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교양 추천해주세요! 이번 학기 너무 바빠서 꿀교양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시간 대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교적 쉽게 고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꿀교양’을 찾는다. 그만큼 많은 학생이 교양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는, 교양 과목에서 좋은 학점을 얻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양과목이 학점을 위한 강의라는 편견을 깨는 수업들이 있다.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 그리고 <푸드테크시대의음식과디자인>이다.

 

‘사극’으로 배우는 역사,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

1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수업
1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수업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을 맡은 박초롱 강사(사학과)의 목표는 학생들이 스스로 즐겁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박 강사의 일념에 따라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에서는 역사에 대한 단순 암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수강생들은 역사 재현물을 통해 재해석된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실제 역사와 연결지어 학습한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매개로 바라본 역사는 교재로만 접하는 것보다 흥미롭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수업은 실제 역사를 공부한 후 역사 재현물을 관람하고 분석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기자가 1일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참관한 실시간 강의는 ‘임진왜란과 이순신’을 주제로 한 수업이었다.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살펴본 뒤, 박 강사는 시대를 지나오며 이순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이 변화가 역사 컨텐츠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현됐는지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영화 ‘명량’ 시청과 이에 대한 분석으로 마무리됐다.

다양한 역사 컨텐츠가 빠르게 창작되면서 역사적 사실과 재현된 허구 사이 간극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해진 요즘, 박 강사는 “(학생들이) 역사 재현물을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개설된 강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을 수강하는 백연서(초교·21)씨는 수업을 통해 역사 재현물 속에 반영된 사회적, 역사적 함의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다. 백씨는 “매체를 그냥 수용하기 보다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담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사와상상력,스토리텔링>이 창작물인 동시에 그 자체로 현대사적 사료인 역사 재현물에 가치를 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나간 역사는 변하지 않지만, 역사를 바라보고 재현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박 강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 재현물이 수강생들에게 당대의 역사 의식을 비롯한 시대상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지민(융합콘텐츠·19)씨는 “(강의를 통해) 특정한 역사를 콘텐츠화할 때 그 시대의 사람들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어째서 그러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강사는 “수강생들이 강의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 그리고 역사의 생생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역사를 통해서 인간과 사회를 보다 크게 품에 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컴퓨팅을 쉽고 재밌게, <푸드테크시대의음식과디자인>

‘컴퓨팅과수리적사고’는 많은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교양 영역이지만 프로그래밍 지식을 다루는 만큼 전공생이 아니거나 관련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컴퓨팅’을 검색하면 해당 영역의 수업 중 따라가기 쉬운 강좌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쏟아진다.

이렇게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야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와 연결 지어 공부한다면 어떨까? <푸드테크시대의음식과디자인>의 장진아 겸임교수(식품영양학과)는 음식, 식품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융복합적 지식을 키우는 것에 더해 학생들이 기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과목을 개설했다.

수업에서는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의 먹는 것의 정의부터 음식과 디자인, 맛이란 무엇인가 등 음식에 대해 다양하고도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오성연(국제·21)씨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가장 연관이 깊은 음식에 관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서 굉장히 흥미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민채(디자인·21)씨 또한 “음식의 역사, 현재 음식과 관련한 이슈들, 미래에 음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R 프로그램 학습은 총 6차시 동안 이뤄진다. ‘맛지도’와 ◆워드 클라우드를 직접 만드는 실습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음식 데이터를 다루며 코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장 교수는 “'맛지도', '워드 클라우드’는 간단한 코딩 작업을 통해 나타낼 수 있고, 비주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된다는 점에서 적용성이 높기에 이를 익히고자 기획된 실습”이라고 전했다.

<푸드테크시대의음식과디자인>에는 재밌고 특이한 과제들도 있다. 수강생들은 ‘나의 음식 이야기’ 과제를 통해 음식과 관련된 주제로 자신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동영상에 담아 다른 학생들과 소통한다. ‘완벽한 나의 미식 경험’은 단지 음식뿐만 아니라 식사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맥락을 모두 고려해 소비자를 위한 식사를 구상해보는 과제다. 학생들은 과제를 수행하며 음식과 디자인, 과학 등의 영역이 융합되는 과정 속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장 교수는 “<푸드테크시대의음식과디자인>은 음식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이해하고 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융복합적 주제들을 다룬다”며 음식 관련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추천하는 말을 전했다.

 

◆R: 오픈소스 프로그램. 통계/데이터 마이닝 및 그래프를 위한 언어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 특정 단어의 빈도나 중요성을 글자의 크기로 나타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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