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을오 교수의 '민법총칙' 수업은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다. 사진은 전반부 수업을 진행하는 서 교수의 모습.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서을오 교수의 '민법총칙' 수업은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다. 사진은 전반부 수업을 진행하는 서 교수의 모습.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어느새 9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지 7개월째다. 처음 시행된 비대면 강의에 모두가 낯설어하던 것도 잠시, 이제는 교수와 학생 모두 이 상황에 제법 익숙해졌다. 이들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연결된다. 교수자는 수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16일 본지는 서을오 교수(법학과)가 강의하는 수업의 전(全) 준비 과정에 참여해 그 과정을 살펴봤다.

 

오전9시, 법학관 337호. 교내에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시간이지만 서 교수의 연구실은 불이 켜있다. <민법총칙(민총)> 수업을 위해서다. 서 교수는 30분 뒤 학생들을 만날 준비로 분주하다.

그의 책상은 연구실 가장 안쪽에 있다. 애플(Apple)사의 맥(Mac)이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간이 옷걸이가 있는 개인 공간. 바로 여기에서 237명(청강생 제외)이 수강하는 <민총>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 전 서 교수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마이크 준비. 사비를 들여 음향기기 전문 업체인 AKG사의 마이크를 구매했다. 비대면 수업에서는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업에 앞서 강의 자료를 확인하기도 한다. 진도를 어느 정도로 나가야 할지 다시 한번 가늠하기 위해서다. “수업은 즉흥 연주 같은 거예요. 미리 준비해도 그때그때 달라요. 길게 할 때도 있고, 짧게 할 때도 있고. 그래도 수업 전 확인은 필수죠.”

이날 강의에서 활용할 PDF 파일은 3개. 지난 수업에서 이어지는 파일과 새로 수업할 파일, 그리고 ‘수강생 의견’ 파일이다. 수요일 <민총> 시간에는 20분 정도 ‘수강생 의견’을 듣는 시간이 있다. 매주 보는 퀴즈의 마지막 문항에는 ‘이번 주에 당신의 기분은 어떠셨나요?’라는 질문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을 모은 코너다.

수업 2분30초 전. 미리 열어둔 줌 강의실에 학생들이 제법 들어와 있다. 줌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은 전부 꺼둔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무음모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연구실 전화선까지 뽑아둔다. 소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창문도 닫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175명밖에 없네요. 옆에는 학보사 기자가 오셨습니다. 오늘은 법률행위의 해석부터 시작할게요.”

이날 <민총> 수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수업 시작 25분과 50분이 됐을 때, 1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는다. 75분을 쪼개 수업해야 하기에 시간 분배는 필수다. 계획대로 수업하기 위해 서 교수는 컴퓨터 화면 왼쪽에 시계 위젯(Widget)을 띄운다. 이 시계를 확인해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민총>은 법학 수업이기에 그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 교수는 수업 자료에 적힌 용어를 마우스로 끌며(드래그하며) 설명한다. 초반부 수업을 끝내고 찾아온 쉬는 시간. 첫 번째 쉬는 시간에는 자동 출결 기능을 이용해 출석 체크를 한다. 서 교수가 좋아하는 차(茶)도 마시며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쉬는 시간이네요. 차 드시고 스트레칭도 하세요. 저는 차 마시겠습니다. 오늘의 출석번호는 687입니다.”

이후 이어진 ‘수강생 의견’ 시간. 여기에는 수업 질문을 모은 ‘질문’ 코너와 자유로운 이야기를 담은 ‘이런저런 이야기’ 코너가 있다. 두 번째 코너에 담긴 마지막 의견이 인상적이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이 이화에서 2년이 흘러 기분이 개똥 같다. (내가) 개똥이가 됐다’는 사연이다. 학생이 함께 첨부한 「강아지똥」 캐릭터 사진도 보인다.

“마지막 의견이 우리에게 웃음을 줬네요.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강아지똥」이라는 유명한 동화가 생각납니다. 개똥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 개똥입니까.” 서 교수가 미소를 짓자 학생들도 화면에 웃음을 보낸다.

후반부 수업까지 마치면 이날의 강의는 끝이다. 수업이 끝나면 줌 채팅창을 확인한다. 수업 도중에는 집중하기 위해 채팅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지에 대한 답변은 사이버캠퍼스(사캠) 공지사항이나 Q&A 게시판에 남긴다.

그러나 서 교수의 할 일은 아직 남아있다. 자동녹화된 줌 수업이 컴퓨터에 저장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장된 영상을 따로 편집해 올리는 것까지가 서 교수의 몫이다. 서 교수는 애플 사의 ‘파이널 컷 프로(Final Cut Pro)’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서 교수의 강의 녹화본은 조금 특별하다. 도입부(Intro)와 마지막 부분(Outro)에 서 교수가 직접 찍은 교정 사진이 나온다. 이날 녹화본에는 어떤 사진을 고를지 고심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을 생각하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영상이 완성되면 목소리만 따로 추출한 파일(Audio Only)도 저장한다. 때로는 소리만 듣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의 배려다. 영상과 오디오 파일을 원드라이브(OneDrive)에 올려 학생들과 공유하면 수업은 마무리된다.

원드라이브를 쓰는 이유는 안정성과 속도 때문. 그런데 사캠에도 올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서, 현재는 사캠과 원드라이브 양쪽에 모두 올리고 있다.

책상 앞에서의 수업이 무사히 끝났다. 다음날은 <시민생활과법> 수업이 있다. 학생 363명을 화면으로 만날 준비를 하며 서 교수는 다시 다음 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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