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만난 7인의 교수, 'A'로 논하는 예술정신
전시장에서 만난 7인의 교수, 'A'로 논하는 예술정신
  • 전샘 기자
  • 승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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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본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7명이 ‘a’라는 주제를 가지고 모였다. 이번 전시의 이름인 ’A7’은 똑같은 일곱 개의 a가 모여 있는 듯 보이지만 모두 다른 의미가 있다. 전시의 이름이자 일곱 개의 ‘a’로 시작되는 단어들은 작가들이 갖춰야 할 요소로, ‘able, awaken, absorbing, amusing, acting, acrossing, artists’ 다. 교수이자 예술가인 7인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만의 ‘a’ 를 이번 전시를 통해 풀어내고 각 요소를 적절히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13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를 꾸민 전시회 ‘A7’가 서울시 강남구 이마주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전시에 참여한 7명의 작가 이기영, 김종구, 김인성, 조덕현, 이종목, 원인종, 이광호는 본교 조예대 교수들로, 서양화, 동양화, 조소, 시각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분야의 예술가다. 전시장 내부는 각자의 특색이 어린 볼거리가 담겨있다.

▲ 동양화의 강인함이 담긴 수묵화 'Black Flower'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나란히 걸린 두 점의 수묵화가 눈길을 끈다. 이기영 교수(동양화과)의 작품 ‘Black Flower’다. 한지 위에 먹으로 그려낸 형태가 흡사 꽃 같은 모습이다. 화면 중앙에 있는 먹이 번지는 효과는 죽필이나 마른 붓을 사용해 그려 낸 것으로, 동양화 특유의 강인함이 담긴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옅어지는 먹의 번짐이 흡사 만개한 꽃잎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자연의 경외감을 축소시켜서 자연의 형태를 포착해내려 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 캔버스 위에 쇳가루를 올린 '쇳가루 산수'

 

 

 

 

 

 

 

 

 

 

 

 


  이 교수의 작품 건너편에는 김종구 교수(조소과)의 작품 ‘쇳가루 산수’가 있다. 동일한 제목을 가진 이 세 작품은 주로 조형물인 기존 조소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캔버스 위에 철가루가 올려 있어 마치 동양화의 풍경화인 산수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쇳가루가 화면 위에서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서히 표면에서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만들어낸 형태가 산수화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동시에 담아냈다. 또 쇳가루가 녹스면서 자연스럽게 먹이 번진 것과 같은 효과도 준다. 김 교수는 “쇳가루는 산업 문명의 물질을 상징하는 것으로, 내재된 전통성을 지닌 산수화에 접목시켜 대비를 부각하려 했다”고 말했다.

 

▲ 첫사랑, 청춘과 같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첫사랑'

 

 

 

 

 

 

 

 

 

 

 

 

  전체적으로 무겁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 가운데 김인성 교수(시각디자인과)의 ‘첫사랑’은 갤러리 내에서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가를 사진으로 담아 데칼코마니한 것으로, 원색적인 색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작품의 오른편에 가감 없이 노출된 점포 명과 사실적인 건물 형태가 친숙하지만, 동일한 사진을 반전한 왼편은 모든 점포 명이 삭제돼 있다. 주목할 점은 모든 간판이 공백이지만 단 하나, 가장 왼편의 입간판에 새겨진 ‘첫사랑’이라는 문구다. 전체적으로 현실감이 넘치는 사진 속에 유일한 단어인 ‘첫사랑’이 주는 괴리감은 김 교수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다. ‘첫사랑’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런 기법을 통해 첫사랑, 청춘과 같은 사라진 것들을 회상시키고자 했다”

 

▲ 한지에 연필로 여성의 모습을 채색한 '할리웃 에픽'

 

 

 

 

 

 

 

 

 

 

 

 

  아련한 추억을 환기시키는 흑백사진이 연상되는 작품도 있다. 조덕현 교수(서양화과)의 ‘할리웃 에픽’은 한지에 연필로 채색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화면 너머의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델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흑백 특유의 고전미를 지니면서, 오래된 흑백사진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조 교수의 작품은 과거를 돌아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조 교수는 “과거 할리웃 영화의 이미지를 나의 손을 통해 '지금, 여기'로 불러오고,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넘어보고 싶었다”며 “이는 기억의 의미를 묻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 네 개의 캔버스를 이어 무채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불규칙한 형태를 그려낸 'holy Paradox-신들의 땅'

 

 

 

 

 

 

 

 

 

 

 

 


  전시회에서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작품인 이종목 교수(동양화과)의 ‘holy Paradox-신들의 땅’ 역시 눈길을 끈다. 이는 네 개의 캔버스를 이어 옅은 수묵으로 그려내 불규칙한 형태가 고대의 상형문자를 연상시킨다. 원형, 사각형 등 다양한 도형과 함께 제각각의 명도와 굵기로 그려진 선들은 힘 있고 담담한 붓질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자연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다른 재료나 기법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작품의 크기에 한 번, 강인한 붓질에 또 한 번 압도된다. 이 교수는 “물 흐르듯 담담한 낙서같이 편안한 형상을 통해 인위적인 허울에서 벗어나 만물과 하나가 돼 흐르는 신들의 땅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가죽 같은 질감의 천과 철을 이용해 산과 호수를 상공에서 내려다 본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산수'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작품도 있다. 원인종 교수(조소과)의 ‘산수’다. 작품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는 작품인데 산과 호수를 상공에서 내려다본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별다른 효과 없이 단지 높낮이의 차이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산수’라는 작품명이 무색하지 않게 자연의 축소판과 같다.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매끄러운 가죽 공예품을 보는 듯하다. 왼쪽 작품은 중앙을 제외한 가장자리 부분이 오목한 형태를 띤다. 반면, 오른쪽 작품은 중앙이 오목하고 가장자리는 볼록한 모습이다. 두 개의 작품을 맞물리면 하나의 직육면체가 되는 것 역시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 입체감 있는 숲의 형태를 담아낸 'Untitled 6677'(위), 'Untitled 0208'(아래)

 

 

 

 

 

 

 

 

 

 

 


 
  숲 속의 풍경을 캔버스에 그대로 담아낸 작품도 있다. 색채뿐 아니라 질감도 그렇다. 이광호 교수(서양화과)의 두 작품 ‘Untitled 6677’, ‘Untitled 0208’이다. 화면에 기본 밑칠을 하고 고무 붓을 사용해서 물감의 층위를 드러내 입체감 있는 숲의 형태를 담아냈다. 작가는 이 기법을 사용해 사진에 보여 지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실제로 느꼈던 감정, 감각을 유화의 질감으로 표현했다. 작가가 영감을 얻은 곳은 제주도 곳자왈이다. 작품 속 숲은 ‘곳자왈’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은 숲과는 다르게 원시 자연 그대로의 우거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숲을 소재로 작품을 그려왔었다”며 “제주도 여행을 여러 번 가면서 곳자왈에서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느껴 작품으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교 교수들의 개성 넘치는 예술 정신이 담긴 이번 전시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4월2일까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