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학력자’라는 말을 들으려면, 석·박사 학위는 필수.’ 이같은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하고 95년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등장한 ‘대학원 중심 대학’ 열풍이 이에 맞물려 대학생들의 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 학교 대학원 역시 지난 몇년간 대학원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리 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이안고 있는 많은 문제에 놀란다.

우선 우리 학교 대학원은 연구실이나 세미나실·열람실 등의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일반대학원생을 위한 학습공간은 대학원 정독실과 열람실, 중앙 도서관내 열람실, ‘απα실’뿐이다.

세미나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도 강의실로 이용돼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한 과에 대학원생이 적게는 23명, 많게는 100여명에 이르는데도 열람실 개인 좌석은 과당 석·박사 각각 1명 꼴로 겨우 주어진다.

그나마 대학원생을 위해 대학원 건물 3층에 대학원 정독실이 마련됐지만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인숙 대학원 학생회장은 “정독실이 급하게 마련돼 정독실 안에 위치한 화장실 방음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냄새까지 난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문화관 6층에 위치한 ‘απα실’은 대학원생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학부생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 중에는 연구실과 휴식 공간이 없어 수업만 듣고 곧장 집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기본적인 연구실과 세미나실 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대학원생만을 위한 휴게실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휴게실에서 전공분야의 저명한 학자 동향이나 학계흐름 등 고급 정보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휴게실의 부재’는 곧 ‘정보 교류의 장의 부재’로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김성구 대학원장은 “대학원의 공간부족 문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첨단강의동 신축을 통해 연구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원의 열악한 수업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학원 강의는 발표와 토론이 중심이 돼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수강인원이 10명이 넘어가면 수업 진행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학교 대학원 강의 중에는 수강 인원이 20∼30명이 넘는 강의도 있으며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의 한 과목은 수강 인원이 40여명에 달한다.

장인숙 대학원 학생회장은 “강의 시간마다 학생들이 의자와 책상을 강의실로 나르는 경우도 생긴다”며 열악한 수업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이 ‘5년제 학·석사 연계과정’이 도입되면, 대학원생의 수업이 학부생에게 공개돼 이같은 강의 환경은 더 열악해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수용능력을 초과한 대학원의 몸집 부풀리기에서 비롯됐다.

대학이 앞으로도 아무런 문제해결 없이 대학원 몸집 부풀리기만을 계속한다면, 이름 뿐인 ‘연구중심대학’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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