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 전까지의 휴식기간이 이화 교정을 찾았다.

산더미 같은 프린트,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전공서적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달리기를 위한 이 짧은 휴식은 이화인들에게 달콤하기만 하다.

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한낮을 뜨겁게 내리쬐던 지난 주 어느 날, 가방을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아두고 무용관 뒷편 잔디밭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겨울이 오기 전 그 짧은 가을날, 아이들의 가방은 그렇게 햇살을 받으며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만 같던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 그것은 이렇게 가방을 벗어던진 찬란한 그들을 부러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벗어 던진 저 밝은 색깔의 가방에는 아직 책임이란 무거운 책 대신 희망과 꿈이라는 동화가 들어있었다.

그들이 갖는 짧은 휴식은 우리들이 결코 벗어버릴 수 없는 그 무거운 짐과 맞바꾸어 얻어지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도 가방에게 나름대로의 휴식을 주자. 우리의 가방은 시험의 짐을 덜은 대신 레포트와 실험자료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그들에게 잠시만이라도 가을의 마지막 햇살을 받을 기회를 주자. 그럼으로써 우리는 싫어도 함께 가야 할, 괴로워도 사랑해야 할 우리의 가방을 다시 들고 달릴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잠시 숨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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