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잡지 「미즈」 편집장 글로리아 스타이넘 특강

“같은 여성으로서 공통의 문제를 공유하는 여러분이 미국의 부시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 여성·평화 운동가로 폭력적인 부시정권에 반대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미국 최초의 페미니즘 잡지 「미즈」의 편집장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9월30일(월) 우리 학교를 찾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던 중 술집 종업원들의 비참한 실상을 취재한 것이 계기가 돼 임신중절 합법화·여성의 의회 진출 등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펼쳐왔다.

이날 오전11시 사회영역 교양과목‘생명·사회·정의’수업 시간에 열린 특강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여성의 가사 노동이 일이 아닌 ‘노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가사 일을 경제적인 가치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긴 통로를 통해 제단에 이르는 성당의 구조가 여성의 질·자궁 모양이지만 그 안에는 남성 사제 뿐”이라며 “우리의 문화·제도 안에 숨겨진 남성위주의 정치 권력을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검은색 가죽 바지 차림을 하고 온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6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강의로 특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은 우리의 오래된 기억”이라며 “가슴 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기울여 우리 안에 잠재된 힘을 펼쳐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3시∼5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한국여성연구원 주최로 인문관 111호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의 여성 운동’포럼에 참여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지구화로 인해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기는 커녕 지금도 미군 기지 근처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성노예가 되고 있다”며 “지구화를 세계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폭격으로 고통당하는 지역의 여성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부시는 President(대통령)가 아닌 resident(거주자)”라며 “평화를 선호하는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 폭력적인 정치 판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포럼에 참여한 김지혜(대학원 여성학과 3학기)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미니스트와 같은 관심사의 주제를 얘기하다 보니 가깝게 느껴졌다”며 “지구화와 페미니즘을 실제로 느낀 장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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