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연령 제한·투표 반영 비율 두고 교수·동창·직원·학생 의견 갈려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교수, 직원, 동창, 학생이 갈등을 겪고 있다. 1월16일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의결안(의결안)이 발표된 후, 각 구성원들의 반발에 의해 4자 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합의는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투표 반영 비율과 총장후보 자격 요건 두 가지다.

  총학생회(총학)와 직원노동조합(노조)은 이사회가 의결한 규정의 투표 반영 비율이 부당하며, 학생과 직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결안에서 명시된 투표 반영 비율은 학생과 직원이 각각 약 5%, 약 9.9%이고, 교수가 약 82.6%다. 교수평의회(교평)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총장후보 선출 규정이 1월6일 교평에서 제출한 권고안의 기조를 훼손했다며 1월19일 교평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올려 항의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공문서를 받은 후,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전제 하에 선거관리위원 교수대표를 추천한 상태다. 

  교평 이선희 의장은 “국내·외 대학의 경우, 총장은 교수가 뽑아왔고, 직원 등 일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교수가 다수를 차지하는 선례와 타교 사례를 고려해 구성원들의 비율을 책정했다”며 “직선제를 시행한 타대에서도 선거인단에는 교수만 참여하거나 교수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노조 정연화 위원장은 “학내 상황이 혼란스러운 만큼 화합과 안정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총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학내 구성원들에게 지지를 받는 총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총장후보 선출 규정을 구성원들 간 충분한 논의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가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1월20일부터 본관 앞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조가 4자 협의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직원 1인당 1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직원은 학내 구성원 중 가장 적은 인원수로 투표에서의 영향력은 이미 교수의 1/3”이라며 “행정 수반인 총장을 보좌하고, 학교 정책에 관해 전문성과 책임성이 가장 큰 집단임을 고려할 때 직원의 투표권을 1인 1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충분한 투표비율을 확보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학생과 노조, 교수의 투표 반영 비율이 동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학은 학생들이 미래라이프대 사태를 거치며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에 학생이 총장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우지수 총학생회장은 “선거는 공약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총장 선출이 교수들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사적 영역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견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학은 수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수집한 학생들의 의견도 제시했다. 19일 총학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생 726명 중 92.8%가 현재 학생 투표 반영 비율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월16일 이사회에서 의결안이 발표된 후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차원에서도 의결안을 비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월18일 중운위는 의견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이후 본관부터 법인행정동까지 행진하는 ‘이화인 등반대’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하고, 노조와 함께 이사회 규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교평이 제안해 이사회가 받아들인 총장 후보 연령 제한 규정을 두고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총장 후보 연령제한은 교평이 제시해 이사회에서 수용한 것으로 피선거권자를 ‘임기 중 교원 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은 학내인사’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교평은 교수업무보다 과중한 총장업무의 특성과 16대 총장이 처리해야 할 많은 현안들을 고려했을 때 연령 제한 규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해당 조항은 전통적으로 존재했다”며 “피선거권 관련 해당 규정은 단과대학별 교수 토론과 교평 평의원 찬반 토론, 전체교수총회 논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된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연령제한 관련 조항은 바꿀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존속시키고, 외부인사 개방과 더불어 총장 후보자격의 변화는 신중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교평과 총학이라는 대표 기구가 듣지 못하고 있는 의견을 다른 통로를 통해 직접 전달하고 있다. 

 일부 교수는 교평이 아닌 교수협의회 홈페이지(ewhaprof.ewha.ac.kr) 내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올려 반대의 뜻을 밝혔다. 2월1일 ‘특정 인사를 총장후보에서 제외하기 위한 연령제한 규정을 규탄한다’, 2월10일 ‘세상 어느 대학이 총장선출에 나이제한을?’ 등의 글은 총장 선출에서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미국 MIT 66세 총장, KAIST 72세 총장 등 타대 사례를 제시해 현재 정년을 넘겼지만 총장 직무를 수행하는 교수가 많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학생들은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총장 TF(Task Force)팀을 만들어 총장 선출 규정을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이화를 사랑하는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학생들은 선출직 총장이라면 출마를 원하는 사람은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출마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대학에서 연령제한을 없애거나 총장 임기에 한해 정년을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총장 선출 의결안을 규탄하기 위해 연령 제한 폐지와 학생 할당비율을 촉구하는 2169명 이화인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11일에 교평 의장에게, 13일에 장명수 이사장에게 서명을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했다. 또한, 2월14일 총학이 주최한 재학생 토론회에도 참가해 총장 후보자 제한규정 철폐를 학생 요구안에 넣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총학은 총장 후보 연령 제한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 총학생회장은 “총장 후보 관련된 입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와 그 후 진행할 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여러 의혹 제기가 있는 상황에서 연령 제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총장은 전통적인 교육과 연구 역량만이 아닌 행정력, 경영 마인드, 국제적 감각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된다”며 “일반 교수의 정년과 총장의 임기를 동일시하는 연령 제한은 불필요한 조항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총장선출취재팀=강희조 기자 heejo129@ewhain.net
김동건 기자 gunnykim@ewhain.net
김승희 기자 dkdlel096@ewhain.net
정혜주 기자 pondra@ewhain.net
한채영 기자 gkscodud5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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