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화학신소재공학과(화학신소재)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 심화프로그램 (ABEEK)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2월 화학신소재 홈페이지에는 해당 과에서 ABEEK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ABEEK 비신청에 화학신소재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는 지금까지 해당 프로그램 때문에 수강신청이나 시간표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ABEEK 비신청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지금껏 착실히 ABEEK 프로그램대로 교과과정을 밟아온 3,4학년의 경우 인증을 눈 앞에 두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ABEEK 비신청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학생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동일하다.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학신소재는 ABEEK 비신청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학과장은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학과장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고 화학신소재 교수 대부분이 해당 사안에 대해 답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 본교 공학교육인증센터 또한 이는 교수회의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유를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프로그램 변경 및 결정은사실상 학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학생이 개입할 명분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교과과정 변경이 어떠한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인지, 그러한 변화 속에는 어떠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알 필요가 있다. 교과과정의 변경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학생’이기 때문이다. 비록 결정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더라도, 교과과정 변경의 과정 및 배경에 대한 정보는 제공받을 권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신소재는 이러한 학생의 권리를 간과했다. “수강신청에 참고하길 바란다”가 화학신소재 측에서 공지사항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한 정보의 전부였다. 비록 ABEEK 비신청을 반기는 학생들의 의견이 전반적이라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반응의 결과가 불통으로 가득한 과정을 덮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화가 2016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외쳐온 ‘민주적 소통’ 등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번 화학신소재의 일방적인 결정은 여전히 이화 안에 잔재하는 불통을 보여줬다. 학생들이 교과과정이 바뀐 배경에 대한 정보조차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작은 불통의 불씨가 언제 다시 한 번 이화를 위기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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