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비어있는 강의실 <strong>출처=이대학보DB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비어있는 강의실 출처=이대학보DB

코로나19가 대학에 가져온 변화를 논할 때 수업 방식 전환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비대면 수업은 차츰 일상 속에 녹아들고 있지만 한 켠에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비대면 수업이 학생들의 이해도와 집중력을 저하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잇따르고 있으며, 학생들이 체감하는 고립감 또한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상황 속 본교의 ‘융합수업’은 코로나19 시대 대학수업의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융합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대학 교육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THE BEST 교수학습 모델 중 하나다. 이는 이론적 지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개념학습’과 학습한 내용을 직접 활용해보는 ‘적용학습’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적용학습’이다. 학생들은 해당 과정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해를 심화한다. 교육혁신센터 관계자는 “융합수업은 문제해결과 같은 고차적 학습목표의 달성을 명시적으로 추구함으로써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THE 인재양성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에 본지는 현재 시범운영 중인 융합수업 교양 강좌 <인권윤리학: 정의와사랑>, <퍼포먼스인문학: 제의,놀이,연극>, <글로벌커리어개발과기업가정신>을 소개한다.

 

인권을 향한 이중성을 직면하다, <인권윤리학: 정의와 사랑>

“몫 없는 자들과 몫을 나누는 일에 대해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발의 목소리가 어디서, 왜 기원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기를 바랍니다.”

인권이란 누구도 섣불리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는 가치지만, 동시에 모두가 무의식 중 우선순위를 재고 차등을 두는 주제이기도 하다. 김혜령 교수(호크마대)의 <인권윤리학: 정의와 사랑>은 인권 앞에 싹트는 이율배반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인권 문제를 향한 솔직한 접근을 꾀한다. 수강생들은 수업을 통해 타자를 향한 자신의 태도를 직시하고, 나아가 현실의 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함께 고민한다.

이 수업은 일반적인 융합수업과 달리 적용학습이 개념학습보다 선행된다. 수강생들은 설명을 듣기 앞서 토론을 비롯한 참여형 활동으로 자신의 인권 의식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 이후 이뤄지는 개념학습은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실질적인 인권 문제들을 다루며 학생들의 성찰을 돕는다. 수업에서 김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탐구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주제로 한 적용학습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영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송출에 오류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동영상은 청각 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원래 소리가 없는 영상이었습니다. 허를 찔린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동영상에는 소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통해 장애인을 향한 태도를 재고하게 됐다는 정지예(정외·22)씨의 말처럼 학생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주도적으로 배움에 눈뜰 수 있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퍼포먼스, <퍼포먼스인문학: 제의,놀이,연극>

무릇 ‘퍼포먼스’라 하면 사람들은 공연 예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무대 위 연극이나 공연 따위는 삶과 한참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퍼포먼스인문학>은 편견을 전복하고 퍼포먼스를 일상의 영역으로 편입시킨다. 본 수업에서 퍼포먼스란 ‘관객’을 의식하고 행하는 모든 행위다. <퍼포먼스인문학>은 인종, 젠더, 계급을 비롯한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극장 안팎을 넘나드는 다양한 퍼포먼스 간의 상호작용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16일 진행된 수업은 6차시의 적용학습 중 첫 번째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토론수업이었다. 수강생들은 수업 전 일상에서 행하는 ‘퍼포먼스’를 직접 퍼포머로서 영상으로 제작하는 응용 실습을 수행했다. 공부하기부터 씻기, 노래 부르기, 요리하기까지 학생들은 각자 개성을 살려 행위를 선정해 일상을 퍼포먼스화했다. 임지우(휴먼바이오·18)씨는 “(활동을 통해) 완전히 다르다고 느껴왔던 것들의 경계가 사실은 모호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업을 진행하는 최성희 교수(영어영문학부)는 “응용 실습은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개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에 적용해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수업의 목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강생들이 직접 새로운 형태의 제의, 놀이, 연극을 기획하도록 하는 것이다.

“<퍼포먼스인문학>은 더 멋진 ‘퍼포머’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토론하고 공유합니다. 스스로를 학습자나 소비자가 아닌 ‘퍼포머’로 정의하는 순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수업으로 진로 탐색부터 취업 준비까지,

<글로벌커리어개발과기업가정신>

진로와 취업은 대학생과 가장 밀접한 주제지만 수업을 통해 배워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백지연 교수(국제사무학과)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글로벌커리어개발과기업가정신>을 개설했다.

본 수업의 개념학습에서 학생들은 ‘일’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을 공부하며, 적용학습에서는 교수자가 제공하는 체험 활동을 매개로 진로를 탐색한다. 수업 안에서 자신의 흥미와 능력, 성향을 탐구하고 각자의 진로 계획을 수립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융합수업 영역이 신설되기 전부터 <글로벌커리어개발과기업가정신> 수업에는 다양한 학습활동이 있었다. 백 교수는 “이론 위주로 강의하다 보니 수강생의 태도 형성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려웠다”며 “학생들의 실질적인 진로 준비 태도를 함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학습활동을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기존 활동 중 7가지를 적용학습으로 선정했다. 수강생들은 4명이 돌아가면서 서로의 이력서를 보고 면접관과 면접생의 역할을 수행해보는 활동, 다양한 정보제공 사이트를 방문하여 자신에게 맞는 전공과 직업을 찾는 활동 등 매 차시 다른 방식으로 적용학습을 체험한다. 실제적인 취업 준비 활동을 기반으로 한 적용학습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지침을 제공한다.

백 교수는 본 과목이 진로를 고민해본 적 없거나 어떻게 진로를 찾아야 하는지 몰라 헤매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진로에 대해) 학교 밖에서 고민하지 말고 수업을 통해 저와 함께 고민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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