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말 설치를 위해 1000명의 서명을 다 모았던 날 저는 정문에서 프로젝트 홍보를 하고 있었어요. 학생들이 많이 모였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서명한 학생들의 수를 셌더니 999명이었죠. 1명만 더 모으면 1000명이라 더 힘을 내 홍보하는데 한 학생이 다가와 서명했어요.”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 세우기 프로젝트’(프로젝트)를 기획한 정어진(역교·16) 단장이 1000명 서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상황이다. 1000명 목표를 달성한 후 28일 ‘굿바이 활란’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정 단장을 22일 전화 인터뷰했다.

  기획단이 만들 팻말에는 김활란의 친일행적, 동상철거 요구가 적힐 예정이다. 김활란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자문도 받고 있다. 외국인들도 읽을 수 있게 팻말의 내용을 영어로 작성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팻말의 크기, 디자인이나 세부 내용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제작 중이다.

  그는 학교가 김활란의 동상을 설치했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동상을 세워 우상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상을 세우는 이유는 그 인물이 한 훌륭한 일을 기리기 위함”이라며 “동상이 있는 것 자체가 김활란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김활란 동상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는 굿바이 활란 문화제의 자유발언 시간이 그런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내 동아리들도 섭외했다.

  기획단은 굿바이 활란 문화제가 끝난 후 10월13일 열릴 제막식도 준비 중이다. 제막식은 단순히 팻말만 세우는 게 아니라 기자회견도 마련해 김활란 동상 철거를 원하는 의지를 외부에도 나타내고자 한다. 정 단장은 다른 대학가에 있는 친일파 동상들도 함께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기획단은 작년 2월 발족했다. 김활란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단을 모집했다.

  “교내 커뮤니티에 홍보 포스터를 게시했는데, 연락을 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지금은 시간이 안 맞는 분들이 활동을 그만두기도 해서 7명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작했기 때문에 정식 지원이 없어 상황은 열악했다.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적은 구성원으로 운영돼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업무도 과중하다. 피켓 등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학생문화관 구석에 물건을 뒀었다. 그러나 분실위험이 너무 커 지금은 학관 지하 계단 구석에 두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비판도 받았다. 한 번은 정문에서 프로젝트를 홍보할 때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철거 요구는)너무한 거 아니니’라는 부정적인 말을 던지고 지나간 적도 있다. 혀를 차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기획단에게 많은 격려와 감사 인사를 보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쥐여주기도 했다. 기획단을 격려해준 많은 학생 중 정 단장에게는 팻말 디자인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홍보 캠페인을 할 때 다가와서 팻말 디자인을 도와주겠다며 말을 걸어줬어요. 번호도 주고 갔죠. 실제로 팻말을 만들려고 할 때 연락하니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해줘 감동이었어요.”

  정 단장은 팻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마찰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직 그는 학교와 직접적으로 팻말 설치를 두고 이야기하지는 않아 학교의 의견을 모르는 상황이다.

  “아예 학교에서 팻말 설치를 막는 상황부터 설치했는데 뽑아갈 상황까지 생각해봤어요. 조만간 팻말 설치에 대해 학교와 협의를 거칠 것 같아요. 동상만 세워져 있으니 그 사람이 훌륭하기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건 분명히 문제죠.”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