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상담가와 의논해 수업 정하는 수강신청
수업 선택과 변경에 충분히 고민할 여유 줘

 

함예진(커미·19) 미국 아이오와대 교환학생 파견
함예진(커미·19) 미국 아이오와대 교환학생 파견

‘이번 학기는 피 터지는 수강신청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교환학생으로 선발되고 파견 학교를 배정받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매 학기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수강신청 날짜만 다가오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나였기에 이번 교환 학기는 한편으로 수강신청으로부터의 해방이라 느껴졌다.

이런 해방감은 실제로 수강신청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자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수강신청이 한국만큼 치열하지 않다는 것은 파견보고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방식이 달라서 닥치는 어려움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오와대의 교환학생 수강신청 방식을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학교 지원서를 작성할 때 듣고 싶은 강의의 학수번호를 미리 적어낸다. 개강 일주일 전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앞서 적어 낸 강의 중 일부를 확정한다.

국내대학처럼 모두가 한날한시에 초 단위 경쟁을 하는 방식의 수강신청이 아니었기에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게 될까’ 초조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한 건 ‘어떤 수업을 들을까’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바로 강의계획서를 미리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오와대는 수강이 확정된 뒤에야 강의계획서를 볼 수 있다.

강의계획서를 보며 시험 일정, 과제 제출기한 등을 고려해 한 학기 수업 스케줄을 계획하는 나로서는 몇 줄의 강의 소개만으로 수업을 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당혹스러웠다. 앞서 현지의 재학생 대상 수강신청이 끝나있던 터라 남은 수강 인원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난 미국 대학의 수업과 과제를 경험해본 적도 없는데…. 지원서와 함께 몇 개 강의를 적어내긴 했지만, 제대로 고른 게 맞는지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걱정과 절망(!)은 아이오와대에서 ‘학업상담가’ 조엘(Joelle)을 만나고 해소되기 시작했다. 갈색 중단발머리 20대 여성의 조엘. 나의 학업상담가로 배정된 조엘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아이오와대는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모든 학생에게 단과대학 소속 학업상담가(academic advisor)를 배정해준다. 학생들은 학업상담가와 함께 수업의 난이도, 시간, 이동거리 등을 살펴 시간표를 확정할 뿐 아니라 언제든 학업에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나 역시 개강을 코앞에 둔 8월18일, 조엘과 첫 상담을 했다. 불확실한 수강신청에 고민을 한가득 안고 그를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미 아이오와대에는 의무적으로 학업상담가(academic advisor)와 수강신청을 함께하는 시스템이 있다. 수강신청 외에도 학업상담가는 전공을 비롯한 다양한 학업 활동 관련 상담을 제공한다. 사진은 아카데믹 어드바이징 센터 전경. 출처=Iowa Academic Advising Center 홈페이지.
미 아이오와대에는 의무적으로 학업상담가(academic advisor)와 수강신청을 함께하는 시스템이 있다. 수강신청 외에도 학업상담가는 전공을 비롯한 다양한 학업 활동 관련 상담을 제공한다. 사진은 아카데믹 어드바이징 센터 전경. 출처=Iowa Academic Advising Center 홈페이지.

“인사관리 강의는 법학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서 선수학습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비슷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나요? 비슷한 수업을 들었더라도 이 강의는 미국 법을 다루기 때문에 예진에게 어려울 수 있어요.”

조엘은 이렇게 내가 선택한 수업들이 적합한지 세세히 살피고 조언했다. 단순히 시간표를 짜는 게 아니라 내가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라는 것, 수업 특성까지 함께 고려해준 것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관련 수업을 전혀 들은 바 없던 나는 무사히 다른 과목으로 바꿀 수 있었다. 학생의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학생 개개인의 수강신청부터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은 놀랍고 새로웠다.

그뿐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은 듣고 싶지 않다”는 내 말에 조엘은 “네가 선택한 강의 중 온라인 수업이 부분적으로 포함된 강의가 있는데 괜찮으냐”며 강의계획서가 없어서 몰랐던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해줬다. 상담 끝에는 지금 결정하는 시간표가 최종이 아닐 수 있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언제든 원하면 다시 상담해줄게요!” 실제로 나는 두 차례 더 상담을 받았다. 그때마다 조엘은 항상 친절하고 진지하게 내 고민과 질문을 듣고 답을 해줬다.

수강신청과 관련해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수업 선택과 변경에 있어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수강신청 상담이 끝나고, 내가 선택했던 강의 한 과목을 철회할지 고민하던 때였다. 그 무렵, 혹시 몰라서 이미 정원이 다 찼지만 대기를 걸어뒀던 카메라 수업이 자리가 났다는 메일을 받았다. 누군가 수업을 철회한 것이다.

내 차례가 왔다는 기쁨도 잠시, 시간표를 또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머리가 아파져 왔다. 확정된 시간표 그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새로운 수업으로 변경할지 고민이 됐다. 그때 메일을 자세히 보니 2, 3일의 선택할 시간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기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수업에 등록이 되거나 곧바로 등록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일종의 그 유예기간 동안 수업을 바꿀지 말지를 두고 조엘과 의논할 수 있었다. 카메라 수업에 출석해 강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감을 잡았고, 교수에게 사정을 말해 첫 수업 때 놓쳤던 안내 사항을 전달받았다. 결국 수업 정보를 놓치지 않고 무사히 시간표를 바꿨다. 우유부단한 내게 이 유예기간은 충분히 고민할 여유를 확보해준다는 면에서 정말 유용했다.

아이오와대에서 수강신청을 경험하고 느낀 점은 학교가 늘 학생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업상담가는 학생들이 학업 활동과 관련해 가질 수 있는 모든 크고 작은 고민을 상담해준다. 신청만 하면 된다. 실제로 내 룸메이트는 일정 관리가 어렵다며 자주 상담을 받았다.

언제나 혼자 고민하는 게 당연했었다. 학업에 있어선 특히 그랬다. 누군가와 학업 고민을 나누고 같이 의논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고 ‘굳이…’ 싶었던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든든하고 학교의 노력에 감사했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없이 학업과 성장에 집중하게끔 돕는 선진적 교육환경에 또 한 번 놀라는 순간이었다.

함예진(커미·19) 미 아이오와대 교환학생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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