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가 본인 수업에서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후 해당 교수가 수업에서 사용한 자료와 변호사시험 문제 사이 유사성이 인정됐다.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 공분을 얻었고 추후 대응과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일으켰다.

 

출제 방식이 연대 유출 가능케 했나

유출된 경위는 변호사시험 출제 방식과 관련 있다. 현재 변호사시험의 문제 중 일부분은 해당 연도에 선발된 출제위원들이 법무부의 문제 은행에 있는 문제들을 변형해 출제하기도 한다. 유출을 막기 위해 출제자에게 유사한 문제를 특강, 모의시험, 학교 시험 등에 출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다. 각 법전원은 시험자료 등을 법무부에 제출해, 변호사시험 문제와의 동일성을 검사 받아야 한다.

유출 논란에 휩싸인 연세대 법전원 교수 ㄱ씨는 2019년 문제은행에 문제를 제출했다. 이후 해당 문제를 변형해 2020년 가을학기 모의고사 해설자료로 활용했다. 법무부는 시험에 출제한 것이 아니기에 동일성 검사에서 걸러낼 수 없었으며, 시험 등이 아닌 강의 자료에 활용한 것이기에 서약서 내용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약서만으로는 문제 은행 유출을 막기 부족해 유출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본교 법전원 서을오 교수는 “변호사 시험의 출제와 채점은 무척 번거로운 데 비하여 보상이 크지 않은 작업”이라며 “출제자의 책임을 강화하면 유능한 사람들이 변호사시험 출제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원래 의도와 달리 문제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서 교수는 이번 유출 사건에서 ‘개인의 부주의’보다는 ‘충분하지 않았던 검토 과정’에 대해 집중했다. 그는 “출제와 검토, 채점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법무부가 택한 만점처리, 더 큰 불공정 낳았나

법무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전원 만점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본교 커뮤니티를 포함해 법전원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전원 만점 처리가 부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월10일 전원 만점 처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일부 응시생들의 집행정지 신청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됐다. 국가를 상대로 현재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추가 제기된 상태다.

유출된 문제는 120분 동안 2문제를 풀어야 하는 공법 기록형 시험 문제 중 하나로, 해당 문제의 배점은 50점이다. 본교 로스쿨 출신 ㄴ씨는 “1660점 만점인 시험에서 단 1점으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며 “이번 전원 만점 결정으로 인해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이경수 대표는 법무부의 만점 처리에 대해 ‘피해자 중심의 해결이 아닌 행정편의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과목의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가 나오는 변호사시험에서 한 문제 전원 만점처리는 해당 과목 점수로 다른 응시자와 변별력을 두려고 했던  수험생에게는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 없다면 제2의 유출 가능

본지와 인터뷰한 모두가 이번 변호사시험 유출의 근본적 이유로 ‘법전원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변호사시험제도’를 꼽았다.

법전원은 변호사 수를 늘려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을 강화하는 등의 목적하에 2009년 도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2012년 실시된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87.14%임에 비해 2019년 치러진 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3.32%이다.

서 교수는 “일정 수준 전문 지식을 습득했다고 인정되면 절대평가 원칙에 따라 응시자 90% 이상을 합격시키는 의사 국가 고시와 유사하게 변호사 시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절대평가로 진행했다면 이번 문제 유출 사건이 합격자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심판을 제기한 응시생 ㄷ씨는 “상대평가로 인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제한되자 전국 25개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실정”이라며 “자신들의 로스쿨 출신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문제 유출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응시생 ㄹ씨 역시 변호사시험을 “남의 제자를 떨어트리고 나의 제자를 합격시켜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출제에 참여한 교수들이 남들은 못 풀어본 문제를 나의 제자에게만 풀어보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본교 로스쿨 출신 ㄴ씨는 “공정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법조인을 양성하는 변호사 시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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