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목소리로, 청취자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사 이슈
여성의 목소리로, 청취자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사 이슈
  • 박채원 기자, 배세정 기자
  • 승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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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팟캐스트 1위 · 구독자 4만 명, 그들의 살아있는 성장 서사

<편집자주>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시간 맞춰 TV 앞에 앉아 뉴스를 보는 것, 종이신문을 읽는 것보단 손 안의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게 익숙하다. SNS 등 새로운 미디어가 활발해지면서 뉴스 형태가 다양해지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뉴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매체, 다양한 콘텐츠의 바닷속에서 밀레니얼 세대,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뉴스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첫 번째 주자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시사 교양 토크쇼인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일명 듣똑라다. 이들은 팟캐스트 방송뿐 아니라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뉴스레터로 뉴스 큐레이션도 진행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도 그 활약은 이어진다.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왼쪽부터). 녹음실에서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있는 모습.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왼쪽부터). 녹음실에서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있는 모습.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합정동 양화진성지공원 옆길을 따라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지하 녹음실. 세 명의 기자가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결코 작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날의 주제는 뉴스 미디어의 변화.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박수 치며 한 시간가량의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스튜디오는 그 열기로 후끈하다.

홍콩 시위 상황, 조국 법무장관후보자 의혹 등의 가장 뜨거운 시사 이슈를 다루는 이들은 내일도 더 멋질 나를 위한, ‘밀레니얼의 시사 친구’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듣똑라)를 진행한다. 정치나 시사 이슈 프로그램은 발화자가 대부분 남성. 하지만 듣똑라는 기자 출신 여성 3명이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 셋 중 한 명인 이지상 기자(정외·09년졸)는 본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졸업생이다. 시사 뉴스를 여성들이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를 8월19일 상암 JTBC에서 만났다.

‘저희 셋이 그냥 듣똑라예요.’

김효은 기자가 정선언, 채윤경 기자와 사이드 프로젝트로 2년 넘게 진행하던 팟캐스트는 올해 초 중앙그룹 내 정식조직으로 자리 잡게 됐고, 그 과정에서 이지상 기자와 홍상지 기자가 새로 합류했다.

1월 개편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듣똑라의 인기는 숫자로 증명됐다. 듣똑라의 전체 구독자는 연초보다 5배 이상 늘어 4만 명이 넘었으며, 3월14일 처음으로 애플 팟캐스트 1위에 오르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밀레니얼의 시사 친구로서 그 역할을 똑똑히 해내는 세 기자는 어떻게 듣똑라를 꾸려나가고 있을까?

세 기자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말은 ‘1일 1배움’이다. 매일 부딪히고 깨지는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매일같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하던 일과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의 일만 했다면 지금은 기자이면서, 피디이기도 하고, 작가, 진행자, 콘텐츠 기획자, 커뮤니티 매니저, 마케터의 일 모두 다 하고 있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김 기자는 다양한 일을 혼합해서 하다 보니 늘 새로운 도전에 실패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매사가 돌부리의 연속이기에 홍 기자에게는 매 콘텐츠 하나하나가 성과처럼 느껴진다. “처음 팟캐스트에 합류했을 때는 내 콘텐츠로 어떻게 한 시간짜리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어요. 확신이 없을 때도 콘텐츠 하나를 완성하고 청취자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해볼 만한 피드백을 주실 때 보람차요.”

급증한 구독자 수, 팟캐스트 1위뿐만이 아니다. 이 기자는 그 어느 때보다 독자와 가까운 사람이 된 것 또한 성과로 꼽았다. 정치부 기자로서 현장에서 호흡하는 것을 기자의 미덕으로 배운 그는, 오프라인 모임, 공개방송을 통해 지난 8~9년의 기자 생활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김 기자는 청취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그들이 무엇을 원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듣똑라가 성장하고, 그 모습을 통해 ‘듣똑러(듣똑라를 듣는 사람들)’들과 긴밀히 연결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듣똑라는 청취자가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한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정해 전달하는 탑다운 방식의 기존 뉴스와는 반대다. 그들의 모토가 ‘밀레니얼의 시사 친구’인 만큼, 밀레니얼이 어떤 것을 알고 싶어하는지가 콘텐츠 구성의 요점이다. 듣똑러들의 피드백, 그들과의 소통은 듣똑라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애초에 시사 친구라고 한 건 저희가 뭘 알려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면서 똑똑해지자는 의미로 정한 거예요. 밀레니얼 세대는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데, 특징 중 하나가 자기 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걸 갖는 계기가 많지 않다는 거죠. 저도 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콘텐츠 하나를 소비하더라도 자기 확신이나 자기 효능감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찾고 싶은 것 같아요.” 홍 기자가 말했다.

편안한 목소리와 순발력 있는 진행은 듣똑라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행자로서의 일에 능숙했던 건 아니었다. ‘1일 1실수’를 농담처럼 말하는 그들은 목소리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팟캐스트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황정아 박사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는 황 박사가 여성 과학자로서 어떻게 이 길을 버텨왔는지를 들으며 세 명 모두 울음이 터져버렸다. 홍 기자가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라는 말로 방송을 급히 마무리했다. “당시 개인적 감정을 참지 못했다는 생각에 흑역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왜 울게 됐는지 흐름을 함께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방송을 이끌어가는 기자 모두 여성이다. 여성 발화자가 모여 시사 이슈를 얘기하는 콘텐츠는 듣똑라가 거의 유일하다. 김 기자는 “여성 발화자가 시사 이슈를 전하는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그런 콘텐츠가 더 많아져야 하고, 그 길을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몸담고 있던 정치 분야에서는 여성 발화자가 제한돼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성 발화자가 시사이슈를 얘기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팀에 합류했어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중요한 이슈를 기성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때 우리가 다시 조명해보는 콘텐츠도 이런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이 기자가 말했다.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신경 쓰이는 것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세 기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듣는 만큼, 단 한 명이라도 상처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무심코 던질 말 한마디가 편견, 차별에 갇힌 시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전에 기사를 쓸 때와 달리 독자들과 훨씬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특히 젠더 감수성이나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듣똑라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듣똑라가 제시하고 싶은 시각을 묻자, “듣똑라는 다양한 메뉴를 제안해줄 뿐”이라는 그들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기자는 “한 사안에 대한 맥락과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말해주며 독자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게 돕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기자는 “이미 독자들이 기자보다 훨씬 똑똑하다. 우리가 배울 때도 정말 많다”며 “독자들과 함께 가는 걸어 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듣똑라를 통해 세 기자가 목표하는 것은 다양했다. 김 기자는 듣똑라가 밀레니얼 세대가 필요로 하는 유익한 미디어가 됐으면, 홍 기자는 듣똑라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기자는 망설임 없이 오프라 윈프리와 미셸 오바마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오프라 윈프리나 미셸 오바마가 한국을 떠올릴 때 듣똑라를 떠올릴 만큼 유명한 미디어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살아있는 성장 서사예요. 아직은 완벽하지 않죠. 하지만 청취자분들이 있기에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화여대에도 듣똑러가 있겠죠? 들어주셔서 감사할 뿐이고, 더욱 퀄리티 있는 방송을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