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를 위한 기도
이화를 위한 기도
  • 선모은 기자, 우아현 기자
  • 승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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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간절한 호소’
▲ 제3장 ‘간절한 호소’

  조명이 켜지면 무대 중앙에 선 무용수가 두 손을 마주잡고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Prayer(기도). 김명숙 교수(무용과)가 이화를 떠나기 전 이화인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메시지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화인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많았다. 연이은 교내 미투(#MeToo) 고발과 크고 작은 학내·외 사고들이 이화를 둘러쌌다. 이를 보며 많은 이화인은 분노하고, 허탈해했다. 무용채플 지도를 맡은 김 교수는 무용수에게 ‘온 몸으로 기도 드리듯 연기하라’고 당부힌다.

  막이 오르기 전 흘러나온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제목의 노래처럼, 이화인의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바라며 무용수를 자처한 13인의 기도자(prayer)는 온 몸으로 기도를 드린다.

 

▲ 제1장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 제1장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 제2장 ‘고뇌와 절규 속에서’
▲ 제2장 ‘고뇌와 절규 속에서’
▲ 제4장 ‘희망의 빛을 향하여’
▲ 제4장 ‘희망의 빛을 향하여’

  “80, 90, 100, 107...”

  4월11일 오후5시 체육관A동 홀I에서 배진일(무용·02년졸) 공연예술대학원 강사가 부드럽게 셈하는 소리를 듣고 무용수 12명이 부지런히 발을 놀린다. 약 한 달 뒤 대강당 무대 위에서 선보일 무용공연 ‘Prayer’(2018) 초연을 위해서다. 이들은 음악이 없어도 동작을 하는데 거침이 없다. 지난 2월부터 몇 번째 셈에 어떤 동작을 해야 하는지 빠짐없이 익혔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익힌 안무가 눈을 감아도 선하다.

  이번 무용공연을 지도한 김명숙 교수(무용과)는 공연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화를 위한 기도’라고 답했다. 이를 증명하듯 제1장은 기도가, 제2장은 절규가, 제3장은 간절함과 호소가, 제4장은 희망이 주제다. 작년 12월부터 이번 무용공연을 준비한 그는 “이화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구성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이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라고 덧붙였다.

  이번 무용공연 ‘Prayer’(2018)는 졸업생 8명과 재학생 5명이 무용수로 참여했다. 무용수 13명만으로 무대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절반이 넘는 무용수가 제3장 솔로를 제외한 모든 장에서 활약한다. 무용수가 사실상 무대 위에서 약 25분 동안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셈이다. 이들은 이 과정을 6일 동안 8회 반복한다. 강행군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준비과정은 더 만만찮았다. 무용수 13명은 5월 공연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안무 연습을 시작했다. 안무와 음악은 더 이전에 마무리된 셈이다. 겨울학기에는 매주 2회 2~3시간씩 연습했고 봄학기에는 매주 3회, 공연을 몇 주 앞두고는 매주 4회 모였다. 초연을 일주일 앞둔 22일에는 김 교수와 무용수 13명, 그리고 기술 관계자들이 대강당에서 조명을 맞추기 위해 12시간 이상 머무르기도 했다.

 

▲ 공연 의상이 몸에 맞도록 재단하는 무용수들
▲ 공연 의상이 몸에 맞도록 재단하는 무용수들
▲ 손이 닿지 않는 의상 착용을 도와주는 장면
▲ 손이 닿지 않는 의상 착용을 도와주는 장면
▲ 공연에 앞서 머리를 단단히 동여매는 모습
▲ 공연에 앞서 머리를 단단히 동여매는 모습
▲ 분장실에서 분장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용수들
▲ 분장실에서 분장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용수들
▲ 리허설에 앞서 덧신을 벗는 모습
▲ 리허설에 앞서 덧신을 벗는 모습
▲ 김 교수의 감독 아래 안무를 맞춰 보는 무용수들
▲ 김 교수의 감독 아래 안무를 맞춰 보는 무용수들
▲ 한 무용수가 거울을 보며 눈 화장을 하는 모습
▲ 한 무용수가 거울을 보며 눈 화장을 하는 모습

  무용수들에게 3개월을 함께한 채플공연은 어떤 의미일까. 무용수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양수현(무용·16)씨는 무용채플 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그는 “처음으로 모든 동선을 맞췄을 때 허벅지가 떨려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는데 목요일 공연에서는 힘든 줄도 모르고 관람석이 다 보였다”며 “프로 선배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가장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제3장 솔로를 맡은 김민지(무용·06년졸)씨는 7년 만에 대강당 무대 위에 다시 섰다. 2011년 대학원 재학 당시 함께 채플 무대를 준비하던 그의 동기가 큰 사고를 당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그토록 절실하게 기도를 드린 적이 없었다”며 “그 이후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감사한 삶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완벽한 무대를 위한 3개월의 강행군. 관객석에서 볼 수 없는 무용수 13명의 무대 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함께 모여 제4장에서 상영될 영상을 보는 장면
▲ 함께 모여 제4장에서 상영될 영상을 보는 장면
▲ 본인의 의상에 이름을 적는 모습
▲ 본인의 의상에 이름을 적는 모습
▲ 동선을 맞추어보는 무용수들과 이를 지도하는 김 교수
▲ 동선을 맞추어보는 무용수들과 이를 지도하는 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