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지 8개월째. 처음 시행된 비대면 강의에 모두가 낯설어하던 것도 잠시, 이제는 교수와 학생 모두 이 상황에 제법 익숙해졌다. 교수자는 수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본지는 1604호부터 교수의 수업 전(全) 준비 과정을 살펴보는 ‘언택트 이화, 교수의 강의로그(강의-LOG)’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 본지는 강미선 교수(건축학과)의 연구실을 다녀왔다.

 

좋은 음질을 위해 헤드셋을 끼고 강의를 진행하는 강미선 교수. 그는 매 수업 리액션 조를 지정해 학생들과 소통한다. 사진은 학생의 발표를 듣는 강 교수의 모습.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좋은 음질을 위해 헤드셋을 끼고 강의를 진행하는 강미선 교수. 그는 매 수업 리액션 조를 지정해 학생들과 소통한다. 사진은 학생의 발표를 듣는 강 교수의 모습. 민경민 기자 minquaintmin@ewhain.net

평소 같으면 강 교수의 수업 준비가 한창일 아산공학관 306호는 한적했다. 강 교수는 본지가 방문한 날(9월21일)만 예외적으로 305-1호에서 주거의 역사와 건축문화를 다루는 <주거로보는건축문화(주보건)>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306호 연구실 EWHA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이지만 당황함은 잠시. 강 교수는 금세 와이파이(WiFi)를 연결해 수강생 80명을 맞이할 줌 강의실을 열었다. 외부인 차단을 위해 학생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번호도 설정했다.

그의 수업 필수 아이템(Item)은 바로 로지텍(Logitech)사의 헤드셋.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타대 교수의 추천을 받아 사비로 구매했다. 강 교수는 첫 줌 수업 때부터 꾸준히 이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다. 제약이 많은 비대면 상황에서 더욱 좋은 음질을 학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헤드셋은 정말 중요해요. 빈 교실에서 수업할 경우 소리가 울리기도 하거든요. 주변 교수님에게 헤드셋 사용을 많이 권하기도 했죠.”

노트북 두 대로 줌 강의실에 접속하고 헤드셋을 끼면 이날의 수업 준비는 끝이다. 노트북 한 대에는 강의 자료를 띄워 수업을 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참여자 화면만 띄워 학생 얼굴을 본다. 교실과 똑같은 수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생 모두 카메라를 켜기로 첫 수업시간에 약속했다.

 

이윽고 오후12시30분, 수업 시작이다. “여러분, 30분이네요. 수업 시작할게요. 주말 잘 보냈어요?” 강 교수가 수업 시작 인사를 건네자 줌 강의실에 미리 들어와 카메라를 꺼뒀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화면을 켜고 인사한다. 이어 강 교수는 이날의 ‘리액션(Reaction)’을 담당할 ‘리액션 조’를 호명했다.

‘리액션 조’는 <주보건> 수업에 있는 특별한 조다. <주보건> 수업은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그날의 리액션 조가 주로 대답을 한다. 리액션 조에 뽑힌 6명의 학생은 마이크를 켜두고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리액션 조가 아닌 학생들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다.

비대면 수업 환경상,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활발하게 돌아오지는 않는다. 대면 수업과는 달리 표정을 바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반응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리액션 조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든 학생이 스피커를 끄면 벽에 이야기하는 것 같고, 전부 켜자니 너무 소란스러워서 리액션 조만 켜기로 했어요. 질문했을 때, 마이크를 켜고 답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한 장애물이거든요. 줌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켠 참여자는 화면이 참여자 목록의 앞쪽으로 이동해요. 리액션 조는 마이크를 항상 켜두니까, 바로 앞에 보이는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을 수 있어 좋아요.”

강 교수는 이 아이디어를 ‘불금의 줌 연습’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 전파하기도 했다. ‘불금의 줌 연습’ 단톡방은 화상강의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강 교수와 타대 교수 25명이 모여 만든 단톡방이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들 참신한 생각이라며 웃었죠. 본인도 리액션 조를 운영하겠다는 교수들이 많았어요.”

종종 연결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대면 수업보다 좋은 부분도 있다. 강 교수는 줌 덕분에 학생들을 보다 친근하게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학생을 부를 때, ‘거기 노란 옷 입은 친구’라며 이름 대신 인상착의를 토대로 지목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줌에는 이름이 나와 있으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느낌도 들고요.”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며 강의하다 보니 어느새 75분이 지났다. 수업 도중 모르는 부분이 있어 줌 강의실에 남아있던 학생들과의 질의응답까지 마치면 오늘의 수업은 끝. 강 교수는 306호로 돌아가 목요일 <주보건> 수업 준비를 한다. 오류가 났던 연구실 공유기도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강 교수는 줌의 순기능을 극대화한 답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 학기 1학년 수업인 <건축학개론>에는 답사가 계획돼 있었다.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이 지나가고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주춤했을 때, 강 교수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답사를 진행했다.

특별한 점은 줌을 이용한 ‘거리두기 답사’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로7017에 모인 강 교수와 학생들은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 휴대전화로 줌을 연결해 이어폰을 꽂았다. 강 교수가 설명하면, 학생들은 같은 공간을 바라보며 이어폰으로 강 교수의 말을 들었다. 마치 박물관에서 들을 수 있는 도슨트 설명과도 유사했다. 학생들이 줌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줌 링크를 공유했기 때문에 답사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도 오디오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거리두기를 하며 현장에서 수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페이스북(Facebook)에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죠. 이런 방법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 학생들을 처음 봤는데, 서로 울컥했던 기억도 나네요. 되게 감동적이고 좋았어요.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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