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5월은 더 바빠질 예정이다. 전공 수업의 과제 외에도 휴학으로 에너지가 평소보다 차 있던 겨울 방학에 무작정 벌여놓은 일들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 중 하나는 사진부 부장으로서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전학기의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

지난 1월, 난 두 가지의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며 맡은 일들을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양치기 전략을 펼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기로 한다. 예를 들면 탑사진(신문의 가장 첫면에 실리는 사진)에 실리지 못했지만 흥미 있는 일을 사진 기사로 내고, 사진면을 기획한다. 총 6학점을 인정받기로 한 도전학기 과제엔 할 수 있는 일을 모조리 적어놓았다. 총 7가지가 적혀있었는데 하나, 사진집 주제에 관해 연구하고 고민한 것을 보고서로 작성하겠다. 둘, 이를 바탕으로 사진촬영. 셋, 온라인 전시회 진행. 넷, 이를 독립 출판물로 제작하겠다. 다섯, 도전학기 수행과정에 관해 매달 1회 블로그에 업로드. 여섯, 온라인 사진전 및 출판물 홍보를 위한 영상 2개 이상 제작. 마지막으로 관련 SNS를 개설해 홍보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것이 5개의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하겠다고 벌인 일들이었다.

3월, 애써 모른척 하지만 슬슬 후회하기 시작한다. 양치기 전략은 각각의 업무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해냈을 때 성공한다. 계획의 막막함 뒤엔 그 이상으로 스스로 바라는 기대치가 있다. 고민이 이어지던 중 도전학기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전에 받았던 전문가의 컨설팅 내용을 떠올렸다. 그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그리고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 책임져야 할 일을 분명하게 해내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잘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껏 직무를 맡으면 모든 일을 끌어안으려 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엔 최소한의 업무만 해왔다. 그러다 보니 끝내지 못하고 사라진 목표가 많다. 이번 학기 반드시해내야 하는 무수한 일 앞에서 난 용기 내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도전학기 작업을 위해 그동안 이화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보고서 작성 및 촬영 준비에서 도움을 청했다. 사진집에 촬영물과 함께 실을 코멘트를 얻고자 주제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예술인, 기업인, 그리고 전문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선뜻 작업에 도움을 주었으나 매번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인데 도움을 구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거절하면 어떡하지’ ‘부탁하기엔 이미 늦었을까, 너무 바쁜 분이잖아’ 무수한 고민 속에서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현재 구독 중인 <일간 이슬아>를 읽으며 괜히 머쓱했던 적이 있다. 지난 5일의 에세이 ‘아쉬운 대답 드려 죄송합니다’엔 날마다 수많은 메일이 출판사 메일함으로 오는데 거절 메일을 직원인 복희씨가 해주어 자신이 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거절의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무엇보다 흥미롭지 않아서 등이었다. 그 수많은 곤란한 메일 중엔 용기를 담아 보낸 내 메일도 있다.

결국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듯하다.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 마지막은 지시를 잘하는 사람이다. 운이 좋게도 사진부엔 앞의 두 가지 스타일로 일하는 든든한 부원들이 있다. 활동한 지 2년 가까이 되도록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사진부 서랍장에서 반사판과 고장난 플래쉬를 찾아 고쳐야 한다고 연락이 오는가 하면(아직 해결해주지 않았지만), 기획을 위해 사비로 소품을 사는 부원, 사진을 멋지게 찍어오는 부원,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는 부원도 있다. 덕분에 난 업무를 지시하는 일만으로 사진부가 일주일 동안 책임져야 할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완벽주의의 비밀은 완벽히 모든 일을 나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용기에 있는 것 같다. 다른 이와 함께 한다면 혹여나 완벽하지 않아도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학기, 무작정 계획한 일들의 매듭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이다. 끝으로 내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함께해서 좋았다고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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