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은 연구자의 ‘피’같은 연구서적을 수집·정리해 대학 내에 유통시키는 대학 학문의 ‘심장’이다.

이를 위해 대학도서관은 해당 대학의 연구 결과가 담긴 서적을 중심으로 학술 도서를 발 빠르게 구입한다.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강의나 연구에 발판으로 새로운 학문을 재창조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도서관은 ‘공부방’으로 전락한 채 학술 정보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도서관이 학술 정보의 장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와 현황을 짚어봤다.

▷‘종이’ 자료 부족 여전 전문 서적이 두서없이 쌓인 교수 연구실의 풍경은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대학도서관에 기본 학술 장서가 부족해 교수 개개인이 비싼 전공 원서를 구입해야 하는 현실을 대변한다.

또한 부산대학교 이용재 교수(문헌정보학 전공)는 “강의에 필요한 도서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지정 도서제’ 역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수가 직접 대학도서관에 강의 교재 비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고 도서관에서 대학 내 모든 강의에서 쓰이는 교재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도서관은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제대로 된 학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을 배경으로 원문복사서비스·전자저널 등 전자정보를 제공하는 ‘가상 도서관’이 정착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순영 학술연구정보화실장은 “세부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과 자료 정리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상의 자료가 저작권 문제가 없는 최신 자료와 종이책 중심으로만 자료를 구축하고 있어, 영상처럼 종이 형식을 벗어난 자료나 오래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 어렵다.

이 역시 디지털 도서관이 극복해야 할 단점이다.

▷전문가가 필요하다 1987년 부산대학교 학생들은 우리나라 대학 최초의 도서관 개혁 운동을 벌이면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전문인이 대학도서관 관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서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교수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보직 형태로 관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학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강원대학교 도서관 학술정보지원과 배홍식 과장은 “이용자가 원하는 특정 학문과 주제의 자료를 찾아줄 수 있는 ‘주제 사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뒤 바로 사서로 진출한다.

그러나 미국은 물리학·철학 등 다른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 가서야 문헌정보학을 전공한다.

이후 일정한 평가를 거치고 난 뒤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의 전문 사서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주제담당사서’나 ‘주제자료실 담당제’ 등의 제도가 일부 대학도서관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주제분류가 인문과학·사회과학 등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나눠져있어 주제담당사서의 전문성을 살리기 어려운 ‘구색맞추기’식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학도서관 ‘띠’ 잇는다 지난 3월 YES 리그가 도입되면서 이화인이 연세대·서강대 도서관 자료를 대출·이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여러 도서관의 협력으로 해당 대학 학생들이 각 도서관의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호대차’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에 동참하고 있는 대학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복사 논문을 타대학생에게 전달하는 ‘문헌복사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경북 지역 8개 대학 도서관은 지난 1995년 학술정보자료를 공동으로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한국지역대학연합 도서관협력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경남대 도서관 신훈 사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원래 계획에 못 미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도서관을 연계해야 하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중복 투자를 줄이는 일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도서관 정락춘 정보봉사과장은 “IMF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연세대 등 인근 대학과 함께 해외 학술지를 구입해 도서관마다 돌아가며 이를 배치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각 대학 이용자들이 반발해 곧 그만 두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의 정보 공유에 대한 인식이 폐쇄적이어서 자료가 자기 대학도서관에서만 유통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대학 학문의 심장’으로서 대학도서관이 소생하려면 이용자의 의식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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