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재학생들이 다양한 재료로 작업을 진행하는 조예대 A동(조형A동). 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학생들은 건물에 없지만 매일 출근해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4명, 남성 1명으로 이뤄진 조형A동 청소팀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쓴 재료 찌꺼기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조형A동 뒤편 야외작업장 청소 현장을 3월18일 오전9시~11시 기자가 함께 동행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청소하는 조형A동 청소팀, 그들의 일과를 담았다.

 

3월18일 오전9시 조형A동 석조 작업실에서 한 청소 미화원이 물청소를 진행하는 모습. 작업실 안에는 배수구가 없어 석고로 뿌옇게 변한물을 끌개로 직접 퍼내야 한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3월18일 오전9시 조형A동 석조 작업실에서 한 청소 미화원이 물청소를 진행하는 모습. 작업실 안에는 배수구가 없어 석고로 뿌옇게 변한물을 끌개로 직접 퍼내야 한다.
사진=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기자가 현장에 찾아간 오전9시 조형A동 뒤편 석조 작업 실에는 물소리가 가득했다. 작업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석고 가루가 섞여 회색 빛을 띠었다. 안전 제일이라는 문구 아래 장화를 신은 5명의 청소 미화원들은 야외작업장 3곳의 물청소를 약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야외작업장 청소는 반복적으로 작업장 내부에 물을 채우고 끌개로 물을 빼내는 작업으로 이뤄졌다. 미화 일을 모르는 기자에게도 야외작업장 청소는 교내 미화직이 맡는다고 상상할 수 없는 막노동처럼 보였다.

7년차 팀원 ㄱ씨는 야외작업장 청소에 대해 “1년에 2번 진행한다”며 “야외작업장 청소하는 날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1년차 팀원 ㄴ씨는 “미화를 하는 우리가 청소하기엔 업무 강도가 세다”며 “용역을 구해 청소를 진행하면 될 것”이라 전했다.

청소는 조형A동 뒤편의 석조 작업실에서 시작됐다. 1년차 팀원 ㄷ씨가 작업실 실내, 바깥 외벽, 그리고 바닥까지 센 수압의 호스로 청소하면, 나머지 팀원들이 커다란 끌개로 물을 바깥으로 퍼냈다. 주위의 소음이 커 기자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차오른 물을 밖으로 일일이 빼내는 이유는 작업장 내 하수도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 지부 양미자 이대분회장은 “하수도 시설이 없어 물 빼기 힘들다”며 “출입구(물 빠지는 곳) 반대로 경사져 물이 고 이니까 일일이 물 빼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팀원 한 명이 잠깐 허리를 펴는 사이 다른 팀원들은 다시 일을 했고, 작업장 옆의 여자 화장실도 같은 방식으로 청소했다. 작업이 다 끝날 무렵, 팀원들은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물 좀 먹고 합시다.”, “허리 부러 지겠다.” 오늘 해야 할 청소 구역이 3개라는 소식을 들은 팀원은 “하루에 어떻게 3개를 다 하냐”며 “3개 다 한다는 말 없었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석조 작업실 옆의 금속조실로 이 동한 팀원들은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금속조실에서 흘러나온 물은 금속 가루가 섞여 검은색이었다. 금속조실로 옮긴 후부터 석조 작업실 앞에서 마주친 학교 직원이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원래 같이 일하던 미화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조예대 직원”이라 답했다. 학교 직원이 청소를 도운 덕에 작업은 전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오전10시 세 번째 청소구역인 금속조실 옆 목조장으로 이동했다. 학교 직원이 벽면과 바닥에 수도로 물을 뿌리면, 팀원들이 끌개로 물과 찌꺼기를 바깥으로 흘려보냈다.

작업실이 많은 특성 때문에 조형A동은 다른 건물에 비해 청소가 고되다. 음악대학(음대) 건물에서 일하다 지난 1월 조형A동팀에 합류한 ㄴ씨는 조예대와 음대 건물은 노동 강도 차이가 크다 말했다. “여기(조형A동)는 아주 막노동인 것 같아요. 음대는 밀대 작은 것으로 이렇게(작은 모션을 취하며) 하면 되는데, 밀대 크기부터 달라요.”

ㄱ씨는 “여기(조형A동)만 이런 식으로 청소한다”며 “작업장의 본드, 제소, 물감 등은 잘 지워지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퍼내고 긁어내야 해 완전히 노동”이라 전했다. 그는 “(야외작업실 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실도 더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청소는 오전10시45분에 끝났다. 원래 청소 시간보다 15분 더 근무했다. 팀원들은 조형A동 뒤편에 있는 작은 컨테이너박스 휴게실로 이동했다. 그들은 점심 식사 후 오후1시부터 청소를 재개할 예정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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