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시대에서 영상시대로 넘어왔다.

그에 걸맞게 이제 영화는 대중 매체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한 달에도 몇 개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영화 잡지 혹은 신문 기사, TV를 통해 영화 소식을 접한다.

곧 개봉할 영화의 줄거리를 미리 보기도 하고, 잊혀지고 있던 영화를 다시 감상하기도 한다.

유명한 배우는 TV에서나 잡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개봉 영화, 상영 중인 영화에는 별이 따라다닌다.

영화 전문가들이 그 영화들을 보고 평을 해놓은 것이다.

별이 2개면 별로 줄거리가 탄탄하지 않거나, 돈은 많이 들었는데 효과가 별로라던가, 별이 4개면 줄거리가 좋다던가, 배우의 연기가 흡입력이 있다고 한다.

별 5개짜리는 쉽게 만날 수 없다.

누가 어떤 자격으로 영화를 평하는가? 영화 배우들 그리고 영화 자체는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영화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감독을 제외한 스태프들은 잘 기억되기 보다 잘 잊혀지는 존재들인 것 같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극장을 빠져나간다.

그들에게 스크린 위로 떠오르는 영화 관계자들의 이름은 관심대상이 아니다.

극장도 기다렸다는 듯 실내등을 밝힌다.

그리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스크린에는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 힘을 써 준 사람들의 이름이 지나간다.

말 그대로 "지나간다.

"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만 기억할 뿐이다.

왜 아무도 그들을 궁금해하지 않는가? 영화는 작품이다.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이, 혹은 몇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영화 "산부인과"처럼 철저한 계획아래 며칠만에 촬영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예이다.

) 그 기간 동안 앞에서는 유명 배우와 감독이, 뒤에서는 많은 스탭, 언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엑스트라들, 그리고 홍보를 위해 발품을 판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관계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그것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진 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모두들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붓는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가는 우리 나라 관객들의 감상 태도에 문제가 있다.

극장 관람 태도는 바뀌었으면 좋겠다.

물론 기대보다 영화의 질이 낮다거나 스토리가 맘에 안 들어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실망을 얻게 될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영화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주자. 그럴 때 영화의 인간적인 면까지 보게 된다.

그리고 인간적인 영화는 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번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위해 고생했는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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