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두꺼비 유전정보 유사, 빙하기에 ‘물썰매’타고 한반도로
한·중 두꺼비 유전정보 유사, 빙하기에 ‘물썰매’타고 한반도로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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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권 교수팀, 과학저널 「피어제이(PeerJ)」에 발표
▲ 한반도와 중국 두꺼비의 유전정보를 비교해 빙하기에 따른 두꺼비의 이동을 연구한 장이권 교수 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채 몽우리 피지 못한 꽃과 활짝 핀 꽃의 향연. 매년 3월 중순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같은 시기 겨울잠에 깨어나 산란을 위해 산속에서 물가로 모이는 동물이 있다. 바로 두꺼비다. 두꺼비는 3월의 따뜻한 날씨에 저수지, 논, 도랑 등으로 내려와 짝짓기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암컷을 유인한다. 산란 후 2주 뒤, 알은 올챙이가 되며 이후 성장한 올챙이는 5월쯤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두꺼비는 어기적거리며 걷고 가끔은 네발로 뛰며 이동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동 속도가 느리다. 이 느린 생명체가 수백만 년의 시간을 거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장이권 교수(에코과학부)가 속해있는 연구팀은 한반도와 중국의 두꺼비 유전정보를 비교하며 빙하기 도래에 따른 두꺼비의 이동 경과를 연구해 과학저널 「피어제이(PeerJ)」에 발표했다.

  유전자의 동일성은 집단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의미한다. 장 교수는 “현재 중국의 두꺼비와 우리나라 두꺼비의 유전정보는 큰 차이가 없다”며 “이는 두꺼비의 국가 간 이동의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두꺼비의 원거리 이동에는 빙하기라는 기후적 영향이 있었다. 한반도의 충청도 이남 지역은 극단적 기후 변화가 발생하는 빙하기에도 변화가 적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다. 당시 두꺼비를 포함한 생명체들은 따뜻한 기후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다.

  두꺼비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중국과 한국 사이를 이동했다. 상류에 있던 두꺼비는 홍수가 나면 ‘물썰매’를 타고 하류까지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짧게는 수십, 길게는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빙하기에는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 바다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꺼비는 강의 흐름을 따라 충분히 한반도 지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연구팀은 빙하기에 중국에서 한반도로 이동한 두꺼비가 계속해 생존한 반면, 이동에 실패한 두꺼비는 대부분 중국에서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빙하기의 중국 지역은 두꺼비가 생존하기에 추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빙하기가 끝나 해수면이 상승하고 서해가 바다로 바뀌어 이동 통로가 차단되면서 두꺼비는 한반도에서만 번성했다. 이후 다시 한번 빙하기가 도래하자 이들은 해수면이 낮아진 서해를 통해 한반도 북부와 중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렇다면 두꺼비는 어떻게 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생존할 수 있었을까? 장 교수는 두꺼비의 적응력을 그 이유로 꼽는다. 두꺼비는 타 양서류보다 습지에 덜 의존하기 때문에 사막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가 아니라면 생존 가능성이 높다. 두꺼비는 이동 중 적합한 기후의 장소가 있다면 잠시 머물며 거주하다가 환경이 바뀌면 다시 이동한다.

  연구팀은 수십, 수백만 년 전 두꺼비에게 일어난 일들을 ‘유전자 시계 기법’을 통해 알아냈다.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유전자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유전자 모두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유전자는 빠른 시간에 변이가 이뤄지며 중요한 유전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체군 각각의 유전자 변화 시간을 비교 분석하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본 논문은 양서류의 이동성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라며 “두꺼비도 장거리 이동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최근 인공 구조물로 인해 두꺼비가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는커녕 생존조차 어렵다”며 “두꺼비 번식지와 월동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두꺼비의 이동통로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