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 없는 '비연애', 당당하게 외쳐보는 '난 안 해'
국립국어원에 없는 '비연애', 당당하게 외쳐보는 '난 안 해'
  • 강희조 기자
  • 승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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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저자 이진송 작가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비(非)연애’. 국어사전에 없는 이 단어는 ‘연애를 하지 않는 싱글’을 가리키기 위해 한 작가가 만들었다. 바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이진송(현대소설 전공 박사과정)작가다. 국내 최초 비연애 칼럼니스트인 그는 연애를 하고 싶거나 연애 중인 사람들 외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비연애 칼럼니스트를 자청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이 작가가 <한겨레21>, <채널예스24>에 연재했던 글들과 잡지 <계간 홀로>, 출판마케팅연구소의 <기획회의>에 실었던 원고로 만든 비연애 칼럼 모음집이다. 특히 <계간 홀로>는 이 작가가 2013년 2월 14일 발간한 독립 잡지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씨앗이다. 현재는 8회까지 발행한 상태로 8월15일(월)에 9호가 발행된다. 

  비연애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중요한 개념이다. “책 제목 때문에 ‘절대 연애하지 않는다’는 비연애주의 책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이 책은 ‘연애가 압박이 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에요. 할 자유만 있고 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면 그것은 강요라고 생각해요. 저는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해보고 싶었어요.”

  그가 말하는 비연애 담론은 다양한 비연애에 관한 자유, 연애를 가로막는 고정 관념이나 편견에 관한 자유를 의미한다. ‘비연애’의 카테고리에는 사회가 연애로 인정하지 않는 퀴어 연애 등도 포함한다. 그는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연애의 뜻에 주목해 비연애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국립국어원이 정의하는 연애는 남녀 간의 사랑이다. 이전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 간의 감정’으로 바뀌었다가 기독교 단체의 항의로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연애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거죠. 이것을 개인만의 문제로 보고 연애를 못 한다며 몰아대는 것은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거예요.”

  그는 한국 사회에서 모태 솔로와 비연애자에 대한 편견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불쌍한 사람이고, 솔로는 희화화의 대상이에요. 연애는 여러 관계 중 하나일 뿐인데, 이것이 절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그런 시선을 내면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은 결점이 있는데, 연애지상주의에서는 어떤 문제를 연애와 관련지어서 원인과 결과인 것처럼 부풀리죠.”

  그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서 데이트 폭력과 같은 연애 문제도 다룬다. 이 작가는 연애는 항상 완벽하게 좋고 절대적인 것이 아닌데도 사랑이란 베일로 문제를 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제가 재작년 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을 때 만취한 남성이 저를 아는체를 했어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아무도 끼어들지를 못했어요. 그때 ‘남자 친구면 때려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부분의 연애는 이성 간의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젠더 권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어요.”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여성의 입장을 강조한다. 이 작가는 본교 학부에 재학할 때 여성학을 복수 전공하며 비연애에 관한 문제를 깨닫고 여성성과 여성 주제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물론 여성주의적인 마음도 있어요. 솔로에 대한 차별은 일상적인 차별이어서 그런 의식이 없었으면 인지조차 할 수 없었겠죠.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구애하는 남자가 있어도 연애를 하지 않을 때 ‘너 레즈비언이냐’고 말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과 성소수자 차별이 함께 들어 있는 말이에요.”

  사회 분위기상 ‘비연애’를 단순히 자기 변호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작가는 이런 시선을 보내는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세 가지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보려 하는 사람, 보여주면 보는 사람, 보여줘도 안보는 사람’인데, 제가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은 보려는 사람과 보여주면 보는 사람이에요. 저는 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으로 족해요.”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봄이니 결혼해라’, ‘연애 안 하니’ 등의 잔소리가 두려워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불편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무심코 내뱉는 말에 상처받지도 말고, 상처 입게 두지도 말라고 한다. “자신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어색함을 모면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에 일일이 상처받지 마세요. 저도 친척들이 시집가라고 할 때마다 ‘옛날 사람’이라고 반응해요. 자기를 깎아가면서 참을 필요 없어요. 듣더라도 내면화하지 마세요. 연애가 정말 중요하고 절대적인가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