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를 찾으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성적 체벌, 성교육, 가정폭력 등에 담긴 여성문제를 다뤄온 한국여성학회는 지난 23일(토) 오후2시 서강대 김대건관(K관) 101호에서 ‘모성연구의 쟁점과 방법론’을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가졌다.

‘페미니스트로서 한국모성연구 하기’를 발표한 동국대 조은 교수(사회학 전공)는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과 착취라는 공동 경험을 통해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모성에 속한다”고 모성연구에 있어서 여성 경험연구의 중요성을 밝혔다.

발표를 정리하면서 조은 교수는 기러기 아빠·낙태 등 사회문제와 여성경험과의 관계, 모성연구에서의 여성경험이 갖는 의미를 모성연구의 쟁점으로 정리하고 이를 토론주제로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발표회 주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신경아 상임연구원은 “여성은 어머니이자 개인으로서 다중적 정체성을 지녔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모성을 일·가족·사회적 환경과 관련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녀의 육아 문제에 있어서 죄책감을 느끼며 일하는 여성의 모성을 파악할 때 가족·사회적 기대, 일 등 여성의 자기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성연구에 사회·인류·통계학적 방법이 존재하지만 서강대 홍기령 강사(여성학 연계전공)는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의식은 남성의 지배를 받아 외적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무의식 속에 존재하며 남성 위주의 언어로 구성된 가부장적 사유방식이 여성경험의 언어적 표현을 이해하기 보다 경계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통한 모성연구가 타당하다는 것이 홍기령 강사의 설명이다.

우리 학교 이재경 교수(여성학 전공)는 “‘보호자’와 ‘생물학적 의미의 어머니’는 다르다”며 “어머니 외에도 5·60년대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소설 「봉순이 언니」의 봉순이 언니가 여기에 해당된다)과 지금의 외할머니(친정어머니)가 아이의 보호자”라고 말했다.

키워진 사랑 또한 애착관계이므로 ‘모성’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재경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양상을 띠는 모성을 어떻게 범주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토론 후 발표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토론이 계속됐다.

이 시간은 ‘모성’ 의미의 보편적 개념 확대 여부와 여성학자들이 여성문제를 다루는 태도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서울대 김은정(대학원 인류학과 박사과정)씨는 “여성에서 모성, 모성에서 어머니로 그 개념이 축소됐다”며 “모성 개념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 여성특별위원회 박숙자 위원은 “모성연구에 대한 논의에서 나아가 학회를 통해 낙태·성매매(공창제 등) 문제 등 여성을 둘러싼 제도적 모순을 제기하고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론을 통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회는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 상황에서 모성연구의 쟁점과 그 방법론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활발한 연구와 함께 그 결과를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