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 제페토(ZEPETO)로 촬영한 산타파이브 단체사진. 제공=산타파이브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 제페토(ZEPETO)로 촬영한 산타파이브 단체사진. 제공=산타파이브

2021년 12월25일 자정 기준 회원 수 약 220만 명, 가입자들이 남긴 메시지 약 3500만 개. 최대 동시 접속자 수 약 117만 명을 자랑하는 이 서비스는 여느 대기업의 작품이 아니다. 바로 75명의 팀원으로 이뤄진 ‘산타파이브’의 크리스마스 롤링 페이퍼 웹사이트 내 트리를 꾸며줘'(내트꾸)의 이야기다.

더 놀라운 것은 산타파이브의 모든 멤버들이 각자 본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명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는 본업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삶의 방식으로, 산타파이브는 ‘내트꾸'를 통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8일, 기자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산타파이브의 김예인 디자이너와 안현지 디자이너를 만났다. ‘내트꾸’가 웹서비스사이트로 사람의 온기를 전달했듯, 화면을 통해서도 그들의 단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채팅과 화상통화로,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하기

“처음에는 그냥 주변 사람들하고만 간단하게 쓸 거로 생각했어요. 많으면 천 명?”

구상 단계에서 이 정도 성공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안 디자이너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트꾸’의 전신은 이예찬 ◆백엔드(Backend) 개발자의 Give Me PePero. 과자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웹사이트로, 트리를 꾸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트꾸’와 비슷하다. 이 개발자는 ‘Give Me Pepero’의 크리스마스 버전을 만들기 위해 트위터(twitter.com)에 구인 글을 올렸고 이내 공부, 경험, 커리어 등 각기 다른 목적의 사람들이 모였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내트꾸’의 준비 기간은 약 한 달에 불과했다. 모두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출시 전 팀원들이 ‘내트꾸’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은 퇴근 후 오후9시~11시, 하루 두 시간 정도였다. 김씨는 “여기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며 “야근할 거 쉴 거 다 하고 시간에 맞춰 회의와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일종의 조별 과제예요. 근데 교수님이 없는.”

김 디자이너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교수님 없는 조별 과제에 빗댔다. 거주지, 퇴근 시간, 업무량까지 모든 조건이 다른 팀원들과 끊임없이 회의하고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을 강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김 디자이너는 ‘내트꾸’의 특성상 12월25일이라는 주요한 데드라인(deadline)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마감 드리븐 개발'(마감 driven 개발)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업무 추진력은 마감의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거나 출시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한 사이드 프로젝트의 세계에서  마감일은 ‘내트꾸' 완주의 핵심 요인이 됐다.

채팅 기반 회의와 온라인 플랫폼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촉박한 시간 내 효율적 업무 진행을 위해 ◆킥오프 회의(Kickoff Meeting) 외 모든 회의는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김 디자이너는 “특히 채팅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활용했다"며 “기획, UI(User Interface) 전달 등 큰 결정사항을 제외하고는 메신저를 통해 회의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전체 회의 또한 2~3회 정도로 줄이고 부서 내 회의를 자주 갖는 등 시간 조율을 위해 업무 방향을 전체적으로 재편했다.

 

서로가 서로의 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하기

‘내 트리를 꾸며줘’ 트리 화면 캡쳐. 제공=이채영(디자인·20)씨
‘내 트리를 꾸며줘’ 트리 화면 캡쳐. 제공=이채영(디자인·20)씨

‘사이드’로만 존재했던 ‘내트꾸’ 출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서비스 오픈 12시간이 지났을 무렵 347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24시간이 지나자 22만 명을, 48시간이 지나자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본업 규모로 커져 버린 ‘내트꾸’에 대처하기 위해 팀원들은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거의 24시간 동안 사용자에게 메시지가 오니 시간이 날 때마다 (문의를) 확인했어요.”

사용자 문의뿐만 아니라 후원, 광고 등 명확한 역할을 정해두지 않은 분야에 문제가 터지면 팀원들은 여유가 되는 사람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했다. 본업, 프로젝트 진행, 그리고 운영까지 한 번에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김 디자이너는 “다행히 연말이었기에 회사에도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며 “서로 번갈아 가며 휴가를 써서 팀원들끼리 당직을 서듯 일을 맡았다”고 덧붙였다.

안씨와 김씨는 이런 급박한 상황이 흔한 일은 아니라며 웃음 지었다. 높은 업무 강도가 서로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모두가 쉬고 싶은데 쉬자고 할 수는 없고. 사용자들의 질문, 해결해야 할 일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이미 예민한 상태에서 일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어려웠죠.”

상황을 타개한 것은 조단원 ◆프런트 엔드(Front-end) 개발자의 서로에게 미리 쓰는 롤링 페이퍼 아이디어였다. 김 디자이너는 새벽 시간에도 서로를 향한 격려의 말을 통해 재충전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다 알고 있음에도 듣고 싶었던 거죠. 너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안 디자이너는 다시 한번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을 통해 감정적으로 번질 뻔했던 갈등들을 무사히 잘 정리할 수 있었음을 전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산타파이브는 그렇게 출시와 운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내트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시 본업으로, 다시 사이드 프로젝트

2021년 서비스를 종료한 산타파이브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본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팀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또 다른 삶의 국면으로 ‘내트꾸’를 준비하고 있다.

김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경험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산타파이브로서의 경험이 간접적으로만 통해서만 전달받던 사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새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디자이너로서의 시각뿐만 아니라 마케팅 과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을 더했다.

안 디자이너는 ‘본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현실적 한계를 근거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도전 가치를 강조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역량을 키워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좋았거든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김 디자이너에게도 학생들에게 한마디를 건네 달라 하자 그는 웃으며 “일단 해보시면 알게 될걸요”라고 응수했다.

“생각보다 모든 게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본업과 달리 실패해도 되니까, 충분히 시도해보고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시도해보세요. 일단, 도전해봅시다.”

 

◆백엔드(Backend): Back-End는 클라이언트와는 직접 대면하지는 않으나, Front-End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기술적인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
◆킥오프 회의(Kickoff Meeting): 첫 번째 준비 회의로 프로젝트팀과 고객이 처음 만나는 회의
◆프런트 엔드(Frontend):  웹 사이트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해 사용자가 해당 웹 사이트를 보고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영역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