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 교수, 현대차 후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에 선정된 문경원 교수 김나은 사진기자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에 선정된 문경원 교수 김나은 사진기자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에 본교 문경원 교수(서양화과)가 선정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가 9월3일부터 2022년 2월20일까지 열린다.

2014년부터 시작돼 2021년 8회차를 맞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은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매년 1팀의 한국 중진작가를 선정해 대규모 전시를 지원하는 장기 협력 프로젝트다. 예술계를 이끌 유망한 젊은 작가를 지원해 작가 역량을 키우고 해외 진출을 돕는다.

2021년에는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선정돼 두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의 새로운 전시가 열렸다. <미지에서 온 소식>은 2012년에 제13회 독일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에서 처음 선보인 후, 10년간 전 세계 각지에서 전시가 열리는 지역의 정체성, 역사적 문제의식과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내용의 전시를 이어나갔다.

전시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소설 ‘에코토피아 뉴스’(News from Nowhere)(1890)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날 꿈속에서 100년 뒤의 유토피아적인 런던을 방문하고 난 후 깨어나 현재의 모습과 대비되는 미래의 모습을 기술한다. 문 교수는 “(이 소설은) 유토피아의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비판하는 독특한 관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다른 시간대를 매개로 현재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각을 차용해 미술 프로젝트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자유의 마을을 주제로 삼았다. 자유의 마을은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다. 원래 하나의 마을이었던 이 곳은 38선의 경계에 의해 기정동과 대성동으로 나뉘었고, 1953년 한국전쟁 정전 협정 이후 자유의 마을로 명명되었다. 자유의 마을 거주자는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UN 시민권자이며, 외부와 단절된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외부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일 때는 항상 군인의 호위를 받는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한다. 이처럼 이념의 대립으로 생긴 자유의 마을의 실상은 이름과 달리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전시는 실존하지만 지도에는 없는 자유의 마을의 비현실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바라본다.

전시장 내부 모습 제공=문경원 교수
전시장 내부 제공=문경원 교수

전시장에 들어서면, 앞뒤로 영상이 나오는 거대한 듀얼 채널 스크린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장 입구 방향 화면에서는 자유의 마을에 사는 인물 A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반대편에서는 미래처럼 보이는 원형공간 속 인물 B가 A의 기억을 좇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영상 작품에서 대화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문 교수는 “전 작가와 영상 작업을 할 때 처음에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대사를 만들었으나 나중에는 모든 대사를 제외하고 상징적인 시각적 이미지로만 영상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자유의 마을에 사는 인물 A는 일을 마치고 나면 산에서 특이한 식물을 채집하고 연구한다. 문 교수는 “영상은 실제 자유의 마을의 기록을 고증해 반영하면서 허구적 상상력을 덧붙였다”며 “고립된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농경 이외의 시간에 취미로 저마다 자신의 전문화된 분야를 가지고 있었고 인물 A를 식물학자처럼 설정했다”고 말했다. A는 고립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마을에 대한 기록을 외지로 전송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김나은 사진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김나은 사진기자

반대편 스크린에서는 미래 기술의 집약체인 원형 공간 속에서 배양되는 듯한 인물 B의 영상을 볼 수 있다. B는 카메라의 감시 속에 기계처럼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일어나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질을 분석하고, 배급되는 물을 마시고, 정맥에 산소 캡슐을 주입하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잠자리에 든다. B는 우연히 A가 보낸 기록을 받아 A의 기억을 좇다가 자신의 삶의 변화를 결심한다. 원형 공간 밖으로 나가기 위해 B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시 공간의 전체 조명이 점멸하고 경고음이 전시장을 뒤덮는다.

문 교수는 두 영상에 대해 “얼핏 보기에 두 영상의 배경이 과거와 미래같지만 현재의 한 단면”이라 밝혔다. 듀얼스크린을 사용한 이유로 문 교수는 “A는 끝없이 외지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소식을 날리고 있고 어느 날 이것이 B에게 도달하면서 삶의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런 두 개의 연결고리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볼 수 없어 역설적인 상황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듀얼스크린을 사용해 사람들이 전시장 내에서도 빙글빙글 돌면서 영상을 보도록 연출했다”고 전했다.

듀얼스크린 옆에는 대북 방송이나 대남 방송에 사용되는 스피커를 캐스팅하여 만든 설치 작품과 자유의 마을을 기록한 영상, 사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역사를 재해석한 아카이브 작품들이 있다. 이처럼 전시장에는 영상, 사운드, 대형 회화, 설치, 사진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 있는 '모바일 아고라' 제공=문경원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 있는 '모바일 아고라' 제공=문경원 교수

국립현대미술관의 각 전시실로 연결되는 허브 공간인 서울박스에는 ‘모바일 아고라’가 설치돼 있다. 스텐레스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계단 형식의 설치물과 LED 패널이 있는 전시 작품이다. 문 교수는 전시 주제인 반성적인 관점을 위해 프로젝트 시작 당시 본인의 회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했다고 말했다. “좁은 미술계 내의 담론에서 벗어나 다른 전문 분야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교류하며 협업을 통해 미술을 다시 돌아보며 작가로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송봉규 디자이너, 본교 최재천 석좌교수(에코과학부), 홍익대 유현준 교수(건축학부),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국립현대미술관 박주원 학예연구사, 문 교수와 전 작가가 모바일 아고라에서 매달 한차례 대담 및 강연을 진행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예술을 넘어 사회 전반의 현재를 성찰하고 지향점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전시가 갖는 의미를 확장한다.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2년 2월20일까지 전시되며, 이후 2022년 5월3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 새로운 내용으로 <미지에서 온 소식>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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