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민법총칙' 강의 캡쳐
출처='민법총칙' 강의 캡쳐

서을오 교수(법학과)는 완벽한 <민법총칙(민총)> 강의 영상을 위해 수업이 끝난 뒤에도 열심이다. 그는 개인 시간을 들여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기도 하고, 강의 시간의 2~3배를 편집하는 데에 쓰기도 한다. 서 교수의 노력이 전해지는 걸까. 학생들은 <민총> 강의의 배경음악(BGM)과 폰트(Font)에 반응하며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민총> 강의 영상은 도입부부터 눈길을 끈다. 16일 자 수업 강의 녹화본을 재생하면, 분홍빛 꽃이 만발한 본관 사진이 나온다. 이윽고 경쾌한 블루스 음악과 함께 ‘민법총칙 with 서을오 교수’라는 자막이 뜬다. 고딕체나 굴림체와 같은 딱딱한 글꼴이 아닌, 하트와 도트(dot) 무늬가 새겨진 귀여운 글꼴이다. 이후 만화책을 보는 듯한 효과와 함께 오늘 자 수업 목차가 나오고,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가 다 끝나면 마찬가지로 꽃이 핀 교정의 나무 사진과 ‘끝. 다음 시간에 만나요.’라는 자막이 학생을 배웅한다.

서 교수는 마치 ‘편집의 신(神)’처럼 보이지만, 모든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다. 사실 서 교수는 ‘초보’ 편집자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기 위해 프로그램을 설명한 책도 빌려 읽었고, 유튜브와 구글에 프로그램 사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주위에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전적으로 혼자 해결한 셈이다.

“처음 영상 편집을 시작했을 땐 너무 막막했어요. 강의 동영상을 당장 올려야 하는데, 기능을 모르니까 몇 시간 동안 헤맨 적도 있었습니다.”

계속 부딪히다 보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 현재는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서 교수는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자막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도입부 효과는 무엇을 쓸지 전부 고민한다. 예컨대 도입부(Intro)에 나오는 자막은 교정 사진이 나오면, 1초 정도 뒤에 나타나도록 구간을 배치한다. 마지막 부분(Outro)에는 서 교수가 수업을 마무리하며 말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음악이 목소리와 심하게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음악의 볼륨(Volume)을 줄인다.

파이널 컷 프로 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줌 수업 영상에서 추가로 설명할 부분이 있다면, ‘OB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녹화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사용 방법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서 교수가 즐겨 이용한다. 수업 내용을 보충할 때 주로 사용한다.

수업 영상을 잘라내기도, 합치기도 한다. 한 강의안이 수업 시간 내에 끝나지 못한 경우, 그 강의안에 대한 수업이 전부 끝난 뒤에 한 개의 파일로 편집해 올린다. 16일 자 수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시간에 이어지는 강의안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강의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지난 시간 편집본과 합쳐 올렸다. 앞 부분은 편집해 학생들의 학습 이해를 도왔다.

수업 외에도 서 교수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카메라를 켠 학생의 얼굴이다.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 교수는 수업 시간에 카메라를 켜는 것도 전적으로 학생의 선택에 맡긴다. 그러나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강의 영상에는 이들의 얼굴이 절대 나오지 않도록 편집하는 과정을 추가로 거친다.

이렇게 하루 수업 분량을 편집하면 영상 길이는 80분 정도. 그러나 서 교수는 이 80분을 위해 2~3시간을 쏟는다. 완성된 편집본은 동영상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그는 “맥을 산 지 5년이 넘었다”며 “그래서인지 동영상 변환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려 조금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랜 기다림 이후 영상을 올릴 땐 뿌듯함이 밀려오곤 한다. 서 교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학생들에게 최선의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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