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7회 지방선거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본교가 위치한 서울시 역시 10명의 시장 후보들이 앞다투어 공약을 발표하고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각의 주요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듣고 있자면 의문이 든다.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혁신적인 공약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자신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진지하고도 현실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 시장이자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부터 그러하다. 박 후보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으로 관광 산업과 MICE 사업의 활성화를 내세웠으나 애초에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됐는지 의문이다. 1년 전 사드(THAAD)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대폭 감소했을 때 한국의 관광 산업은 맥없이 흔들렸던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은 취약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다. 관광 산업의 수혜 역시 대부분 주요 관광지에 가게 및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성세대에 집중된 만큼 청년의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군이기도 하다. 국제회의 개최 등에 의존하는 MICE 산업 역시 관광사업과 다를 바 없다.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국제 정세 및 외교 관계 때문에 산업 상황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자금 조달 자체가 불가한 사업들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들도 많다. 단적인 예로 김문수 후보가 제시한 미세먼지 대안들은 모두 소모적인 재정 사용을 전제로 한다. 김 후보는 디젤 차량을 전기 및 수소 차량으로, 난방 보일러를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 먼지 측정기를 노인 시설에 모두 비치하고 아파트 및 빌딩 하부에는 모두 공원을 조성하며 광화문 광장 역시 전부 숲으로 교체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주요 고속도로를 지하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원 조성 예산은 평균 30억~60억에 달하며, 기존 사업들을 참고했을 때 고속도로 지하화 예산은 한 구간 당 적어도 ‘조’ 단위라는 점을 김 후보가 염두에 두었는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문수 후보에 이어 여론조사 3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블록체인’ 기술과 행정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혁신이 곧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 후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건강복지 카드를 만들어 건강정보, 진료기록, 연금정보, 복지혜택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 자신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문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공약 속에는 드러나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있었던 비트코인 파동으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현하며 각종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중앙정부와 정면 대치되는 정책이 될 가능성에 대한 고민 역시 부재하다. 

  정치인이 큰 틀의 이상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행정가는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현재 정치인인가 비정치인인가와 무관하게 그들은 시장이 되는 순간 행정가로서의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후보들의 공약은 행정가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자질은 듣기 좋은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아닌 주민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실질적 공약 실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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