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공용 풀로 만든 흰 알갱이를 붙인 실을 천장에 매달아둔 작품 '속삭이다', 홍은아
, 신수안
▲ 검은색 액자를 배경으로 꽃다발을 올려놓은 김채문씨의 작품

  작품으로 ‘나’를 표현한 예술적 상상력이 본교에서 피어났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은 5월26일~5월30일 조형예술관A, B, C동과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 2, 3층에서 본교 창립 129주년 기념 메이데이 학생작품전(메이데이전)을 개최했다. 이번 메이데이전에는 조예대 서양화과 2학년과 동양화과 등 10개 전공의 3학년 작품이 전시됐다.

  조형예술관A동에서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형예술관A동 1층 로비에는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조소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홍은아(조소·13)씨의 작품 ‘속삭이다’는 흰색 벽면을 배경으로 흰색 실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에 불투명한 흰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알갱이는 목공용 풀을 굳힌 것으로, 홍씨가 실 하나하나에 목공용 풀을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홍씨는 “지하철의 공익광고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인데 우리는 광고를 잘 보지도 않고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영감을 얻어 눈에 띄지 않고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라도 많은 과정과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며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1층 복도 끝에는 빨간 실을 뭉쳐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작품 ‘고민’이 있다. 빨간색의 사람모양 조형물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다. ‘고민’은 진로에 고민이 많고 사는 것이 복잡한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고민’을 제작한 정지원(조소·11)씨는 “지하철에서 피곤하고 고민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의 다리에만 주목했다”며 “하이힐이나 운동화를 신는 등 다양한 사람의 다리만 관찰하며 모든 취업준비생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색상은 단순하지만 먹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동양화과의 작품이 이어진다. 2층 계단 왼쪽 복도에는 세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패턴의 맹경진(동양화·12)씨의 작품 ‘힘’이 눈에 들어온다. 먹으로 여러 번 중첩해 그린 맹씨의 작품은 독버섯의 몸통에 세포 모양의 패턴이 그려져 있다.

  맹씨의 작품을 지나 3층으로 올라 모퉁이를 돌면 붉은 계열의 그림 ‘에레니에스;분노의 여신’이 눈길을 끈다. 3명의 여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붉은색과 한데 어우러져 더욱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자세히 보면 화를 내는 여자들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림의 모델이 작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그린 서예진(서양화·14)씨는 “평소 분노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 감정을 표출했다”며 “분노의 여신인 에리니에스(Erinyes)의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양화과의 전시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표현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3층 복도 끝에 있는 ‘선망(羨望)’도 그런 작품이다. 이 인물화 작품 속에 담긴 익숙한 얼굴은 바로 최근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탄 연예인 강남이다. 그러나 완벽히 그의 얼굴을 따라 그린 것은 아니다. 자세한 이목구비는 조금 다르며 알록달록한 색깔로 인물화 배경을 덧칠했다. ‘선망(羨望)’을 그린 신수안(서양화·14)씨는 “평소 강남을 좋아하고 강남의 성격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강남의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강남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형형색색의 수가 놓여 밝은 느낌을 주는 섬유예술과의 작품은 조형예술관A동 4층에 자리했다. 그중 탁자 위에 화려한 색의 꽃다발을 올려놓은 작품이 눈에 띈다. 김채문(섬예·13)씨의 작품이다. 자세히 보면 그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고, 꽃잎 하나하나를 다양한 색으로 염색하고 수를 놓았다. 꽃 뒤에는 검은색 바탕의 액자가 놓여있어 화려한 꽃과 대비를 이룬다. 탁자 위에 올려진 꽃과 액자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되면서 고풍스러운 정물화의 느낌이 든다.

  조형예술관B동에서는 아기자기한 생활용품부터 가구조형물까지 다양한 모양의 도자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 ‘ㅇㅇㅇ’는 사람의 팔뚝만 한 크기의 암초 모양으로 빚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내 방에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조형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작가 권희원(도예·12)씨는 “작품명을 ‘ㅇㅇㅇ’이라고 지은 이유는 바다에 잠수할 때 생기는 기포모양과 바쁜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형예술관C동에는 디자인학부생들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의 1층 작품 전시장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자리 영상이 재생되는 진예령(영디·12), 이주원(영디·12), 백나은(영디·12)씨의 작품이 있다. 별을 관측하는 사람 모형을 센서를 인식하는 탁상 위에 올린 다음 메이데이전이 열리는 5월의 별자리인 백조자리, 헤라클레스자리, 큰곰자리, 용자리, 토끼자리 등 5개 별자리에 망원경 모형을 두면 영상에 해당 별자리의 모습과 설명이 나타난다.

  영상디자인과 전시장을 지나면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이 이어진다. 그 중 ‘leadershin’은 작가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 리더십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신수진(시디·13)씨는 “나에 대해 무엇을 나타낼까 고민을 하다 3년간 과 대표를 한 경험이 나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eadershin’은 마지막 알파벳 ‘p’에 ‘n’을 겹쳐 하트모양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중의적인 의미를 표현했다. ‘n’을 넣어 ‘리더신’이라고 읽을 수 있게 한 이유는 신씨의 성을 본따 자신의 특수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서다.

  화려한 드레스들이 눈길을 끄는 3층 패션디자인과 전시장에 들어서자 꽃이 만개한 것처럼 디자인된 드레스가 있다. 이하나(패디·13)씨는 여성스러운 자신의 이미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꽃을 주제로 해 컵 받침에 사용하는 하얀색 도일리 페이퍼(Doily Paper)로 꾸몄다. 패션디자인과 전시장을 나와 4층으로 올라가면 산업디자인과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집 모형 'knocking on the light'과 사과 모형 작품 ‘Appolish’이 있다. ‘knocking on the light’은 집에 들어가면 불을 키고 사람을 반기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지붕을 톡톡 두드리면 창문에 불이 들어온다. ‘Appolish’는 사과를 문지를수록 윤이 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과모형을 손으로 문지르면 센서가 인식해 빛이 들어온다. 류혜연(산디·13)씨와 함께 만든 라해니(산디·13)씨는 “단순지능화된 제품보다 감성적인 접근으로 지능형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B동 5층에서는 공간디자인과 학생들이 모형으로 제작한 공간 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오지원(공디·13)씨는 워킹맘(working mom)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 공간을 디자인했다. 오늘날 유치원은 종일반 유치원이 부족하며 단일반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종일반에 운영하는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기존의 유치원 공간은 아이들이 틀에 박힌 사고를 하게 만드는 한계를 가진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 디자인으로 기획했다.

  생활관에서는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의류학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어머니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던 박이화(의류·14)씨로부터 자신의 작품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천연염색을 이용해 퍼즐모양, 꽃다발 등을 만든 작품이다. 액자 13개가 ‘행복’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서사적 구조를 갖고 벽면에 걸려있다. 작품마다 형형색색의 빛깔이 눈에 들어오는데, 박씨가 하나하나 천연재료로 염색했다.

  전시를 관람한 유연비(사회·14)씨는 “서양화과 친구가 메이데이 전시를 한다고 해서 구경 왔는데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실로 사람의 모양을 한 채 의자에 걸터앉은 ‘고민’이라는 작품이 실제로 사람이 앉은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mem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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