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F ‘작은 영화의 함성’ 섹션 상영

  본지는 18일과 23일 카페 페라에서 ‘작은 영화의 함성’의 감독 12명 중 5명의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죽음을 둘러싼 세 개의 시선을 다룬 심리스릴러 <세 개의 시선>(2017)의 감독 권령현(커미·16), 사회 속에 내재된 혐오의 근원을 탐구하는 <중력의 임무>(2018)의 감독 양하은(서양화·14), 타인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자신의 꿈을 도막 위에서 토막 나는 생선에 비유한 <탁!상공론>(2017)의 감독 여진(서양화·15), 롯데리아 햄버거 한 입과 함께 안줏거리로 전락하는 우리 주변의 여성들의 이야기인 <걸레리아>(2017)의 감독 유주연(건반·14),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여성의 파괴욕과 임신 중절의 권리에 대한 갈망을 다룬 <깨트리기>(2018)의 감독 이지희(기독·16)이 참여했다.

 

  1. 본인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 영상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가
  3. 영상의 전달력을 위해 어떤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했나
  4. 이화 그린 영상제에 기대하는 바가 있는가

 

‘탁!상공론’ 감독 여진씨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여진 ‘탁!상공론’ 감독 여진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여진, <탁!상공론>(2017)

1.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밥상 앞에 앉은 나와 내 가족을 주인공으로 촬영했다. 엄마가 나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결국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다. 제목 <탁!상공론>은 ‘밥상에서 한 대화가 현실이 아니라 그냥 탁상공론이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이 되면 어떡하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지었다. 제목에 ‘!’를 넣었던 것은 ‘무릎을 탁 치는 말’임을 표현하고자 했다. 

2. 영화 속 대화에서는 예술의 자리와 지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민은 지금 내 나이에, 이 시대에서 누구나 하는 고민 같다. 그 자리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나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같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면 좋을 것 같다. 

3. 촬영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DSLR 카메라로 했다. 다큐멘터리가 부자연스럽게 촬영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약 4시간 동안 이야기 했다.  4시간 동안의 촬영 중에서 가장 재밌을 것 같은 부분만 잘라서 가져왔다.

4. 이번 첫 영화제에 참가할 수 있게 돼 감사했다. 이화 영화제의 규모가 더 커져서 유명한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3일이라는 기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울 만큼 재밌었다. 다음 영화제는 상영기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영화제를 준비하는 학생스태프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중력의 임무: 1973년 5월 5일’ 감독 양하은씨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중력의 임무: 1973년 5월 5일’ 감독 양하은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양하은, <중력의 임무>(2018)

1. 1945년부터 1994년까지 방영된 언론기관 ?대한 뉴스?에서 1974년 5월5일 어린이날 영상을 발견하면서 <중력의 임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94년생인 내가 보기에 74년도 영상 속 어린이들이 메스게임을 하는 모습은 사회주의를 연상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상상을 하게 됐다. 나의 작품에서는 세 명의 가상 친구들이 ‘중력의 임무’ 수행을 위해 지구에 내려와서 반복적인 춤을 추면서 사람들을 조종한다. 

2. 내가 지금까지 느끼는 모순점들을 같이 생각했으면 한다.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모순점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같이 생각해보면서 나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 평소 사회 속 모순의 근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독재나 일제 시대와 같은 역사 속 영상을 보며 그때부터 시작된 지역 감정이나 젠더 문제 등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러한 모순이 74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서 기승전결이 없는 서사로 만들었다.

3. 분할된 4개의 화면 속 작업은 각각 따로 만든 작업이다. 영상 속 각 작업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느낌을 고수하기 위해 한 장씩 손으로 그려서 프로그램으로 스톱모션작업을 했다. 기존에 하고 있는 작업이 페인팅과 영상 콜라보 작업이다. 함께 활용돼서 시너지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따로 보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영상이 페인팅과 따로 보이는 경우를 실험하고자 했다. 

4. 지난 영상제에 비해 이번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진 만큼 학교의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깨트리기’ 감독 이지희씨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깨트리기’ 감독 이지희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이지희,  <깨트리기>(2018)

1. <깨트리기>는 중앙동아리 누에의 영화 워크샵에서 제작한 영화다. 나는 기독교학과인데, 학교에서 배운 신학의 내용과 실제 삶의 교회나 설교의 현장에서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종교의 본질에 이질감을 느꼈다. <깨트리기>는 기존에 내가 가진 교회에 대한 분노와 여성에 대한 억압을 다룬 영화다. 가톨릭, 개신교에서 낙태와 관련한 문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경향이 보였다. 여기에 대한 반발심으로 ‘자궁을 깨트리고 싶다’라는 의미의 영화 내용과 관련해 지은 제목이다.

2. 언급되는 것조차 꺼려졌던 여성의 분노와 파괴욕 자체를 가시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나와 같이 욕구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보고 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3. 영화 전체가 목사님 설교에 맞춰서 진행된다. 설교 자체는 경건하고 조용한데, 그것과는 상반되는 불안정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다소 흔들리는 핸드헬드(Handheld) 방식으로 촬영했다. 생명이 없는 인형 속에 계란을 넣고 깨뜨리는 것을 연출해 설교에서 강조하는 인간과 태아의 생명성을 비판하고자 했다. 계란을 깨뜨릴 때 함께 나오는 빨간 액체는 피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액체를 섞은 가짜 피를 계란 안에 주입한 것이다.

4. 학생 영화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소중한 기회다.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세 개의 시선’ 감독 권령현씨<br>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 ‘세 개의 시선’ 감독 권령현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권령현, <세 개의 시선>(2017)

1. <세 개의 시선>은 2017년 초, 겨울에 제작한 영화다. 동아리 내에서 최단 시간, 최소 부원들로 만든 영화였다. 영화는 등장인물 지은의 죽음을 둘러싼 세 개의 시선을 다루며 총 3부로 이뤄져있다. 각 막은 지은의 남자친구 인호의 시선, 지은의 언니 지혜의 시선, 그리고 죽은 지은의 시선으로 구성됐다. 인물들의 시선 교차를 통해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제작했다. 

2. 당시에 정신병 때문에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심신 상실이라는 이유로 적은 형량을 선고 받은 기사를 봤다. 이와 관련해 정신병의 이유로 감형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부원들끼리 다루고 싶은 메시지와 연출이 있어서 <세 개의 시선>을 만들게 됐다. 

3. 눈과 표정이 중요한 영화여서 배우의 표정 연기를 최대한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후 가공에서는 서사의 진행에 따라 영화는 초반에는 따뜻한 색감을, 점차 푸른색 색감을 활용했다. 제일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장면에 오버랩되는 보이스 오버(Voice-Over)다. 영화에서 비중이 큰 효과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루는  1부와 2부에서는 보이스 오버가 나오지만 3부는 죽은 인물의 시선때문에 등장하지 않는다.

4.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나 전시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 위한 창작 환경의 필요성을 제고하는 영화제가 됐으면 한다.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걸레리아’ 감독 유주연씨<br>​​​​​​​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무비페스타 참가학생팀:‘걸레리아’ 감독 유주연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유주연, <걸레리아>(2017)​​​​​​​

1. <걸레리아>는 2017년 초 소수인원끼리 모인 워크샵 때 제작한 영화다. 여성들이 이름과 얼굴을 가진 인간으로 정체화되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성별만 남아 남성의 욕망으로 점철되는 것을 비판하고자 했다. 영화 속 남성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여성을 걸레라고 표현하면서 안주로 햄버거를 먹는다. 남성들이 ‘씹는’ 여성인 걸레와 실제 씹는 햄버거가 비슷하게 느꼈다. 마침 그 때 소재로 사용된 햄버거가 L사의 햄버거여서 ‘걸레’와 ‘L사’ 두 단어를 합쳐서 지었다.  

2. 남성들이 여성을 물건처럼 다루고 안줏거리처럼 소비하는 것을 비판하고자 했다. 영화를 보고 ‘저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만든 지 시간이 좀 지난 영화여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3.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원활한 편집을 위해서 촬영 중간에 몇 번 각도를 바꿨다. 처음 촬영 당시에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서 영화 전부를 흑백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나중에 영화에 대한 힌트와 타자화된 여성을 부각하기 위해 남자가 누나와 전화하는 장면에서는 색감으로 변화를 줬다. 

4. 이번 영화제에는 외부에서 기존에 있던 영화들을 많이 받아왔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영화제 운영에 있어서 누가 출품을 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런 부분이 잘 해결돼 영화제가 앞으로 계속 안정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학교에 영화 전공이 없다 보니 이 영화제가 영화를 하고 싶은 이화의 모든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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