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방문객 유의사항 조처는 유효한가? 관광객이 몇 명 오는지 세보다
본교의 방문객 유의사항 조처는 유효한가? 관광객이 몇 명 오는지 세보다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9.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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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5시 정문 배꽃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인해 보행로가 가득 찼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19일 오후5시 정문 배꽃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인해 보행로가 가득 찼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주말에 와서 세보지 그래요. 그때 정문에 서있으면 한국사람 찾는게 더 힘들어요.”

약 11년간 본교 정문 경비실에서 근무한 경비원이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21일 목요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2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정문 일대에서 학교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살펴봤다. 수업이 진행되는 평일의 캠퍼스가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관광객 수를 어떻게 세나?

관광객 수를 세보고 싶다 기획했을 때 모두가 물었다. ‘누가 관광객인지, 외국인 교수인지 어떻게 아느냐.’ 본지(2019년 5월13일자)에 따르면 학교 당국 또한 관광객 방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본교에 용무가 있는 외부인과 관광객을 명확히 구분해 통제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원은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문 경비실을 찾아 물었다. “어떻게 외부인과 본교에 방문하는 관광객을 구분해, 관리하시나요?”

“어휴, 관리 어떻게 해요. 못해요.” 기자에게 돌아온 경비원의 말이다. 대신 관광객임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를 알려줬다. 학교 정문 앞 ‘배꽃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자세히 관찰하거나 만지는 자들을 세면 된다는 것. 오랜 시간 근무하며 파악한 관광객의 학교 관광 패턴이었다. 넓은 캠퍼스 부지 내에서는 자유롭게 학교를 둘러보기에 구별이 어렵고 수를 셀 수 없지만, 비교적 좁은 정문 근처에서는 구별도 쉽고, 세기도 쉬웠다. “근접치는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가 말했다.

정문 웰컴센터 앞에 나왔다. 추운 날씨에,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수업 시작 직전에는 수업에 뛰어가는 학생도 많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관광객을 세기 전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배꽃 부조 앞에서 있는 사람 중 이화, 혹은 이화 슬로건이 적힌 옷을 입은 자는 제외.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제외. 셀카봉을 들고 함께 셀카를 찍는 사람, 단체로 내려와 앞에서 설명을 듣는 자들은 체크. 구별할 수 없는 사람은 서있는 사이 직접 물어봤다. “방문객이신가요?”

△ 155명과 0명

21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2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정문 일대에서 확인한 관광객은 155명. 둘, 혹은 다섯 이하의 소규모 무리가 대부분이었다. 관찰 시간 동안 단체 관광도 2팀이나 있었다. 경비원에 따르면 단체 관광객은 대부분 신촌기차역 앞에서 내려 정문에서 모인다고 한다. 이들은 배꽃부조 앞에서 잠깐의 설명을 듣고 학교로 줄지어 들어갔다.

배꽃 부조를 제작한 강석영 명예교수(도자예술 전공)는 자신의 작품과 소문에 관해 입을 열었다. “이화의 상징인 배꽃의 이미지를 백자로 표현했어요. 시각적 미를 중점으로 제작했죠. 어느 순간부터 관광객들이 구경 오면 부조를 만지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만지면 돈을 번다는 소문이 있대요. 심지어 제가 퇴임하기 전 한 관광객은 암벽처럼 타고 올라가 떨어져 다친 사람도 있었어요. 그 때문에 학교를 오가며 한 번씩 봤죠. 배꽃들 잘 있나 하고.”

문제는 배꽃 부조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할 때였다. 전신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은 인도 전체를 차지했다. 인도에 잠시 가방을 내려놓는 무리도 많았다. 사진을 찍을 때 그 앞을 지나가려면, 관광객 카메라 속에 남거나, 차도 방향으로 걸어야 했다. 같은 문제는 이전 본지(2019년 5월13일자)에서 다룬 설문조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본지 패널단에게 관광객 교내 방문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관광객의 방문이 본인에게 피해’라고 답한 패널단은 ‘무단 사진 촬영으로 인한 초상권 침해’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반면 약 2시간 동안 관광객 중 가던 길을 멈추고 웰컴 센터 앞 부착된 방문객 유의사항을 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10월 말 부착한 해당 유의사항은 ‘캠퍼스 내 모든 수업 및 연구 공간 내부 출입금지’ 등 4가지 사항이 쓰여 있다. 들어오는 길에 스치며 훑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자가 벽면에 적힌 4가지 사항을 모두 읽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초. 스쳐 지나가며 내용을 모두 숙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배꽃 부조 앞에서 만나 인터뷰 한 관광객은 이화에 모두 ‘최고의 학교’라고 칭찬했다. 이화를 알리는 문화 사절사가 될 수 있지만, 학생의 수업권 등의 침해 우려가 있는 관광객. 제52대 총학생회 ‘Emotion’(이모션)은 관광제 쿼터제 실현을 공약의 중점으로 뒀다. 올해 중앙운영위원회가 협의체를 통해 학교측에 요구한 바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관광객 방문에 관한 총학생회의 문제 제기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