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가 좋다.

어쩌면 돈 백 만원을 더 주더라도, 동대문에서 모조를 사기보다는 백화점에서, 면세점에서 명품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맘에 든다면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로고가 이상하게 붙어있다거나 고급가죽이 아니라던가, 무늬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던가 하는 건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건 좀 복잡한 일이다.

짜장면은 결국 다 진짜 짜장면 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냥 사람한테 관심을 돌리기로 했다.

굳이 머리로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은 어차피 좋은사람만 좋아지니까.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

백 개의 비상연락망을 갖추는 능력은 없어도 한 개 정도의 핫라인을 구축할 줄은 아는 사람들이니까. 난 진짜가 진짜인줄 알았고 내가 진짜인줄 알았고 내가 그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은 헤어진 연인들의 만남처럼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자체가 진짜 나를, 그리고 그 사람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난 잘살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게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면? 난 지금까지 뭘하며 살아온 걸까. 결국관계란 아무것도 아닌걸까. 과외학생과 나처럼, 약간의 돈으로 매개되는 관계에서 야무지게 행동하는 나처럼 나는 내 모든 인생을 눈알 굴려가며 살아야 했던 걸까. 그래서 사교성 좋고 인간성 좋다는 말을 오백만 명한테 듣고 살아야 했던 걸까. 심지어 강호동도 그랬다.

니 맘먹기 달렸다고. 잔디 위에서 청승맞게 울다가 떨쳐내는 캔디같이 이다지도 짧은 글에서 문제와 해결을 다 나불거리는 건 유치해, 어쩌겠냐마는 (그것도, 사회문제도 아니고 순전히 감정적인) 그냥 냅둬 봐야겠다.

기대를 가진 믿음, 내 기대가 맞을 거라는 믿음이 아니라 그냥 다른 존재에 대한 긍정으로서의 믿음. 그것만 가지고 살면 될 거 같다.

얄팍한 거짓말을 하는 네게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고, 나만 진짜이면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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