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 보호에 앞장서는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활동중인 김윤전씨.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활동중인 김윤전씨.

“ECC 건물 바닥에 새 다섯 마리가 죽어있어요”

새들이 유리에 부딪혀 죽거나 다쳤다는 제보가 있을 때 출동하는 ‘새 구급대’가 있다. 본교 소모임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Window Strike Monitoring) 팀’이다. 본지는 12일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의 팀장 김윤전(생명·19년졸)씨를 ECC에서 만났다. 그가 입은 셔츠에는 새 모양 뱃지가 달려있었다.

김씨는 8일 오전9시 경 본교 경비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ECC에 새가 죽어있다는 제보였다. 그는 급하게 집에서 나와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2번과 4번 출구 사이에 오목눈이 다섯 마리가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들이 이동하다 유리를 인식하지못해 죽는 ‘윈도우 스트라이크’ 현상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는 새가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다. 김씨는 “빠른 비행속도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유리창에 충돌한 새들은 대부분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으로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은 이런 충돌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실태를 조사하고, 학교에 개선 방향을 전달한다.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는 제보를 받으면 피해를 확인해 기록하고 새를 구조하기도 한다.

오목눈이 다섯 개체가 ECC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오목눈이 다섯 개체가 ECC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김씨는 학부생 시절 야생조류연구회 ‘새랑’에서 활동하며 교내에서 야생조류 충돌이 빈번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2019년 졸업 후 완공된 연구협력관 모습을 보고 이곳에서는 분명히 조류 유리창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어요. 그래서 혼자 모니터링과 기록을 시작한 것이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이 됐죠.”

이후 김씨의 활동에 관심을 표한 본교생 3명이 더 모여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이 만들어졌다. 팀원 김수진(정외·19년졸)씨는 작년 학교 인근에서 유리창 충돌로 죽은 호랑지빠귀 2마리를 보고 전국의 조류 유리창 충돌 사례를 수집하는 ‘네이처링(naturing.net)’ 어플에 기록을 하러 들어갔다. 우연히 확인한 충돌지도에서 인근의 유독 한 구역만 아주 빽빽이 충돌 표시가 된 것을 발견했다.

“충돌 기록이 밀집돼 있는 곳을 확대해보니 학교 ECC였어요.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내용을 검색하던 중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 계정을 발견해 활동에 동참하게 됐죠."

충남 서산 국도 가림막에 조류 충돌 저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는 모습.
충남 서산 국도 가림막에 조류 충돌 저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조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건물 주변을 순찰하거나 제보를 받아 피해 유무를 확인 및 기록한다. 팀이 2019년 5월30일부터 2021년 5월12일까지 약 2년간 교내에서 발견한 유리창 충돌 조류만 총 36종 123개체다. 부상당한 새를 발견하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박스 안에 두고 지켜본 후 자연에 방사한다. 부상 정도가 심한 경우나 천연기념물 등 희귀조류라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연락해 인계하기도 한다. 만약 개체가 이미 사망했다면 본교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한다.

SNS와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저감 방법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일은 ‘데이터 수집’이다. 김씨는 “학교에 이 문제를 인식시키고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치와 통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로 죽은 새의 사진을 촬영해 기록한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로 죽은 새의 사진을 촬영해 기록한다.

“조류를 발견하면 발견일시, 종, 개체수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네이처링 사이트에 위치와 사진을 업로드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지도’를 제작해 학교에 전달했습니다.”

3월 이들은 약 17개월의 조사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이화에 바란다’에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충돌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ECC 전면 유리와 선큰가든, 연구협력관 유리에 조류충돌 저감스티커를 시공하거나 충돌 방지용 로프를 설치해달라는 것이 안건이었다. 그러나 4월 관리처 건축팀은 ‘이화에 바란다’ 답변을 통해 “방지테이프 부착에 따른 외관변화에 대한 교내 구성원의 합의 문제와 비용 문제로 실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팀원 허지원(생명·17)씨는 “예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 등굣길이 설렜지만, 조류 유리창 충돌의 현실을 알고 난 지금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철새가 많이 오기 때문이다.

“텃새와 달리 한국에 막 도착한 철새들은 교내의 구조물에 익숙하지 못해 자주 부딪혀요. 하늘이 맑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유리창을 하늘로 착각해 충돌할 위험이 커 긴장이 되죠.”

마지막으로 허씨는 이화인들에게 조류 충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관찰해 조류 피해를 제보해주시길 바라요. 앞으로도 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에 대해 알리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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