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취업설명회를 위해 학교를 찾는 기업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고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취업상담 등 취업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올해의 취업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대기업 48.6% 대기업이 작년보다 신규 채용인원을 줄였다. 그렇다보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바늘같이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더욱더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인문계열, 공학계열, 예체능계열별 학생들의 생생한 취업고민을 들어봤다.

  이번 하반기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한 ㄱ(국문·11)씨는 최근 서류단계에서부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공인영어성적 토익(TOEIC) 940점. 미술관 인턴과 신문 제작 대외활동 경험 등 어느 정도 스펙(SPEC)을 쌓아놨지만 취업 문턱에서 낙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미술관 인턴까지 하며 관련 업무를 하려고 했지만 대학원까지 가야 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어 진로를 바꾸게 됐다. “홍보나 광고업계로 취업해야겠다고 목표는 갖고 있죠. 그런데 지금 갖고 있는 스펙들이 부족한 것 같다는 불안함도 들기도 해요. 사실 지금은 특정 업계보다는 어디든 취업만 되면 좋겠어요.”

  이제 그는 부모님께 괜한 기대감과 실망감을 안겨 드릴까봐 기업 지원 상황을 일일이 말하지도 않는다. 부모님은 요즘이 얼마나 취업난이 심각한지 알지 못해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기업에 떨어졌다고 하면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선 취업난이라고 떠들고 가족들은 취직하라고 압박을 주니 심리적 부담감이 커요. 부모님 세대는 청년 실업이 이 정도까지 심각한지 모르고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세요. 그런 부담감에 이제는 어느 기업에 지원했는지 말하기도 꺼려져요.”

  비교적 취업이 수월하다던 공대생들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ㄷ(전자·12)씨는 소위 ‘취업깡패’라고 불리는 공대생이지만 취업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수님께서 최근 70%가 넘던 공대 취업률이 50%가량으로 떨어졌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전에는 공인어학 성적, 학점 등 기본적인 스펙만 갖추면 어느 정도 취업에 성공했다는데 요즘은 전공 관련 지식도 추가적으로 물어보는 추세래요.”

  취업준비의 막막함은 ㄷ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선배와의 교류가 적었어요.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소서 작성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자소서 첨삭 프로그램도 이용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몰려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없었어요. 주변에서도 받은 친구들이 거의 없었죠.”

  심지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학기 인턴직으로 근무했던 ㄹ(섬예·12)씨는 결국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그는 자동차 기업에서 인턴을 했지만 160명 중 2명을 뽑는 바늘구멍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제가 실무 경험이 다른 친구보다 부족하다 생각하고 계속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고지가 보이던 상황에서 탈락했지만 ‘다시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보다 실망감이 덜 했어요. 이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음 기회를 위해서 재준비를 하고 있어요.”

  특히, 조예대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디자인계열이 아닌 순수미술계열 학생들을 뽑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은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많이 취업해요. 순수미술만 가지고 일반 기업에서는 취업할 분야가 없거든요. 대부분 학교나 학원 선생님 혹은 더 심화된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아요."

  디자인계열 학생들은 취업한다고 해도 또 다시 문제에 봉착한다. 디자인계열 회사에선 과도한 업무량과 그에 맞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취업을 해도 또 고난이죠. 디자인계열 회사는 새벽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야근수당까지 챙겨주는 회사는 정말 드물어요. 사실, 취업을 해도 그 이후의 생활도 걱정이에요. 이른바 ‘열정페이’만 받고 일하는 거죠.”

  취준생들은 본교가 최근 점거농성으로 세간의 집중을 샀던 터라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지 않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ㄱ씨는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본교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워낙 본교 사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서 면접에서 많이 물어볼 것 같아요.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혹여 본교 출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되죠. 하지만 미래라이프 설치에 관해서 본교생들과 같은 입장이고 그들과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제 의견을 소신껏 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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