 때론 즐겁게 자긍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쫓아 왔다.

그 흐름 속에서 시대를 감싸 안는 문화가 있기도 했고, 이질성을 포용하는 여러 소통의 과정들을 만들어 내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일구어 왔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또다시 일구어야 하는 정신이기 때문에 완결된 표어로 제시될 수는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이화를 이화로 만드는 그 무엇’을 찾아 길을 나서는 일은 우리 모두의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

동시에 그 개개인들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글에서는 과거의 이화는 어떤 모습으로 있었으며, 현재 우리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작은 길을 찾아 나서도록 할 것이다.

과거, 이대 안에서 벌어진 사건과 문화를 살피면서 현재에 이르는 지속과 연속을 살피기로 한다.

이를 통하여 과거의 시간은 현재의 공간으로, 미래의 시간으로 확장할 이화의 정신을 만나길 기대한다.

어쩌면, 하찮게 지나칠 수 있는 과거의 기억들은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얼굴과 얼굴들이 겹쳐서 새로운 관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이 글에서 풀고자 한다.

때로는 학생회가 없었던 대학에서 군부대가 학교를 장악하거나 경찰이 학내에 상주하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옆에서 경찰에게 끌려가고, 체류탄을 맞아 피 흘리던 친구의 기억들이 대학의 정신이나 대학 문화에 대한 공동체 의식의 표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진지한 물음들이 대학인 개개인들 사이에 오고가게 하였고, 학회 및 동아리, 학내 언론기구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들을 찾게 하였고, 고등학교와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 수업시간을 지적하기도 하고, 지식인으로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개인 개인들 모두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준 것은 사실일 것이다.

봄꽃을 보아도 봄꽃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없었던 그 때의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와 가슴들은 여전히 학문에 대한 연구와 진리에 대한 탐구라는 추상적인 기본원리와 연결되어 있다.

대학 문화의 주체로서 철저한 자기 규제와 노력들이 當時에도 필요했듯, 지금 현재에도 학내의 어떤 場이든간에 필요하다.

그로 인하여 과거와 현재, 현재의 많은 이질성을 통합하려는 의사소통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화의 정신과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이화의 場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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