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가 위태롭다. 최근 5년간 본교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50%대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서 맴돌았다. 미래대 사태 직후 59.6%로 반짝 오르는가 싶더니 올해 다시 54.7%로 떨어졌다. 학생자치기구의 한 해 활동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생회비 납부율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올해 1학기 기준 학생회비 납부율은 38.7%에 그쳤다. 10명 중 4명도 채 안 되는 학생만이 학생회비를 낸 것이다. 지난해부터 줄곧 학내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쳤던 이화에서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적은 것은 일견 모순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학교 정책 등에 대한 본교생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진 모양새다. 이화이언 등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본교생들은 올해 상반기 총장 선출 방식부터 하반기에는 대외 이미지 향상, 고시반 지원 확대 등을 강력히 요구하며 학내 여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선 TF팀이 구성돼 직접 행동에 나서왔다. 자연히 총학이 학생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축소됐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TF팀을 통한 활동은 익명의 다수로 운영되기에 그 정당성에 있어 공격받기 쉽다. 책임을 질 대상도 불분명하다. 반면 총학은 학교 당국과의 협의 테이블에 나설 자격을 갖춘 공식 기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내 굵직한 정책과 사업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총학의 위상 제고가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학생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할수록 총학에 힘이 실린다. 계속되는 단일 선본 출마로 투표의 의미가 없다거나,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알 수 없어 납부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을 설명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의 의미를 보다 깊이 인식하고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총학의 자성이 필요하다. 현 시대에 맞는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총학의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총학은 외부 단체와의 연대나 사회적 활동을 더 중시한다’는 등의 많은 학생들의 지적을 새겨듣고 스스로를 뼈아프게 되돌아볼 시점이다. 대의기구로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고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총학과 학생사회와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총학 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낮아 재차 선거가 무산되거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등의 타대 사례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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