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strong>제공=김경아씨
김경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제공=김경아씨
정유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strong>제공=정유진씨
정유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제공=정유진씨

타투인구 300만, 어느새 타투는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널리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국민  17명 가운데 한 명, 20대의 경우 4명 중 한 명은 적어도 하나의 타투를 가지고 있는 꼴이다. 이렇게 타투가 어엿한 문화로 자리잡으며 비건 타투도 함께 상승세에 올랐다. 비건 타투란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해 새기는 타투를 의미한다. 본지는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서 창작 활동을 하고 몸에 원하는 것을 새길 수도 있는 비건 타투의 세계를 알아봤다.

 

동물성 재료 없이 새기는 타투

비건 타투는 ◆전사 작업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논비건 방식과 구별된다. 그러나 방식의 차이만 존재할 뿐 결과물은 오로지 작업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전사의 방식에는 ◆열전사와 잉크젯 프린트를 이용한 전사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둘 중 어떤 전사 방식을 사용하든 비건 선택지가 존재한다.

타투 잉크가 몸에 주입되는 것을 돕는 윤활제도 비건 옵션이 존재한다. 동물 실험을 거치는 바세린 대신 시어버터, 코코넛오일과 같은 식물성 원료 제품을 사용하거나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비건 바세린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사를 선명히 유지시키기 위한 전사 용액은 논비건 제품이 대부분이다. 보통은 구하기 쉬운 진통 연고 또는 파스 연고를 사용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동물 실험을 거치기 때문이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비건 인증을 거친 전사액도 존재하긴 하지만 많은 타투이스들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활동명 ‘샐러리'로 작업 중인 김경아(26·여·경기도 의정부시)씨는 “비건 타투이스트라고 명명하지 않은 작업자들도 거의 다 비건 잉크를 사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원재료를 동물의 뼈나 곤충에서 추출한 잉크는 논비건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잉크는 비건으로 분류되는데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잉크는 대부분 비건 제품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논비건 작업자들도 작게나마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거죠.” 

 

합리적인 비건 제품 아직까지 부족해

김씨는 재료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비건 타투의 세계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작업 과정에서 고민을 거듭했던 학부생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비건 실천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캔버스의 접착제, 붓, 물감이 모두 동물성임을 깨닫고 비건 대체재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거의 불가능했다. “가장 진한 검정색 물감인 ‘Black Bone’은 말 그대로 쇠뿔을 태워서 만든 거라 비건 대체제가 없었어요. 아예 그 색을 사용하지 않고 작업하려고 했죠. 하지만 타투는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무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비건 타투이스트 우민주(조소·16)씨는 타투 업계에 진입하기 전부터 비거니즘을 실천해왔다. 그는 “타투에도 비건 재료들이 충분히 다양해 비건 타투이스트로 일할 수 있다”며 “비건 선택지가 막혀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그럼에도 선택지가 좁아지는 경우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높은 가격에 비해 낮은 만족도가 그 이유다. 예컨대 그가 쓰는 알로에젤은 시중 제품보다 100mL당 약 1만 원 비싼 제품인데, 마땅한 대체제를 찾기 어려워 해당 제품을 사용 중이다.

 “비건이면서 품질도 높은 제품을 찾다보니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어요. 아무래도 동물 실험을 거치는 제품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김경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strong> 제공=김경아씨
김경아씨가 비건으로 작업한 타투 제공=김경아씨
타투 작업중인 정유진씨의 모습 <strong> 제공=정유진씨
타투 작업중인 정유진씨의 모습 제공=정유진씨

“지구에 해롭지 않은 작업을 하고싶어요”

김씨는 지속가능한 실천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는 김씨는 “타투샵에서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랩으로 손이 닿는 거의 모든 곳을 감싸고 일회용 장갑을 사용한다”며 “작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걸 알지만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모예'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정유진(22·여·서울 서대문구)씨도 이에 동감했다. 그는 “◆생분해가 어려운 일회용 랩과 잉크 컵을 사용한다는 점이 아쉽다"며 “그러나 스튜디오 사용료에 재료 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개인이 따로 재료를 준비하기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실천을 향한 작은 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씨가 작업하는 타투샵에서는 비닐 래핑을 최소화하기 위해 ◆베드래핑 대신 수건을 세탁해 쓰고 있다. 또 작업 중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 사용을 권고하고, 다회용 스테인리스 스틱을 제공해 알로에젤 등을 바를 때 일회용 나무 스틱 대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씨는 생분해 제품이 상용화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해외에는 생분해 일회용품만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다”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도 비건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김씨는 “비건이 정확히 뭔지 모르고 오셨던 분들에게 비건 타투라는 영역을 체험시켜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비건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결국 고민의 과정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의 목표는 지구에 해롭지 않은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씨도 “비건을 실천하는 손님과 대화할 때,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다”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저도 아직 여전히 성장하고 시도해보는 단계에 있어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정답은 없지만, 더 나은 선택지는 있다고 생각해요. 비건타투가 더 나은 걸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전사(轉寫) : 전사지에 그린 화상을 실물에 옮기는 일. 타투에서는 도안을 프린트 후 잉크로 본 떠 몸에 새기는 것을 말한다.

◆열전사 : 액체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열에 반응하는 용지를 사용해 인쇄하는 일

◆생분해 : 환경에 방출된 오염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것

◆베드래핑(Bed Wrapping) : 감염 예방을 위해 타투 시술을 할 때 몸이 닿는 침대를 비닐 랩으로 감싸는 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