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23)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3일 보도됐다. 변 하사는 2020년 1월 스스로 트랜스젠더임을 세상에 밝히며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왔다. 그의 죽음에 사회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지자 본교 커뮤니티 내에서도 해당 이슈가 화두에 올랐다. 변 하사를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온 한편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적 발언이 표출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트랜스젠더들의 성별 정체성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트랜스젠더 혐오를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며 일부 글에서 갈등이 일었다.

21학번 ㄱ씨는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커뮤니티 속 발언들을 주의깊게 읽었다. 그는 “특히 트랜스젠더가 여성혐오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글이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글은 MTF(Male-To-Female)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꾸밈을 수행하고자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기존의 젠더 이분법을 고착화하기에 페미니즘 흐름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주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만 트랜스젠더의 논의가 대부분 MTF의 사례들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을 논바이너리로 정체화한 ㄴ씨는 몇몇 글을 보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며 혹시나 저 사람이 트렌스젠더를 혐오하지 않을까 걱정하게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내 논의에 대해 고병진(여성학 전공 박사과정)씨는“트랜스젠더를 과도한 여성성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데 이는 그들을 정형화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라며 “트랜스젠더를 하나의 모습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혐오에 대해 “이화를 여성의 공간으로 지켜내려다 보니 외부인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불안의 방향이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성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통적인 여성 범주에 완벽하게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리하게 지워나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커뮤니티에 피로를 느껴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온라인 상 여론이 주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본교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은 “커뮤니티가 익명의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만 때때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내보인다는 한계가 있다”며 “일부 게시글에서는 학내에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하고 있는 성별이 동일하다고 느끼는 사람) 외의 구성원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변날은 “타인의 존재, 경험, 신체에 증명을 요구하는 태도는 명백한 혐오”라며 “학내 커뮤니티의 자정과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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