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부여할 우먼 파워, 미국에서 해답을 엿보다
스포츠가 부여할 우먼 파워, 미국에서 해답을 엿보다
  • 김송이 기자
  • 승인 2016.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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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는 자신의 한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자 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스포츠 경기를 하며 그들의 사회적 배경과 상관없이 남성과 수평적인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 삶에서의 긍정적 변화는 스포츠를 진정으로 즐기고, 생활 속에서 즐겨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스포츠 사회에서 여성이 구성원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선 1976년 ‘타이틀 나인’(Title IX) 법안이 제정돼 공립학교 내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를 법으로 보장했다. 나아가 미국 전역 내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이끌었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24일~30일 미국 뉴욕주 뉴욕시와 일리노이주 시카고시를 찾아 여성들의 스포츠 생활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손길들을 만났다.

▲ 베로니카 맥엘리스터

△인식변화를 통한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이끌다

  20명 남짓의 회원들로 시작했지만, 설립 4년 만에 1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WSC(Women’s Sports Chiago). 시카고 최대 여성 스포츠 단체인 WSC가 현재 위치에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포츠는 남자가 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WSC의 공동 CEO 베로니카 맥엘리스터(Veronica McAllister)는 스포츠가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한 보통의 여성들과 다르게 “여성들을 위한 스포츠는 없어. 어떡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대학시절 축구클럽에서 활동했던 그가 실제 축구경기에 참여한 적은 손에 꼽는다. 그는 대부분 남성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무언가 잘못됐다 느낀 베로니카는 여성들을 위한 스포츠 클럽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하자, 결국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베로니카는 회원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여성들에게 스포츠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고, 스스로도 스포츠에 참여할 수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그러한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는 것조차 여성들에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베로니카는 개인적으로 여성들을 설득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베로니카는 여성 부원을 모으기 위해 ‘배려’ 전략을 사용했다.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여성들과 경기를 하면, 자칫 ‘나는 역시 스포츠를 못해’라는 생각에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에 익숙하지도 않은 여성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위험하다”며 “그들의 흥미, 수준 등을 고려해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WSC는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리그경기’와 ‘친선경기’로 나눠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이전부터 스포츠를 즐겼던 여성들은 전문적인 경기를 하는 ‘리그경기’에,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고 오랜 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친선경기’에 참여한다. 그 안에서도 초보자, 중급자, 고급자로 수준을 나눠 여성들의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으로 WSC에는 현재 1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등록돼 있고, 축구클럽에 참여하는 회원만 250명이 넘는다. 베로니카는 “수준별로 참여할 수 있는 경기를 나눈 것은 우리가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들은 그동안 스포츠에 참여해 자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거의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WSC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이 경쟁적인 경기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터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로니카는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들은 스포츠를 통해 또래들과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며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부모들의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생각에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율이 낮은 것은 스포츠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스포츠는 남자다운 것이기 때문에 여자가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 결승선을 통과한 케일리를 독려하는 걸스 인 더 게임 '트라이애슬론 준비반' 소녀들

△스포츠가 가르쳐준 '끈기'로 자신과 싸우다

  WSC가 남성 위주의 스포츠 사회에 여성들을 참여시켜 고정된 성 역할을 타파한 반면, 시카고시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한다. 한 선수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연이어 실시하는 스포츠 경기인 '트라이애슬론이다. 트라이애슬론은 매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카고의 대표적인 스포츠 행사다.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처럼 보이지만, 트라이애슬론은 그동안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 수준을 확인하고, 경기를 완주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뇨병에 걸린 11살 케일라(Kayla)에게도 트라이애슬론은 ‘도전’의 장소다. 작년에도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했던 케일라는 실패를 맛 봤다. 당뇨병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도중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올해 트라이애슬론에서 그녀의 목표는 ‘완주’다. 케일라는 트라이애슬론 이틀 전 이뤄진 마지막 훈련에서 “나의 목표는 무사히 경기를 끝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일라의 도전은 '걸스 인 더 게임’(Girls in the game)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 참여를 통한 여성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믿고, 그들에게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걸스 인 더 게임에서는 케일라처럼 도전하는 여성들을 위해 ‘트라이애슬론 준비반’을 운영한다. 케일라를 비롯한 소녀들은 지난 6월부터 트라이애슬론 준비를 위한 훈련을 해왔다.  

  8월25일, 시카고시 더글라스 파크(Douglas Park)에서는 걸스 인 더 게임 트라이애슬론 준비반의 마지막 훈련이 있었다. 훈련에 참여하면서 소녀들이 얻은 것은 육체적 성장뿐만이 아니다. 트라이애슬론 준비반 코치는 “여럿이서 함께 운동을 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도전해 보는 종목을 배우면서 ‘포기하지 않음’을 배우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당뇨병에 걸렸던 케일라도 운동을 하며 배웠던 끈기를 바탕으로 병의 극복을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8월27일 오전5시 포스터비치(Foster Beach)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케일라도 엄마 손을 잡고 걸스 인 더 게임 소녀들과 함께 있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몸이 약한 케일라지만 그는 엄마와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천천히 경기에 임했고, 결국 그의 소원대로 트라이애슬론을 완주했다. 이번 도전은 그에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소년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그들만큼 자신도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였다. 결승선을 통과한 케일라는 “투병 중이지만 경기를 무사히 마친 내가 자랑스럽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