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대 총학생회(총학) ‘Enable(인에이블)’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인에이블 선거운동본부(선본)는 ‘체인지 이화’ 선본과의 치열한 경선 끝에 2885표 차로 당선됐다. 단독 후보가 출마해 큰 변수 없이 당선됐던 지난 4년의 선거 형태와 비교해보면 이례적인 양상이다.

당선된 인에이블 선본은 앞으로 총학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임기는 9개월이다. 당장 2019년 총학생회를 이끌 총학이 당선됐다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첫째는 인에이블 선본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다. 채플 수업 개선 요구, 인하 요구 등의 공약은 올해 처음 선보여진 내용이 아니다. 매해 출마하는 선본 마다 약속하는 내용이다. 매번 흐지부지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이전 총학이 실패했던 공약을 다시 제시할 땐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곧바로 실현에 들어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사전에 해놨어야 한다. 인에이블의 공약집에는 문제 해결 ‘요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왜 ‘요구’라는 단어로 뭉뚱그릴까.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못하고 묵혀온 공약들이 다시 실패하는 건 아닌지, 또다시 학생들의 실망을 사는 건 아닌지 공동정책자료집만 봐서는 걱정이 앞선다.   

둘째는 공동정책자료집에 학생회와 학생 간의 소통 공약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체인지 선본은 공약에서 학생회와 학우 간 ‘Deep Talk’를 통해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했다. 기존의 설문 조사 방식이 아닌 총 3단계로 나눠 구성원과 심층적으로 소통을 해나가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인에이블 선본 공동정책자료집엔 학생회와 학생의 소통을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투표를 앞두고 본지는 구성원에게 총학생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물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소통’. 이화는 소통이 잘되는 총학생회를 원하고 있다. 

소통이 잘되는 총학생회에 대한 염원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특히 2016년 이후 이화는 그 어느 대학생 집단보다 강력하게 대학본부와 총학생회에 소통을 요구했다. 중요한 사안은 공유해줄 것,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줄 것, 모아진 의견이 학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그러나 여전히 ‘소통’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것을 보면 지난 총학이 구성원의 요구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총학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세이공청(洗耳恭聽), 남의 이야기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듣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총학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51대 총학이 겸청의 자세로 과거 총학의 실패를 곱씹어 더 나은 학생대표기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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