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특별전 6월2일까지 전시 복식·생활·감상자수 선보여

▲ 19세기 왕의 의복 어깨 부분에 달던 자수품인 오조룡보(五爪龍補)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자수는 예로부터 의복을 꾸미기 위해 시작됐다. 「삼국지」 위지동이전 속 부여와 고구려 사람들이 수로 장식한 옷을 입었다는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의복을 꾸미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은 담인복식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자수>를 6월2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조선 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보(왕과 왕비, 왕세자, 왕세손의 평상복인 곤룡포에 용을 수놓은 흉배)를 포함한 다양한 복식자수와 생활자수부터 근대기 자수까지 아우르며 그 변천 과정을 한눈에 담았다. 한 땀 한 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수놓은 다양한 자수품들을 통해 일상의 염원을 예술로 승화시킨 선조들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검은색 배경에 금실로 화려하게 수놓인 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조룡보(五爪龍補)’(19세기)는 당시 왕의 의복 어깨 부분에 달던 자수품으로, 왕을 상징하는 용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다. 보에 수놓인 용의 발톱 개수는 신분과 계급을 중시하던 당시 특보여준다. 왕의 보에는 5개, 왕세자의 것에는 4개, 왕세손의 경우에는 3개의 발톱이 있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겨 코너를 돌면 자수가 수놓아진 다양한 의복들을 볼 수 있다. 담인복식미술관을 관리하는 송수진 연구원은 “자수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조선시대에는 남아있는 복식자수가 별로 없지만, 남자들의 경우 예복에 부착하는 흉배에서 자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흉배는 당시 남성 관리들의 품계를 나타내던 표식으로 상복의 가슴과 등에 부착됐다.

  전시실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한 마리 학이 펄럭이는 모습이 담긴 ‘단학흉배(單鶴胸背)’(19세기)는 4품에서 9품까지의 문관들이 부착했다. 이는 제도체계가 혼란스러워진 조선 후기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 전기에는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1품에서 3품까지의 관리들에게만 부착됐다. 품계별로 각기 다른 문양이었던 흉배가 19세기 조선 후기에 들어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문관 기준 1품~3품은 모두 쌍학흉배를, 4품~9품은 모두 단학흉배를 부착하는 것으로 이분화됐다.

 

▲ 19세기 1~3품 무관과 4~9품 문관이 붙였던 쌍호흉배(雙虎胸背)와 단학흉배(單鶴胸背)(위쪽 부터)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근대의 자수 전시로 눈길을 돌리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자수 양식을 만날 수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해 외국의 자수 기법과 회화풍 도안이 보급되면서 근대의 자수품들은 한층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변화했다.

  그중에서도 비둘기 모양 가리개(20세기)는 비둘기가 자수에서 튀어나와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생생하다. 비둘기를 단순히 회색으로 수놓는 것이 아닌 음영을 넣은 세밀한 그러데이션 표현으로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있게 표현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편, 사치품으로 분류돼 의복에 자수를 놓지 못한 조선시대에는 생활용품에 자수를 놓는 일도 많았다. ‘안경집’(19-20세기), ‘베갯모’(20세기) 등에 모란, 십장생, 봉황을 포함한 상징물을 수놓아 부귀, 다산과 같은 일상적인 염원을 표현한 생활용품들도 이번 전시에 등장했다.

  전시를 관람한 민효민(영문·16)씨는 “오직 색실과 바늘 하나로 만든 작품들은 대량생산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숭고미와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한편, 그 아름다움의 기저에는 희미한 달빛 아래 눈을 비벼가며 바늘구멍을 찾고, 또 바늘에 찔렸던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과 땀, 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시렸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현대인들은 장인의 수고로운 정성이 담긴 것을 명품이라 부르는데, 이번 자수 전시품은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명품에 비견할 만큼 큰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 많다”며 “특히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자수부터 근대기 자수까지 아우르고 있으니 전시를 통해 시대에 따른 미감의 변화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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