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출방식 논의를 위한 4자 협의체가 구성된 지 49일째다. 이름은 ‘협의’체지만, 정작 회의록을 보면 과연 협의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학교는 위기 상황이다. 당장 처리할 사안도 많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고 새 정부가 구성되면, 이에 따라 변화될 교육 정책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총장이 없는 현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만 하는 것이 이화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새 총장 선출이 계속해 미뤄지면 외부에서는 이화를 문제 있는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학교로 인식할 가능성도 크다. 대학경쟁력 하락에 대한 경각심이 협의체 대표들에겐 있는 것인가.   

  그간 학내 문제가 많았고 또 모든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첫 시도인 만큼, 각 대표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을 가지고 한 자리에 모인 대표가 넷이다. 몇몇 핵심쟁점에 대해선 특히 첨예하게 대립한다. ‘모 아니면 도’처럼 한쪽은 완벽히 만족하고, 대신에 한쪽은 완전히 절망하는 합의안이란 어불성설이다. 그건 전혀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타협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서로에게 확실히 밝혀야 한다.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제시하되,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내어줘야 한다. 가령, 총장후보자 연령제한 요건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대표들 중 과반 이상의 의견이라면, 교수 측도 근거와 정당성을 내세우며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합의를 위해 한발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전 구성원의 투표 반영비율을 동수로 하는 안에 대해 다른 대표들이 부정적이라면, 학생 측도 다른 방안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식으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각 대표별 주장과 근거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동시에, 각자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공존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입장차를 어떻게 최대한 좁혀나가는지가 관건이다.

  지금의 협의체 논의상황은, 지난 반년 동안 이화의 각 구성원 간의 상호신뢰가 얼마나 처절하게 산산조각 났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살은 돋지 못한다. 협의체는 찢겨나간 상호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 돼야 한다. 협의체 회의가 ‘우리 요구를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재고해보기 바란다. 싸워서 승리하려고 모인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주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화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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