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제51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출마한 선본 ‘체인지 이화’와 ‘Enable’(인에이블)의 정책공청회(공청회)가 열렸다. 4년 만에 진행되는 경선이니 만큼 두 선본 모두 학생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제50대 총학 ‘이펙트’의 인권 및 사회연대 중심 공약과 달리 이들은 모두 교내 안전, 관광객 문제, 고시반 지원 등 본교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구체적인 사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체인지 이화는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총학과 학생 사이의 소통이 부족한 점을 근본적 문제로 꼽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생회 체계 개혁, 자치 학교 설립 등을 제시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공약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징계위) 학생 참여는 이미 기존 총학이 수차례 실패한 안건이다. 학교는 정관상 학생은 교원징계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총학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관과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체인지 이화는 이미 실패한 안건을 다시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편이 더 낫다. 

선본 인에이블은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관광객 문제, 고시반 지원, 수강신청, 채플 개선을 모두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들은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 보다는 관광객 쿼터제, 수강신청 취소신청지연제 등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인에이블 역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눈에 띈다. 장학금 일부를 적립금 환원비로 충당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불가능할뿐더러 논리도 빈약하다. 본교가 사립학교 중 적립금 2위로 적립금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립금은 목적이 정해진 돈이다. 즉, 학교가 장학금을 명시된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립금을 통해 장학금 일부를 충당하겠다는 것은 적립금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 총학으로 당선된 것이 아닌 선본의 신분이지만, 양 팀 모두 후보로서 정교한 공약 설계에 힘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선본 하나 당 제시한 공약들 간의 질적 차이가 지나치게 두드러진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상대적으로 철저히 준비된 공약이 있는 반면, 양적 극대화만을 위해 끼워 넣은 것처럼 보이는 공약이 종종 눈에 띈다. 그뿐만 아니라 양 팀 모두 앞선 총학이 실패한 안건을 적절한 수정과 보완책 없이 그대로 공약으로 가져온 것 또한 문제가 될 만하다. 요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제51대 총학만큼은 요구를 넘어 무언가를 실현시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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