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학, 줄어든 인력... 학생 서비스 질 저하로
커지는 대학, 줄어든 인력... 학생 서비스 질 저하로
  • 전혜진 기자, 취재 도움=김수현 기자
  • 승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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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 명목 인력 감축 부작용
전문 인력 양성 대신 비정규직만 양산
단대 행정 부실은 더 심각
“결국 학생들 피해로 이어져“

  본교의 행정지원 악화 문제가 심각하다. 5월23일 행정지원체제 개선방안에 대한 교수 간담회도 열렸던 만큼 현재 행정을 둘러싸고 인력 감축, 비정규직화, 행정 인턴제의 부작용 등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총무처 인사팀에 따르면 본교의 인력 구성원은 교원, 직원, 연구원 및 조교(T.A.:Teaching Assistant)로 구분된다. 교원은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전임교원으로 나뉘며 직원은 정규직원과 행정 인턴을 포함한 계약직원으로 나뉜다. 조교(T.A.)는 전일제 근로자로 대학원생 조교와는 다르다.  

  총무처는 “수년간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출 규모가 크고 고정적인 비용인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 진행돼 왔다”며 “2012년 315명이던 정규직원 숫자는 2016년 276명으로 40명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후 지속적인 정규 인력 보강을 위해 2016년 16명, 2017년 18명을 채용하고 올해도 채용을 진행했지만 4월1일 기준 정규직원은 289명으로 이전과 비교했을때 여전히 부족하다. 이로 인한 직원의 스트레스와 피로도, 학내 구성원의 행정 서비스 불만족 역시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행정 직원 전문성 인정해 균형 이룰 필요 있어

  본교 행정 악화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점차 대학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교수와 학생 수가 증가하고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역할수행을 위해 업무가 방대해짐에도 그에 맞는 행정 인력을 구성하지 못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직원 노동조합 정연화 위원장은 “현재 본교 행정은 인력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수적 감소뿐 아니라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학교의 유지와 발전을 저해하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평가 지표 어디에도 직원의 수나 행정 전문성 등의 내용이 다뤄지지 않다 보니 학교 행정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 재정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행정 인력 절감을 위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로 꼽히는 점은 직원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본교의 비정규직 인력 비율은 약 40%다. ‘2017 이화여자대학교 자체진단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는 총무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행정 인력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3년간 비정규직 비율을 평균 40.5%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추이를 보면 정규직은 2013년 315명에서 2017년 282명으로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2013년 203명에서 2017년 220명으로 증가했다. 

  정 위원장은 기간제 계약직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행정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저하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기간제 계약직의 경우 1년 계약 기간 후 근무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지만,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그는 “기간제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계속되는 충원 작업은 정규직 직원들도 본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고, 업무 인수인계 등 교육도 힘들어 그로 인한 업무 누락과 수습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이로 인해 정규직원의 업무량이 늘고 초과 근무도 일상화됐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 질과 사기 저하 등 조직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행정 인력의 수적, 질적 악화로 발생하는 문제 외에도 행정 분야에서 직원의 권한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의 고질적 폐해를 언급했다. 그는 “직원이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업무를 개선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위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교육 관련 대학 행정 분야에는 물론 교수 참여가 필요하지만, 그 외 행정 전문성을 갖춘 직원에게 주요 보직 참여를 통한 정책 판단과 결정권을 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학교는 타대와 비교해도 현저히 직원 보직에 대한 폐쇄성이 높아 직원들이 판단력과 리더십, 책임감 있는 행정 전문 인력으로 육성되기 어렵고 대학별 행정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례로 서울 주요 대학 중앙행정부서 직원 처장·부처장 발령 현황을 알아본 결과 대부분 대학에서는 이미 총무처, 관리처, 시설처 등의 중앙행정부서 처장직을 직원이 맡고 있다. 본교의 경우 총무처와 입학처의 부처장직 두 자리만 직원이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김혜숙 총장도 후보 시절 직원을 위한 공약으로 직원 부처장직 확대를 약속했지만 현재 달라진 게 없으며,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도 확인되고 있지 않다”며 “여전히 행정 직원의 전문성이 인정되지 않고 교수나 학생 활동을 보조하는 수동적인 역할로 치부되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에 있어 직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 직원도 이러한 상황인데 계약직이나 행정 인턴에 대한 처우는 말해 무엇하겠느냐”며 직원과 행정의 전문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학사 비리 사태와 이대목동병원 사태 등으로 학교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그 피해에 대한 희생이 급여 절감이나 인력 축소 같은 방식으로 직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더라도 인정을 받고 직원이 학교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면 이겨낼 수 있지만 요즘은 교수와 학생들도 직원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행정 직원에 대한 만족 하락으로 ‘월급만 받아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난도 있는데 이런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지원 악화 단과대학도 심각... 학생도 피해

  단과대학(단대)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ㄱ씨는 단대 행정 악화로 인해 “가슴이 미어터진다”고 말했다. 

  ㄱ씨에 따르면 현재 본교의 단대와 학과는 신뢰할만한 행정이 담보되지 못한 상태다. 그는 “행정 인력 감소는 학교 전체가 감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지만 단과대학은 특히 황폐해졌다”며 단대 행정 악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단대 행정실에 있는 온전한 행정 인력은 서너 명 정도이고 그마저도 풀타임 인력은 행정 인턴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 1년 이내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 인턴은 대부분 단대 학과 행정실에 배치돼 학과의 행정 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구인이 어렵다. 특히 취업 시즌에는 지원 미달이 더 심해져 학과 행정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또한, 계약 기간은 1년이지만 평균 근속은 약 8개월로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ㄱ씨는 “행정 인턴은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해 학과장의 지시에 헤매다가 익숙해질 만 하면 짐 싸고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조교 역시 행정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근무시간 및 장학금 액수에 따라 A급, B급, C급으로 나뉘어 있는 조교들도 각 학과에서 행정 업무를 보조한다. ㄱ씨가 소속된 단대의 경우도 직원 2명, 계약직원 6명, 행정 인턴 4명, 조교 약 30명으로 이뤄져 있다. ㄱ씨는 “정식 직원이 아님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정에 투입이 돼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담으로 ‘이화여대 행정은 조교행정’이라는 말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학생 조교의 주당 근무시간이 작년보다 축소됨에 따라 조교의 역할이 큰 단대 행정이 위기를 겪기도 했다. ㄱ씨는 “조교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빈자리를 나머지 인력이 충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일하고 있는 단대의 경우 행정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게 조교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영향을 심하게 받았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학교가 진행하는 사업 대비 행정 인원을 계속 감축해온 점을 문제로 짚었다. 퇴직한 직원 자리를 정규직원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계약직원으로 채우는 등의 방법을 쓰면서 인적 구성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계속돼오던 행정 악화는 특히 최경희 전(前) 총장 때 정도가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최 전 총장 당시 학교 긴축 재정을 체감할 정도로 행정 인력이 줄었고 계약직 양산이 당연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 당시 본교가 ACE 사업을 비롯해 여러 국가 지원 사업을 맡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ㄱ씨는 “재정이 가는 곳에는 일이 가는 법인데, 단대 행정 인력이 약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돈이 학과로 떨어져 업무가 과중해지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행정 인력의 약화는 결국 학생의 학교 생활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ㄱ씨는 “학생들이 학과 행정실을 찾을 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지금은 약한 인력이 전담하고 있다 보니 그럴 수 없는 상태”라며 이를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엄청난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의실에서만 학생 교육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만약 학업에 좌절을 느끼는 학생이 있을 때 행정실에 학과 일과 학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상담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행정 악화는 결국 학생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학교는 인건비가 높다고 말하지만 정상적인 행정을 위해서는 행정 인턴제를 그만두고 안정적인 인력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원활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대의 행정 인력이 지금보다 상당히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행정 인력을 중앙에서 관리해야 하고 행정 업무의 단계도 지금보다 줄여서 행정 업무를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 업무 학과 이전으로 학과장 보직 기피 ? “중압감과 부담감, 업무 지속성도 문제”

  행정 악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상은 행정 직원과 학생뿐만이 아니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에 따르면 현재 본교는 행정 업무가 학과로 집중되고 학과장 업무가 과중해짐에 따라 많은 교수가 학과장 보직을 기피하고 있다.   

  단대를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학과장 ㄴ교수는 “행정 업무로 인해 중압감과 부담감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행정 시스템이 바뀌면서 행정 업무를 학과에서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학과에서 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조교와 행정 인턴은 비전문적이라 마지막 마무리를 학과장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행정 업무를 한다. 실질적인 교육과 연구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행정 업무에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단순 행정 인력의 충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숙련된 전문 행정 인력의 필요성”이라고 말했다.

  인문과학대학에서 학과장을 맡은 ㄷ교수는 행정 업무의 비지속성을 문제로 꼽았다. 해당 학과는 학과 출신 행정 인턴을 구할 수 없어서 대학원생을 학과 조교 형태로 고용했으나 신분이 학생이다 보니 과중한 행정 업무로 인해 학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불만을 표했다. 

  ㄷ교수는 “학과의 행정 인력이 계속 그만두고 새로 들어옴에 따라 행정 업무를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차라리 나이 있으신 분들 중 행정 업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을 고용하는 게 지속성 있고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총무처는 위축된 행정체계와 인력구조를 신속히 안정시키고 구성원들이 더욱 신뢰와 만족감을 느끼고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되는 직원 신규 채용과 함께 오는 7월1일 교내 행정조직을 재정비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행정 인력의 고용 안정과 업무 연속성을 위해 행정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인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