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박민수씨의 곡을 피아니스트 이혜영씨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킴(Christian Kim)씨가 연주하고 있다. 관객은 무대 화면의 악보를 함께 보고 있다. 사진은 이혜영씨, 박민수씨, 마이클 팀슨 교수, 크리스티안 킴씨(왼쪽부터). <strong>김영원 사진기자
작곡가 박민수씨의 곡을 피아니스트 이혜영씨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킴(Christian Kim)씨가 연주하고 있다. 관객은 무대 화면의 악보를 함께 보고 있다. 사진은 이혜영씨, 박민수씨, 마이클 팀슨 교수, 크리스티안 킴씨(왼쪽부터). 김영원 사진기자

“현대 음악은 마치 이야기가 흩어진 퍼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월1일 본교 음악관 국악연주홀에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워크샵)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화 SCI’는 본교 출신 청년 작곡가들이 미국 작곡가 전문협회 SCI(Society of Composers, Inc.)와 교류할 수 있도록 본교 작곡과 마이클 팀슨(Michael Timpson) 교수(작곡과)가 창단한 창작곡 연구 조직이다.

워크샵은 팀슨 교수와 ‘서울아티스틱 오케스트라’(SAO)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본 행사는 선정된 작곡과 학부생(이하 선정작곡가)이 창작한 곡의 실제 소리를 프로 연주자의 연주로 접하고 즉석에서 다른 연주 기법을 실험해보는 자리다.

이번 행사는 자신의 작품을 실제 악기 소리로 듣기 어려운 청년 작곡가들에게 프로 연주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구상 중이던 소리를 생생히 실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최됐다. 팀슨 교수는 학생들에게 프로 음악가의 실제 연주 및 리딩 경험을 통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21년 여름 SAO 측에 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워크샵은 1부 팀슨 교수의 창작곡 연주회, 2부 선정작곡가 창작곡 ◆리딩 세션 순으로 진행됐다. 이화 SCI의 첫 행사이기도 한 본 워크샵에 기자가 직접 참관해봤다.

워크샵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관람자와 진행자 간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그룹채팅방’이 운영된 것도 본 행사만의 특징이었다. 약 20명의 관람객들은 워크샵 과정에서 그룹채팅방으로 창작곡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1부 연주 세션 현장. <strong>김영원 사진기자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1부 연주 세션 현장. 김영원 사진기자

1부에서는 팀슨 교수의 창작곡 연주회가 이뤄졌다. 팀슨 교수가 작곡한 창작곡은 총 3곡으로 모두 독특한 연주기법이 사용됐다. 피아노와 첼로를 국악기처럼 다룬 첫 곡에서는 연주자가 첼로를 북처럼 두드리기도 하고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기법을 활용해 피아노에서 팀파니 같은 소리가 나도록 연주하기도 했다. 이후 나무 부분으로 된 바이올린 활대로 현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콜레뇨(col legno) 기법을 사용한 두 번째 곡에 이어 마지막 곡에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기타 피크를 활용해 연주하는 경쾌하고도 색다른 연주가 펼쳐졌다.

2부는 선정작곡가 3인이 각자의 창작곡을 프로 연주자들과의 리딩을 통해 실제 소리로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선정작곡가 3인은 작곡한 악보를 서울아티스틱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시범으로 들어보며 피드백을 받고 창작 과정에서 고민하던 부분을 실험해볼 수 있었다. 창작곡 리딩은 프로 연주자들이 연주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의 작곡 의도를 묻고 작곡가가 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선정작곡가가 작곡 당시 상상했던 대로 연주가 가능한지 직접 시연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2부 리딩 세션 현장. <strong>김영원 사진기자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2부 리딩 세션 현장. 김영원 사진기자

선정작곡가로 참여한 박민수(작곡·19)씨는 “실제로 연주자의 소리를 들어보니 생각한 것보다 공간감 있게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며 “여러 가지 개선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선정작곡가 김예림(작곡·21)씨는 “이미 춘계 연주회에서 학생 연주자를 통해 소리를 들어봤던 곡이지만 프로 연주자들을 통해 더 정확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며 “연주자뿐만 아니라 지휘자, 관객분들과 직접 대화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프로 연주자로 참여한 SAO 비올리스트 원지현(관현·14년졸)씨는 “보통 작곡가의 작품은 무대 위에서 연주만 될 뿐 작품에 대해 청중, 작곡가, 연주자가 함께 이야기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이런 좋은 기회를 모교에서 모교 학생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해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객분들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현대 음악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관객 중에는 작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호기심을 갖고 행사를 찾은 비전공자도 있었다. 평소 창작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신성은(정시통합선발생·21)씨는 “이번 워크샵에서는 기존 클래식 곡이 아닌 창작곡 연주를 들어서 더 능동적으로 관람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본 행사로 창작곡 리딩을 처음 접해본 황재은(컴공·21)씨도 “비전공생이라 내용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연주자와 작곡가가 대화를 통해 음악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워크샵의 사회자 및 지휘자로 참석한 강수경 SAO 대표는 “클래식에 비해 창작곡은 다루기 어려운 작품임에도 이 프로젝트의 가치에 공감하며 끝까지 함께 해주신 연주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워크샵을 기획 및 제안한 팀슨 교수 또한 “SAO 감독과 연주자들이 본 행사에서 보여준 결과에 감격스럽다”며 “(이번 워크샵이) 학생들에게 작곡가로서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2부 리딩 세션 현장. <strong>김영원 사진기자
1일 진행된 ‘2022 이화 SCI 창작곡 워크샵’ 2부 리딩 세션 현장. 김영원 사진기자

◆리딩 세션: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 리허설 중 작품을 읽어보는 시간

◆프리페어드 피아노: 다양한 물건들이 피아노의 현 위에 놓여지거나 현들 사이에 고정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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