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무너뜨린 '이화의 힘'
유리천장 무너뜨린 '이화의 힘'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5.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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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고등교육,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를 낸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3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관인 GMI 레이팅스(Ratings)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1.9%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본교 졸업생들은 약진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ceoscore.co.kr)’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30대 그룹 계열사 280곳에서 여성 임원은 177명이다. 이 중 학력을 공개한 1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5.5%(26명)가 본교 출신이었다. 이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본지는 여성에게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 졸업생들을 만나 실제 유리천장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포스코(POSCO) 오인경 상무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포스코(POSCO) 오인경(교육심리·83년졸) 상무

포스코(POSCO) 오인경(교육심리·83년졸) 상무

 

포스코(POSCO) 오인경(교육심리·83년졸) 상무

 

포스코 첫 여성 임원의 비결, '교육공학으로 키운 차별성'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는데 교육공학으로 분야를 바꾸게 된 계기는
  학부 시절 배운 교육심리학은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보다는 이론에 가까웠다. 교육심리학도 흥미로운 학문이기는 하나 대학원에 가서는 조금 더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전공한 ‘교육’ 분야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교육 공학이라는 분야로 전공을 바꾸게 됐다.

-교육공학박사로 기업에 들어간 첫 케이스다. 학교가 아닌 기업체를 선택한 이유는
  미국에서 1992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때가 교육공학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막 생기기 시작한 시기였다. 보통 교육공학 학위를 받은 사람은 학교로 갔는데, 나는 차별화된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 1년은 학교와 삼성인력개발원을 같이 다녔다. 그리고 기업체에 남아야겠다고 마음이 굳혀졌다. 기업체에서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일이 기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컸다.

-포스코 역사상 첫 여성 임원이다. 남성 비율이 높은 회사로 유명한 포스코를 선택한 계기는
  개인적으로 포스코에 상당히 도전 정신을 가지고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산업을 구축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기업이라는 포스코의 이미지가 무척 좋았고, 포스코에 여성으로 들어와서 일하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포스코의 첫 여성 임원이라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감사하기도 하다.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삶은 어떤가
  대기업의 임원이 되면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다. 한 예로, 글로벌리더십센터 연수원의 총괄을 맡은 적이 있다. 이때 인테리어부터 음악까지 모든 것에 참여하면서 벽에 걸릴 그림과 노래도 정해야 했다. 평소 미술과 음악에 관심 많았던 것이 이때 도움이 됐다. 또한, 회사의 새로운 사가(社歌)를 만들 때는 이전에 배워뒀던 피아노가 도움이 됐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취미생활도 열심히 즐겼으면 한다. 그런 것들이 밑바탕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유리천장의 문제를 논하기에는 유리천장은 이미 많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유리천장이 아닌 성(性)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수직적 불균형은 위로 직위가 올라갈수록 남성과 여성의 비율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처음 입사할 때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수는 줄어든다. 그렇다 보니 임원으로 뽑을 수 있는 여성이 얼마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여성들이 꼿꼿하게 그 자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수평적 불균형은 공무원의 경우 핵심부서에서 여성 인력배치가 저조한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성 할당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뜨고 있는 분야를 주시하고, 그 분야에 대한 선구안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트렌드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식을 주시하길 바란다. 남들이 아직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먼저 접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삼성증권 박경희 상무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삼성증권 박경희(영문·90년졸) 상무

삼성증권 박경희(영문·90년졸) 상무

 

삼성증권 박경희(영문·90년졸) 상무

 

"'여성' 이라는 약점은 돋보일 수 있는 '기회'예요"


-국내 1호 PB(Private Banker)다. PB라는 직업은 어떤 일을 하나
  PB는 개인 고객의 자산을 총체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직종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이라도 꼼꼼하게 챙겨주고, 수익추구를 하는 동시에 위험관리도 잘해주길 바란다. 또한, 다양한 자산을 동시에 잘 관리하고 고객의 비밀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고객의 성향 때문에 PB 분야에서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꼼꼼한 성격의 여성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부장 3년 차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삼성그룹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발탁 문화가 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것이다. 내 일이 즐거워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왔고, 그러다 보니 빨리 승진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에 몰입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지점장으로서 다른 지점 또는 동종 업계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새롭게 시도하기도 했다.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까지 진급하기는 쉽지 않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임원이 되는 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성이 임원까지 진급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임원 풀(pool)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경우 육아나 자녀 교육이 필요할 때 경력단절이 쉽게 일어나는 탓이다.
  소수의 여성으로서 조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다수의 남성과 함께 할 수 없는 문화는 인정하고, 다른 면에서 잘 지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사우나를 같이 갈 수는 없지만, 골프 등의 운동을 같이하는 방법 등을 통해 나름대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췄나
  솔직히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임원까지 되는 여성이 있다면 정말 슈퍼우먼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가정보다는 직장과 일에 많은 비중을 뒀다. 대신 가족들과 대화하며 이해를 구했고, 주말에 아이들과 회사 방문을 하는 등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맞춰가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남성 임원 비율보다 적어서 일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나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에 언제나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잘하든 못하든 눈에 띌 수밖에 없으니 늘 긴장하고, 잘하려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들의 성과와 평이 좋은 이유는 역설적으로는 불편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화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3P+1E 를 당부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 Pride(자신감), Passion(열정), Professionalism
(전문성) 그리고 Endurance(인내)를 갖고 임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임원 승진은 물론, 어떤 분야든 성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 롯데백화점 김지은 해외패션부문장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롯데백화점 김지은(과교·92년졸) 해외패션부문장

롯데백화점 김지은(과교·92년졸) 해외패션부문장

 

롯데백화점 김지은(과교·92년졸) 해외패션부문장

 

"패션을 향한 열정이 나만의 '플러스 알파' 였죠"

-해외패션부문장은 어떤 일을 하나
  해외 명품 브랜드를 롯데백화점에 입점 및 퇴점시키는 일을 한다. 롯데백화점이 새로 오픈할 때, 그 백화점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올지 정하는 역할도 있다.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협상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브랜드를 백화점 내에 들여오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다.

-패션 분야에 입문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 입사했지만 패션 분야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즈음에 패션 쪽에 바잉 머천다이징(Buying Merchandising)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잉 머천다이징은 굳이 패션 전공이 아니어도 됐고, 영어가 필수였다. 그래서 과감히 퇴사하고 호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갔다. 그 후 패션유통업체 성주 인터내셔널에 광고 담당으로 입사했다. 그렇게 패션 분야에 입문했다.
  나는 패션 쪽 전공도 아니었고 관련 경력도 없었지만, 정말 패션을 좋아하고 항상 관심이 많았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을 시작하기까지 첫 단추를 꿰기가 어렵지, 한번 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회가 온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은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제약을 뜻한다. 임원이 되기까지 이 같은 제약을 경험해본 적이 있나
  패션 회사는 여성 중심의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별을 겪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을 못하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유리천장’이 없는 곳이 패션 업계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남성 임원 비율보다 현저히 적은데, 이 때문에 일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나
  괜히 나 혼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눅 들고, 자신감 없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낸다면 성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은 ‘깰 수 있는 천장’인가
  당연히 깰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사회가 여성을 주목하고 있으므로 기회다. 두려움과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본인이 자세와 각오가 돼 있다면 얼마든지 인정받고 올라갈 수 있다.

-유리천장 현상 극복을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인 협력은
  먼저 가정의 이해와 도움이 있어야 한다. 가족이 커리어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여성이 직장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은 육아휴직 등의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출산과 동시에 자동으로 1년 휴직을 보장한다. 이처럼 직장의 배려가 있어야 여성의 경력단절이 줄어들 수 있다.

-이화인들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력서를 보면 요즘엔 모두가 뛰어나다. 그래서 이력서상의 형식적 틀을 넘어 실전에서도 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타인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 직무에 대한 열정 등을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기본적인 준비는 정말 말 그대로 ‘기본’이고, 거기에 나만의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