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 교내 방송국 EUBS는 최성희 학생처장과 조형예술대학 및 음악대학 교수 미투(#MeToo)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 본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에서 최 학생처장은 정해진 절차가 있어 그 이상의 신속한 대응은 힘들다는 한계를 밝혔지만,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절차를 최대한 단축할 것과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약속했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학교가 피해자의 편임을 선언하고 현 사안에 주력을 다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아직은 다소 부족하다. 이는 현재 상황이 ‘권력형 성폭력’의 근본적 근절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상조사와 가해자 징계만으로도 분주한 시점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권력형 성폭행’의 근본적 근절을 위한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에 적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현 상황이 권력형 성폭행에 대한 사회 및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고조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본교 미투 사건이 해결되는 데는 법으로 정해진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도적 개혁 논의를 사건 해결 이후로 미룬다면, 사회 및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지금보다는 감소한 국면과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되는 제도적 개혁이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현 피해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지지이자 지원이기도 하다. 물론 학교는 진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고, 학교가 피해 학생들의 편에 있음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가시적 변화가 없는 이상 피해자들은 가해 교수가 처벌을 받는 그 시점까지 여전히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완벽한 제도적 개혁을 이루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다만, 적어도 제도 보완 및 수정을 위한 작은 논의라도 시작된다면 이는 피해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총학생회(총학) 및 학생들의 협조 또한 필수적이다. 총학과 학생들은 지금까지 학생총회 및 ‘당신과 우리를 위한 행진?을 통해 교수 처벌 및 장기적 차원의 제도적 개혁을 충분히 피력해왔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이화에서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장기적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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