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비혼에 통하다, 사회적 편견과 어려움 딛고 한 걸음씩 나아가
웹툰으로 비혼에 통하다, 사회적 편견과 어려움 딛고 한 걸음씩 나아가
  • 임유나 기자
  • 승인 2020.0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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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일상 그려낸 웹툰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 헵시바 작가를 만나다
헵시바 작가가 그린 본인과 반려동물 캐릭터. 헵시바 작가와 고양이 깜장이, 하양이, 삼봉이와 강아지 초코가 같이 있는 모습.제공=헵시바 작가
헵시바 작가가 그린 본인과 반려동물 캐릭터. 헵시바 작가와 고양이 깜장이, 하양이, 삼봉이와 강아지 초코가 같이 있는 모습.
제공=헵시바 작가

고양이 3마리,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헵시바 작가.

헵시바 작가(정보디자인과·01년졸)의 가족 구성원이다. 그의 가족 형태는 앞으로 변함없을 예정이다. 비혼을 택했기 때문이다.

헵시바 작가는 비혼에 대해 “비혼은 원래 길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 생긴 샛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툰에서 또 다른 샛길을 만들고 있다. 기존 웹툰에서 보기 힘든 소재였던 비혼을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것. 헵시바 작가는 비혼을 하며 겪은 자신의 일상을 웹툰으로 그리고 있다.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 중인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2018~)다.

아직 어떠한 매체와도 인터뷰한 적 없던 그였지만,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모교니까 서면 인터뷰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며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3월27일과 3월30일 이틀에 걸쳐 헵시바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는 2018년 4월, 첫 번째 에피소드 ‘선택’으로 시작했다. ‘선택’에서 헵시바 작가는 ‘비혼은 결혼을 못한거야’라는 편견을 재미있게 반박하며 비혼을 선택한 이야기를 한다.

헵시바 작가가 비혼을 택한 건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다. “남자친구와 사귀다 결혼 생각을 하고 결혼생활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 제가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걸 깨달았어요. 성격검사를 해보니 독립적이고 제 성격 유형에 독신이 많더라고요. 그냥 나는 비혼이 체질이구나 생각했어요.” 비혼은 특별한 결심이라기보다 자기 자신답게 살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비혼을 택했을 때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족들의 반대부터 일상 속 사소한 것들까지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뒤로 돌릴 수 있나요?’는 강아지와 산책 중 느닷없이 한 노인의 경멸 섞인 이야기를 들은 일화를 다뤘다. “저거 딱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서 혼자 사는 게지. 젊은것들이 점점 저 밖에 몰라. 희생할 줄도 모르고.”

헵시바 작가는 비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에 통계자료, 해외 사례, 책, 논문 등 객관적인 자료로 하나씩 오해를 풀어간다. 자료를 인용하는 건 신뢰를 위해서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관련된 책을 읽는다”며 “상황이 분석되면 문제점이 보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웹툰을 그릴 때 항상 이런 과정을 거친다. 웹툰에서 과거의 경험이나 본인의 생각을 말할 때면 먼저 생각을 정리한다. 그 후 관련 책이나 자료, 기사 등을 다시 찾아보고 신중하게 출처를 밝힌다.

이외에도 그는 웹툰을 구상할 때 친구와 수다를 떤다고 가정한다. 헵시바 작가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중점을 두고 내 감정에 집중한다”며 “어떤 일을 겪었을 때 내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전했다.

올해로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를 연재한 지 2년 차. 한 화, 한 화 능숙하게 그리고 있지만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준비한 건 아니었다. 그는 원래 아동 그림동화를 그렸다.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동청소년센터에서 만화 수업을 했던 게 계기가 됐다. 수업을 받던 아이들은 그가 만화 선생님인데 웹툰을 그리지 않는 것에 의아해했고 헵시바 작가는 그길로 웹툰에 도전했다.

“원래 일상툰을 그리고 싶었는데 마침 비혼이라 비혼툰을 그리게 됐어요.” 무슨 웹툰을 그릴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웹툰을 그리는 게 어렵고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혼을 소재로 한 웹툰이었기에 가졌던 고민도 있었다. 헵시바 작가는 “비혼을 다루면 논란이 되고 특정 독자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짐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웹툰을 아끼는 독자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있었다. 독자들은 저출산, 결혼 장려시대에 비혼은 절대 정식연재가 안 될 거라면서 설정을 미혼으로 바꾸라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헵시바 작가도 제목에서 비혼을 제외할까 생각했지만, 손해를 좀 보더라도 비혼으로 밀고 나가자고 마음을 굳혔다.

그의 고민처럼 항상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비혼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몇몇 독자들은 가끔 욕을 하거나 비하하는 댓글을 단다. 헵시바 작가는 악플에 의연하게 대처한다. “반대가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하는 이야기들은 생각에 관한 부분이 많아, 사람이라면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보는 공간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악플들을 이겨낼 만큼 그의 웹툰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비혼에 대한 웹툰이 많지 않다 보니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는 독자들이 비혼에 대해 공감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됐다. “초반에 연재할 때는 이렇게 공감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일종의 실험같이 몇 화 그려보다 점점 재미가 붙었죠. 댓글 써주시는 분들 중 긍정적인 댓글은 연령대가 좀 낮은 것 같아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좋은 반응에 힘입어 얼마 전 시즌 4를 시작한 ‘뚜벅뚜벅, 비혼 라이프’는 출판도 준비 중이다.

헵시바 작가는 비혼을 결심한 후배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나에게 경제력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고민해보고 결정할 일이에요. 한국은 1인 가구를 위한 시스템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거나 가족에게 의지하는 사람이라면 비혼이 좋은 결정은 아니겠죠. 비혼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