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형무소 밖에는 수감자를 감시하는 불빛이 쉴새없이 사방을 비춘다.

각 옥사를 연결하는 중앙사에 들어서자 무수히 늘어선 감방들이 시선을 끈다.

감방 안에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 나체로 누운 사람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쇠창살이 있는 방에 얼굴을 들이대자 불현듯 나타나는 화면 속 내 얼굴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다른 방에는 석고와 붕대, 하얀 실로 만든 거대한 누에고치가 있다.

좁은 감방 안 변기에 직접 올라가 물을 내리면 변기 안에서 다양한 인간의 표정이 살아 움직인다.

이 모든 것들이 형무소란 틀 안에 모이자 더욱 으스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민족의 자주정신이 외세와 충돌하며 잔혹하게 억압 받았던 서대문형무소. 이곳 역사관에서 ‘충돌과 흐름’이란 주제로 4일(화)∼23일(일) ‘제1회 서울­신촌 아트 페스티벌’ 미디어 아트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정정주·빅토리아 베스너·랜달 파커·후지하타 마사키 등 70여명의 작가들이 형무소에 수감됐던 영혼의 이야기를 전한다.

역사관 입구와 담장에 설치한 Light Art가 관객을 역사의 흐름으로 이끌고 있다.

4개의 옥사는 각각 다른 주제로 감방 안 모습을 표현했다.

제9옥사는 ‘소통의 장’, 가장 좁은 감방들이 있는 제10옥사는 구속되고 고통받았던 ‘신체’, 제11옥사는 개인의 행동을 감시하는 ‘시각’, 제12옥사는 ‘충돌과 흐름’을 주제로 삼았다.

전시에 참여한 midea studio U.B.T의 진기종씨는 감방 안에서 죄수복을 입고 커다란 화이트 보드에 낙서를 하고 있다.

조그만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그의 낙서를 화면에 비춘다.

그는 “독방에 갇힌 수감자와 감옥 안의 낙서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며 자신의 작품 ‘혼자놀기’를 소개했다.

어두운 방안에 마주보고 있는 2대의 TV가 총소리를 내며 차례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홍대 앞 대안공간 팀 프리뷰에서 인턴 큐레이터를 하고있는 심아빈씨의 작품 ‘brother and sister’이다.

어린 시절 형제 간에 서로 보고싶은 TV 프로그램을 두고 싸웠던 기억을 현재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으로 발전시킨 발상이 독특하다.

TV의 총소리와 24시간 꺼지지 않는 화면은 멈추지 않는 싸움을 상징한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미디어 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방을 열어두고 특히 작품 전시를 위해 유적지인 형무소를 개방한 점이 좋았다”며 흡족해 했다.

밖에서 자극을 주면 감방 안에 설치한 기계들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장원씨의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짓지 않았는데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이 꽃같이 생겼다고 해 형무소에서 억압받은 이들에게 꽃을 바친다는 의미로 ‘헌화’라는 부제를 붙였다고 귀뜸했다.

이번 전시회는 대학생을 비롯해 공원 산책 중 구경하러 온 노인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이들은 특이한 작품과 ‘형무소’라는 어두운 감방이 하나의 작품 공간으로 변신한 것에 흥미를 느꼈다.

어머니와 함께 운동을 하다 전시회를 찾은 이대부고 3학년 최지현씨는 “형무소가 작품전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미디어 아트를 보니 신기하다”고 전했다.

형무소 안 과거의 기억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재형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가 만드는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은 시공을 뛰어 넘어 또 다른 세계와 만난다.

이 가상 공간에서는 과거와 미래도 살아움직이는 현재다.

미디어 아트 전시는 23일(일)까지 계속된다.

오정미 기자 dreaming_jm@ewha.ac.kr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형무소 밖에는 수감자를 감시하는 불빛이 쉴새없이 사방을 비춘다.

각 옥사를 연결하는 중앙사에 들어서자 무수히 늘어선 감방들이 시선을 끈다.

감방 안에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 나체로 누운 사람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쇠창살이 있는 방에 얼굴을 들이대자 불현듯 나타나는 화면 속 내 얼굴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다른 방에는 석고와 붕대, 하얀 실로 만든 거대한 누에고치가 있다.

좁은 감방 안 변기에 직접 올라가 물을 내리면 변기 안에서 다양한 인간의 표정이 살아 움직인다.

이 모든 것들이 형무소란 틀 안에 모이자 더욱 으스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민족의 자주정신이 외세와 충돌하며 잔혹하게 억압 받았던 서대문형무소. 이곳 역사관에서 ‘충돌과 흐름’이란 주제로 4일(화)∼23일(일) ‘제1회 서울­신촌 아트 페스티벌’ 미디어 아트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정정주·빅토리아 베스너·랜달 파커·후지하타 마사키 등 70여명의 작가들이 형무소에 수감됐던 영혼의 이야기를 전한다.

역사관 입구와 담장에 설치한 Light Art가 관객을 역사의 흐름으로 이끌고 있다.

4개의 옥사는 각각 다른 주제로 감방 안 모습을 표현했다.

제9옥사는 ‘소통의 장’, 가장 좁은 감방들이 있는 제10옥사는 구속되고 고통받았던 ‘신체’, 제11옥사는 개인의 행동을 감시하는 ‘시각’, 제12옥사는 ‘충돌과 흐름’을 주제로 삼았다.

전시에 참여한 midea studio U.B.T의 진기종씨는 감방 안에서 죄수복을 입고 커다란 화이트 보드에 낙서를 하고 있다.

조그만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그의 낙서를 화면에 비춘다.

그는 “독방에 갇힌 수감자와 감옥 안의 낙서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며 자신의 작품 ‘혼자놀기’를 소개했다.

어두운 방안에 마주보고 있는 2대의 TV가 총소리를 내며 차례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홍대 앞 대안공간 팀 프리뷰에서 인턴 큐레이터를 하고있는 심아빈씨의 작품 ‘brother and sister’이다.

어린 시절 형제 간에 서로 보고싶은 TV 프로그램을 두고 싸웠던 기억을 현재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으로 발전시킨 발상이 독특하다.

TV의 총소리와 24시간 꺼지지 않는 화면은 멈추지 않는 싸움을 상징한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미디어 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방을 열어두고 특히 작품 전시를 위해 유적지인 형무소를 개방한 점이 좋았다”며 흡족해 했다.

밖에서 자극을 주면 감방 안에 설치한 기계들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장원씨의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짓지 않았는데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이 꽃같이 생겼다고 해 형무소에서 억압받은 이들에게 꽃을 바친다는 의미로 ‘헌화’라는 부제를 붙였다고 귀뜸했다.

이번 전시회는 대학생을 비롯해 공원 산책 중 구경하러 온 노인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이들은 특이한 작품과 ‘형무소’라는 어두운 감방이 하나의 작품 공간으로 변신한 것에 흥미를 느꼈다.

어머니와 함께 운동을 하다 전시회를 찾은 이대부고 3학년 최지현씨는 “형무소가 작품전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미디어 아트를 보니 신기하다”고 전했다.

형무소 안 과거의 기억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재형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가 만드는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은 시공을 뛰어 넘어 또 다른 세계와 만난다.

이 가상 공간에서는 과거와 미래도 살아움직이는 현재다.

미디어 아트 전시는 23일(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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